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8일 화요일

밀리터리 서적을 드립니다

 얼마전 제 친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많은 책을 남겼기 때문에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서 제가 그 중 일부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나온 책들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시는 분들이라면 군사사에 관심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배송료는 착불입니다. 필요하신 책이 있으시면 제 이메일 panzerbear@gmail.com으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주 주말까지 신청을 받고 다음주 부터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2025년 7월 7일 월요일

제2차 세계대전시 미육군 보병병과 인력 수급과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연구

 독립 연구자인 존 리드(John S. Reed)가 2024년에 발표한 논문 The Infantry's "Problem of Quality": Classification and Assignment to MOS 745, Rifleman, 1942-1945를 읽었습니다. 이 논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육군의 병과별 인력수급 구조 때문에 보병 병과에는 사회적으로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인력이 많이 배치되었고 이때문에 보병의 전투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지적되었고, 전쟁 직후 전훈 분석 과정에서도 제기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닙니다. 그 유명한 마르틴 판 크레벨트(Martin van Creveld)의 연구 Fighting Power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요.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나온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군을 다루는 유명 저작들이 이 당시 미군을 이상적인 시민군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런 저작들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죠. 이 연구의 저자 존 리드는 리 케넷(Lee Kennett), 존 맥마너스(John C. McManus), 피터 킨즈배터(Peter S. Kindsvatter), 릭 애킨슨(Rick Atkinson) 같은 작가들에 비판적입니다.

 필자는 미국이 전쟁에 참전한 직후 부터 1944년 초 까지는 미육군 지상군(Army Ground Force), 그 중에서도 보병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인력이 배치되어 전투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었지만 1944년 이후 점진적으로 우수한 인력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문제가 개선되었다고 봅니다. 전쟁 초기~중기에 이렇게 인적자원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원인은 미육군의 항공군(Army Air Force)과 근무지원군(Army Service Force)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우선적으로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합군이 유럽 본토 침공을 준비하면서 제공권 장악을 위해 항공군을 크게 강화했고 1944년 초 까지는 질이 높은 인적자원이 항공군에 배치되었습니다. 항공군은 기술집약적인 특성상 질이 낮은 인력을 쓰기가 곤란하죠. 마찬가지로 전투지원 병과로 구성된 육군 근무지원군도 질이 높은 인적자원을 필요로 했습니다. 행정과 보급 같은 임무를 수행하려면 일정한 교육수준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근무지원군 병과는 특성상 민간 사회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병과가 많습니다. 미육군공병단은 1,000명당 725명 꼴로 민간 사회의 직업에 대응하는 보직에 배치되었고 미육군수송단은 1,000명당 788명, 미육군통신당은 1,000명당 579명이었습니다. 반면 보병 병과는 순수하게 전투를 수행했기 때문에 민간 사회의 직업에 대응하는 보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은 항공군과 근무지원군에 먼저 가고 남은 인력이 지상군, 그 중에서도 보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이건 통계로 입증이 됩니다. 전쟁 기간 중 미육군이 병과분류를 위해 시행한 육군일반분류평가(AGCT, Army General Classification Test)는 5개 등급으로 나누었습니다. 1943년에 미육군 항공군에 보충된 병력의 41.7%는 AGCT 1등급과 2등급이었습니다. 반면 보병 병과는 1등급과 2등급의 비중이 30.2%였습니다. 반면 미육군 항공군에는 4등급과 5등급이 27%였으나 보병 병과는 37.2%였습니다.

 이때문에 1943년 부터 1944년 초 까지 미군 보병의 전투효율성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육군 지상군 사령관 맥네어(Lesley J. McNair) 장군은 AGCT 점수가 높은 인력을 지상군에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1944년 초 까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미육군은 보병 보충병의 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병보충훈련소(IRTC, Infantry Replacement Training Centers)의 훈련 과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1944년 여름 부터 유럽과 태평양 전선의 반격이 본격화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중 대다수가 육군 보병이었습니다. 1944년 말이 되면 방공포병과 대전차포병 등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병과를 보병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계에 달합니다. 필자는 그결과 1945년 초 부터는 AGCT 점수가 높은 인력도 보병에 배치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즉, 미육군의 사회적 불평등이 이상한 방식(?)으로 해소됐다는 결론입니다.

