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ruff D. Smith의 The Ideological Origins of Nazi Imperialism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읽은지 꽤 돼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한 번 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일 때문에 어수선해서 그런지 한 번 더 읽었지만 읽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최근의 ‘간도떡밥’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히긴 하더군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인 9장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입니다. 저자인 Smith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는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제국주의적 정서’가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파고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1920년대에 제국주의적 팽창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는 1926년에 출간된 그림(Hans Grimm)의 소설 “Volk ohne Raum”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유사한 종류의 소설 중 성공한 작품으로 1926년부터 1935년까지 315,000부가 팔렸다고 하는군요.
이 소설의 저자인 그림은 유럽 외부의 식민지 획득을 옹호하고 Lebensraum을 동유럽에서 찾는 나치에 비판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독일의 팽창을 옹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Lebensraum 사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며 정치적 보수주의를 확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게 읽힌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얼마 전 튀어나온 간도 반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간도 반환 문제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이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재생산 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같은 언론사가 간도 회복 캠페인 같은 짓을 앞장서서 하기도 했지요. 2009년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간도 떡밥은 미래에 다른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런 대책 없는 망상을 무책임하게 유포하고 있는 대중매체들입니다. 한국이야 독일 같은 강대국이 아니니 극우 정당이 집권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개념 없는 민족주의 프로파간다가 판을 치는 것은 단순히 웃어 넘길 일은 아닙니다.
독도와 같이 민감한 문제가 튀어 나올 때 마다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호들갑에서 볼 수 있듯 민족주의적인 정서는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그리도 한반도 균형자론 같은 외교적 망신사례에서 볼 수 있듯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싸구려 민족주의를 팔어먹으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것은 어떻게든 대중의 정서에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물론 한국의 현실을 볼 때 나치 독일처럼 파국적으로 폭주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