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동을 쳐들어가야 하겠는데 그곳으로 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적들은 길에다 지뢰를 촘촘히 묻어놓았다. 공병이 없었기에 우리는 어쩔수 없었다. 하여 나무를 찍어다가 길을 가로막아놓았다. 이때 찌프차 한대가 오더니 꺽다리 쏘련 군관이 내렸다. 그는 번역을 통해 막아놓은 나무를 치우라고 야단을 쳤다. 지뢰가 많아 그리로 못간다고 하자 그는 권총을 들이대면서 당장 치우라고 윽박질렀다.
"죽고싶으면 가거라!"
하는수 없어 우리는 나무를 치웠다. 하지만 그 쏘련 군관이 탄 차는 얼마 가지 못하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날아갔다.
낙동강 전투 당시 북한군 6사단 정찰중대 중대장대리였던 김리정의 증언
연변조선족자치주 문사자료위원회 편, 『돌아보는 력사』 (료녕민족출판사, 2002), 185쪽.
※전쟁이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뒤 회고한 내용이기 때문에 구술자의 증언에 약간의 오류가 있습니다. 중국군 출신자로 편성된 북한군 제6사단은 낙동강 전투 당시 마산 방면에 투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