 비교적 재미있긴 하지만 많은 내용이 기존의 연구에서 다루었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시민군'의 신화를 팔아먹는 대중서에 대한 비판으로서 나쁘지 않습니다.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일본계 미국인 병사의 한국전쟁 참전기 - Up and Down, In and Around North and South Korea

일본계 미국인으로 한국전쟁 당시 미 제24보병사단에 소속되어 포로 심문 임무를 수행했던 케네스 타시로(Kenneth Aijiro Tashiro)의 일기를 정리한 Up and Down, In and Around North and South Korea를 읽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의 기록이고 또 정보계열에서 복무했다고 하니 흥미가 당겨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기대했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950년 7월 부터 10월 말 까지의 기록을 보면 단순히 그날 잡힌 포로의 숫자, 심문한 포로의 숫자만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 입니다. 북한군 포로에 대한 내용 보다는 오히려 그날 먹은 음식에 대한 내용이 조금 더 상세한 듯 합니다. 1950년 7월 26일 일기에는 타시로가 처음 한국산 맥주를 마시고 악평한 내용이 실려있는데 맥주가 북한군 포로 보다 더 깊은 인상을 준 듯 합니다. 물론 이렇게 일상적인 내용만 자세한 아닙니다. 미 제24사단이 참패한 대전전투 시기의 일기는 매우 자세하게 적혀있습니다. 말단 병사였던 타시로도 패전의 충격을 강하게 받았는지 상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대전에서 간신히 탈출해 숨을 돌리게 된 과수원에 사과와 복숭아가 가득했다는 내용에서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전쟁 초기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일화도 눈에 띕니다. 7월 31일 일기에서는 한국 경찰이 북한 말씨를 쓰는 사람을 간첩으로 의심해 총으로 쏜 뒤 칼로 찌른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참상을 보다 못한 미군 병사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 사람을 사살했다고 합니다. 

타시로의 일기에서 가장 많은 내용은 역시 전쟁 중의 일상, 특히 먹는 문제에 관한 겁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때는 A레이션과 C레이션만 보급받았다고 무미건조하게 적고 있지만 왠지 짜증이 느껴집니다. 반면 취사차량이 추진되어 제대로 된 따듯한 식사를 먹게 되었다는 내용에서는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일본계 미국인이어서 그런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쌀밥을 먹으려 하는 걸 보면 조금 짠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950년 9월 18일 일기를 보면 미 제8군사령관 워커 중장이 제24사단을 방문하자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식사로 쌀밥과 데리야끼를 먹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중요한 작전이 있을것 같으니 일부러 쌀밥을 챙겨먹었다는 느낌을 받지요. 9월 28일 일기에는 북진하던 중 북한군에게서 쌀을 노획해서 밥을 지어먹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전투식량만 계속 먹었으니 굉장히 밥이 먹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중공군이 참전한 이후에는 일기의 분위기도 바뀝니다. 일기를 읽으면서 포로 심문을 담당한 병사가 포로 심문에 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조금 김이 샜는데 중공군 참전 이후에는 조금 바뀝니다. 1950년 11월 5일 일기에는 투항한 중공군 포로가 진술한 비교적 정확한 전투서열 정보와 병력 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951년 1월 1일 일기에도 중공군의 전투서열과 목표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공군 참전이 준 충격이 타시로 같은 사병에게도 큰 영향을 준거라고 볼 수 있겠죠. 유엔군이 반격을 시작한 이후에는 중공군 포로에 대한 내용도 북한군과 비슷하게 몇명이 잡혀왔고 몇명을 심문했다 정도로 간략해 집니다. 이건 충격에서 벗어났다는걸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전투 병과가 아니라 통역이라는 특수한 보직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계라는 문화적 배경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운 자료입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쁘지는 않네요.

2025년 3월 9일 일요일

밀리터리 밸런스 2025년도 판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기갑차량 현황

밀리터리 밸런스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전차 보유량(2014~2022)

밀리터리 밸런스 2023년도 판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기갑차량 현황

밀리터리 밸런스 2024년도 판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기갑차량 현황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는군요. 밀리터리 밸런스 2025년도판의 러시아 부분을 읽었는데 러시아군의 전차 보유량이 2024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최소한 숫적인 측면에서는 전쟁 발발 당시의 수준을 회복한 셈입니다. 서방에서 보수적으로 추정한게 이 정도이고 러시아군의 실제 보유량은 알 수 없으니 찝찝합니다. 우크라이나 쪽에는 좋지 않은 징후네요.

