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0일 화요일

현리전투와 리지웨이의 한국군 평가

중국군의 1951년 춘계공세는 UN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군은 이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것은 한국군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UN군사령관 리지웨이는 1951년 5월 21일 육군부에 보낸 전문에서 미군 및 한국군 부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1. 본인은 모든 미군 군단, 미군 사단, 그리고 한국군 제1사단을 방문하였고 이 모든 부대들이 사기가 높으며 전투를 훌륭히 수행했음을 특기하고자 한다. 나는 특히 적의 주공에서도 주요한 공격을 받은 러프너(Clark Louis Ruffner) 소장의 미육군 제2보병사단을 특기하고 싶다. 나는 제2보병사단이 보수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자신들의 피해의 20배가 넘는 손실을 적에게 입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밴 플리트 장군의 미육군 제8군과 이를 지원하는 공군 및 해군의 탁월한 능력, 용맹성, 그리고 투지를 고취할 것이다.

1. Having visited all US Corps, all US Divisions, and the 1st ROK Division, I wish to cite all these units to you for superior spirit and conduct in battle. I particularly cite the US Army’s 2nd Infantry Division, Major General C L Ruffner, commanding, which has received the principal blow of the hostile main effort. It has inflicted losses, which conservatively estimated, exceed, I belive, 20 times its own. It would be an inspiration to our people to know of the professional competence, the gallantry, and the fighting spirit of General Van Fleet’s Eighth US Army and its supporting Air Force and Naval Forces.

2. 한국군 제2사단과 제6사단은 적의 가벼운 공격, 그리고 때로는 강력한 공격에 맞서 매우 훌륭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아직 자세한 사항이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군 제3, 5, 7, 9사단은 형편없었고 막대한 양의 장비를 상실한 것이 명백하다. 한국군 제1군단은 적과의 교전이 제한적이긴 했으나 잘 싸웠다. 이런 유감스러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 ROK 2nd and 6th Divisions have performed very creditable against moderate and in some cases strong enemy attacks. Although full details still lacking, it is clear that ROK 3rd, 5th, 7th and 9th Divisions have performed discreditably with loss of large amounts of equipment. ROK I Corps has done well though it has had little contact. We are continuing our efforts to correct this lamentable situation.

3. 이승만 대통령은 5월 18일 언론 회견에서 미국이 잘 훈련되어 있는 한국군에게 장비를 제공한다면 미군을 철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본인은 무초 대사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런 말도 안되고 유해한 발언은 그만 둘 것을 권유하려 한다. 본인은 이 문제를 국무부를 통해 제기하고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President Rhee was reported to have stated to Press on 18 May that, if US would equip his already well trained Soldiers, American Troops could be withdrawn. I continue to seek through Ambassador Muccio to induce President Rhee to cease making such flagrant and damaging statements. I suggest consideration be given to presenting the matter through channels to Department of State with object of having strong pressure brought to bear to correct this situation.

4. 이 전문의 첫 번째 문단은 언론에 공개할 것을 요청함.

리지웨이

4. Recommend that 1st part of this message be released to Press.

Ridgway

CX62985(1951. 5. 21), James A. Van Fleet Papers, Box 86, Republic of Korea Army.

2번 항목은 현리 전투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군에 비해 화력이 부족하고 병력으로도 열세라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긴 합니다만 1951년 초의 한국군이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한국군이 중국군에게 약하다는 점이 수 차례의 전투로 드러나긴 했습니다만 현리전투는 그 중에서도 최악의 패전이었습니다.

리지웨이가 3번에서 지적한 것 처럼 현리전투는 그동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국군의 증강을 추진하고 있던 이승만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습니다. 한꺼번에 군단급 제대가 와해되고 장비를 대량을 상실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낯이 두꺼워도 무작정 군사원조를 하라고 요구할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승만은 1950년 말 부터 국민방위군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병력동원과 이를 위한 무기조달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무기조달의 경우는 미국이 원조를 해 주지 않을 경우 캐나다를 통해 소총을 조달하는 방안까지 고려되었을 정도로 이승만은 병력 증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리전투는 이승만의 병력 증강 시도에 치명타였습니다.

