독일에서 쓸만한 군사사, 특히 현대 군사사 부문의 연구를 많이 내놓는 곳은 역시 연방군 산하의 MGFA 지만 그에 못지 않은 곳으로는 뮌헨의 현대사 연구소(Institu fuer Zeitgeschichte)가 있다. 물론 이외에도 다른 대학이나 일반 연구자들도 흥미있는 연구를 많이 내놓고 있으며 굳이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더라도 좋은 책이 많긴 하지만 왠지 앞의 두 곳에 비하면 뭔가 하나씩은 빠졌다는 허전한 느낌이 든다.
Die Italiener an der Ostfront 1942/43는 현대사 연구소에서 지난해 10월에 출간한 책으로 제목이 바로 말해주듯 동부전선에 참전한 이탈리아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부전선의 독일 동맹군들은 매우 흥미가 당기면서도 쓸만한 책이 가뭄에 콩나듯 소개되는 지라 돈 좀 생기는 대로 사야지 하며 벼르다가 다른 책에 우선 순위가 밀려 지난달에야 구입할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게 본문은 매우 짧고 부록이 엄청나다. 처음에 이 책을 주문할 때 이탈리아군의 작전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되는 부분은 바로 부록이 아니던가!
부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독일이 이탈리아군에 파견한 연락장교의 보고서와 번역된 이탈리아측의 문헌자료로 돼 있다. 특히 이탈리아 쪽 자료는 이탈리아어라고는 하나도 모르다 보니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친절하게도 번역을 해서 실어 주고 있다. 독일군 연락장교의 보고서에는 소련군의 동계공세 당시 몇몇 사단의 작전 상황에 대해서 유익한 정보들(특히 그동안 궁금했던 동부전선의 이탈리군의 전차 운용 같은)이 많이 실려 있다.
그러나 지도가 부실한 점은 매우 유감이다. 지도는 책의 가장 끝에 작은 지도 두개가 붙어 있는데 기존의 다른 저작들에 실린 지도 보다 깔끔하게 편집은 돼 있지만 내용은 그저 그렇다. 좋은 지도가 여러장 뒷받침 됐다면 훨씬 더 멋진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