 

먼저 러시아군의 전차 보유량 추정치입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전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5

2024

대비

육군

T-55A

0

0

30

70

+40

T-62

0

150

200

600

+400

T-64A/BV

0

0

100

50

-50

T-72A/AV

0

0

300

700

+400

T-72B/BA

650

400

T-72B3

850

500

650

470

-180

T-72B3M

530

250

T-80BV/U

310

100

150

200

+50

T-80BVM

170

100

100

270

+170

T-90A

350

200

100

미상

미상

T-90M

67

100

120

370

+250

합계

2,927

1,800

1,750

2,730+α

+980+α

해군보병대

t-55A

0

0

0

30

+30

T-72B

50

170

100

30

-70

T-72B3

150

T-72B3M

30

T-80BV

50

50

100

30

-70

T-80BVM

50

합계

330

220

200

90

-110

공수군

T-72B3

150

50

50

50

0

T-72B3M

10

T-90M

0

0

0

30

+30

합계

160

50

50

80

+30

치장물자

T-55A

0

0

0

2,900

-1,100

T-62

0

5,000

4,000

T-72, T-72A/B

7,000

T-80B/BV/U

3,000

T-90

200

합계

10,200

5,000

4,000

2,900

-1,100

전차 총계

13,617

7,070

6,000

5,800+α

-200+α

 

 전체적으로 보면 전차의 총 숫자는 완만하게 감소했지만 육군의 양적인 회복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전쟁 발발 당시 2,927대였던 것이 전쟁 초기의 참패로 격감했으나 2025년 추정치에서는 2,730대로 거의 전쟁 직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질적인 면에서는 T-55T-62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최신형 전차인 T-90M250대 이상 증가했습니다. 서방에서 추정한 것이 이 정도라면 러시아군이 작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기갑예비대를 확보했을 거라고 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T-55나 T-62 같은 구식 차량을 포함해도 치장물자의 숫자가 1,100대나 감소한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러시아가 지금과 같은 소모전을 다시 하는건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보병전투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5

2024

대비

육군

BMP-1

450

500

800

750

-50

BMP-1AM

20

BMP-2

2,900

2,350

2,100

550

-1,550

BMP-2M

70

BMP-3/3M

640

400

350

650

+300

BTR-80A

100

100

100

100

0

BTR-82A/AM

1,000

800

700

1,230

+530

합계

5,180

4,150

4,050

3,280

-770

해군보병대

BMP-2

400

300

300

100

-200

BMP-3

80

70

70

0

-70

BMP-3F

40

40

40

40

0

BTR-82A

740

600

600

200

-400

합계

1,260

1,010

1,010

340

-670

공수군

BTR-82AM

130

120

120

120

0

BMD-2

1,000

600

500

650

+150

BMD-4M

351

250

200

200

0

합계

1,481

970

820

970

+150

치장물자

BMP-1

7,000

4,000

2,800

3,000

+200

BMP-2

1,500

BMD-1

0

0

0

150

+150

합계

8,500

4,000

2,800

3,150

+350

보병전투차 총계

16,421

10,130

8,680

7,740

-940

 

 보병전투차량의 감소 추세는 전반적으로 2024년에 비해서 완만해 진 편입니다.하지만 육군이 일선에서 운용하는 보병전투차량은 770대나 줄어들었습니다. 2024년 러시아군의 작전에서 보병전투차량의 소모가 매우 컸고 보충도 어려웠음을 보여줍니다. 치장물자의 숫자는 350대 증가한 걸로 평가를 조정했습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보병수송장갑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5

2024

대비

육군

BMO-T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MT-LB

3,500

3,000

2,500

2,900

+400

MT-LB VM1K

50

50

BTR-60

800

800

800

600

-200

BTR-70

200

200

200

BTR-80

1,500

1,300

1,200

950

-250

타이푼-K 4x4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타이푼-K 6x6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합계

6,050+α

5,350+α

4,700+α

4,450+α

-250+α

해군보병대

MT-LB

300

250

250

250

0

BTR-80

100

50

50

100

+50

합계

400

300

300

350

+500

공수군

BTR-D

700

700

550

150

-400

BTR-MDM

122

100

90

150

+60

타이푼-VDV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합계

822+α

700+α

640+α

300+α

-340+α

치장물자

MT-LB

2,000

2,000

1,000

1,200

+200

BTR-60/70

4,000

4,000

1,300

1,500

+200

BTR-80

0

0

0

합계

6,000

6,000

2,300

2,700

+400

장갑차 총계

13,272+α

12,350+α

7,940+α

7,800+α

-140+α

 

 보병수송장갑차량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2024년 초 까지만 해도 러시아군의 기갑전력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2025년 초 시점에서 최소한 전차 만큼은 숫자상으로 전쟁 직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물론 T-55, T-62 같은 구식차량의 비중이 높아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숫적인 규모는 매우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증가한 원인은 전차의 신규 생산 및 치장물자 재생의 증가, 과거에 비해 소극적인 전차 투입 등 여러가지 가 있을 겁니다. 2024년에는 러시아군이 과거와 달리 전차를 대규모로 투입해 큰 피해를 입은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지요. 러시아가 2025년 여름 공세를 재개할 텐데 다가올 공세의 양상이 어떠할 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