유명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현리 전투의 결과 한국군에 미군 지휘관을 배치하는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될 정도로 한국군 장교단의 지휘능력은 불신의 대상이 됩니다. 그랬다면 한국군이 태평양전쟁 이전의 필리핀군과 비슷해 졌겠지요.

댓글 14개:

  1. 푸른매11:42 오후

    높게 평가된 한국군 제1군단과 제1사단이 백선엽 장군의 부대였다는 게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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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약간 애매한 점은 제1군단과 제1사단 모두 중국군의 주공에서는 비켜가 있었다는 겁니다. 리지웨이도 그 점을 전문에서 명시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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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igTrain4:16 오후

    3번이 정말 의미심장하군요. 리박사에 대한 리지웨이의 분노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요즘 서점에 갈 때마다 리박사를 찬양하는 괴서들이 여럿 늘어져 있어 심히 안구에 공해를 유발하던데 저 전문을 보니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군사편찬연구소의 글들을 읽을 때에도 "정말 그랬으면 안됐는데 정말 아쉽다." 정도의 뉘앙스가 느껴졌는데 이렇게 직접 전문을 보니 현리 전투가 정말 어마어마한 패배였다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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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박종민5:26 오후

    "이런 말도 않되고 유해한"이란 평가는 결국 이승만 박사가 얼마나 무능한 지도자였는지를 문자 그대로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일개 장군이 타국의 국가원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는건 일견 무례한 걸로 보일 수도 있겟지만, 어접니까.. 역사가 이 견해를 증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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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텐보로12:05 오전

    저때 제일 앞장서서 도망가버린 바람에 군단의 전멸을 초래했던 사령관님께서는 전후에도 자격도 없는 국방부장관을 지내고 군 원로 대접을 받으시며 편하게 살고 계시죠.
    전작권 반환논란때 반대 운동을 하셨다고 하시던데 자신의 잘못을 알기때문에 그런건지는 모르겠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까지 군단장 이상은 전부다 미군장교가 맡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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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다는 대패배였죠 현리는... 그나저나 그 와중에도 유해성 발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국부님의 패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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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좌경학생11:11 오후

    역시 대마도를 반환하라고 했다는 국부님 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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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히 이승만도 미군이 철군해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걸. 한국군이 얼마나 전투력이 낮은지는 이승만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만약 정말 3차대전이 터져서 미국이 작계대로 한국 주둔군을 몽땅 빼버렸다면 이승만 표정이 볼만 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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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그드루 자하드2:25 오전

    <span>'이승만은 1950년 말 부터 국민방위군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병력동원과 이를 위한 무기조달에 주력' 이 대목에서 갑자기 안구에 포풍 쓰나미가 몰아치는군요, 아아아아.....
    </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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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국민방위군이 초기 구상대로 잘 돌아갔다면 그야말로 이승만 정부의 전쟁 지도에 있어 큰 성과였을 텐데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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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들꽃향기6:04 오후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무초대사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ㄷㄷ

    "이 승만 대통령은 5월 18일 언론 회견에서 미국이 잘 훈련되어 있는 한국군에게 장비를 제공한다면 미군을 철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본인은 무초 대사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런 말도 안되고 유해한 발언은 그만 둘 것을 권유했다. "

    ->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소리말고 닥치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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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이승만이 황당한 발언을 했으니 말입니다. 저는 왜 이승만이 스스로도 믿지 않을 저런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승만은 매우 머리가 좋은 사람이고 발언을 할 때 그 후폭풍도 철저히 넣는 인물이라서 단순한 헛소리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의도로 한 헛소리인지가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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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span>그나마 6사단은 용문산에서 명예회복을 했죠.(오타 때문에 몇번 지운거지?)</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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