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군화가 문제였다. 합성소재로 만든 군화는 암석이 많은 거친 지형에서 1개월 정도만 신어도 닳아 떨어졌다. 군화의 바닥 부분은 너무 미끄러웠고 군화의 끈을 묶는 부분은 모래나 작은 돌이 신발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지 못 했다. 더욱이 소련제 군화는 너무 무거운데다 발목 부상이나 삐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병사들은 체코제 등산화(아프가니스탄 군에 지급되는)나 육상용 신발(track shoes), 스니커즈, 운동화(gym shoes) 같은 것을 선호했다.
The Russian General Staff(translated & edited by Lester W. Grau & Michael A. Gress), The Soviet-Afghan War : How superpower fought and lost,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2, p.289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초강대국이 제대로 된 신발 하나 보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신발 외에도 부족한 피복과 개인 장구류의 문제가 자주 언급되고 있었는데 러시아인들 스스로가 문제를 이 정도로 인정하고 있었으니 전선의 실상은 더 고약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니더라도 소련군이 신발과 피복 보급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것은 여기 저기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들은 것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의 이야기 인데 1960년대에는 문제가 조금 더 좋지 않았던 것 같더군요. 서방으로 망명한 뒤 1980년대에 소련군에 대한 이런 저런 찌라시(???)를 유포했던 빅토르 수보로프는 자신이 초급 장교로 있던 1960년대의 소련군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군인에게는 가죽군화가 지급된다.
소련군에서는 ‘신병(Ersatz)’이 들어오면 보급품을 지급 한다. 이후 소련 병사가 가죽군화를 신는 것은 짧은 기간 뿐이며 천으로 만든 군화 같은 것을 지급받는다. 오직 주요 도시에 주둔하는 근위연대나 근위사단(Hof-Regimentern und Divisionen) 정도만 싸구려 가죽군화를 지급받았을 뿐이다. 외국인들은 소련군인이 멋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동독, 폴란드, 헝가리 등에 주둔하는 소련 점령군은 가죽 군화를 지급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련은 ‘초강대국’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초강대국’은 모든 병사들에게 가죽군화를 보급할 능력이 없었으며 소련에 주둔한 소련 병사들은 천으로 만든 군화를 신고 행군해야 했다.
Viktor Suworow, Der Tag M, Klett-Cotta, 1995, s.11
이보다 20년 전인 대조국전쟁 시기에는 소련군의 신발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아서 자본주의자들로부터 신발을 받아가며 싸웠다지요.;;;;;
이런걸 보면 냉전기에 수백만의 군대를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는 꿈도 못 꿀 보급과 전투지원을 할 수 있었던 미국이 정말 무서운 나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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