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만 가지고 판단하면) 책의 저자인 권오홍씨는 대북사업에 초창기부터 관여한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현장 전문가의 눈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상당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지난 2006년의 핵위기부터 이해찬 총리의 방북에 이르기까지 막후에서 있었던 북한과의 협상과정을 회고하면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양측(주로 한국정부)의 과오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책 초반에 나오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물러난 사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자는 북한측의 평가를 빌어 이종석 장관을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이종석이란 한 인물을 두고 나온 평가는 여러 갈래다. 결론은 “그는 학자(아마추어)다”라는 말이다. 그쪽 식으로 볼 때는 “꾼”이 아닌 사람이 처리하기에는 남북한 양자의 관계가 그리 가볍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그는 서울에서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거의 무소불위의 권능을 보였다. 그러나 고장난명(孤掌難鳴)이었다.(39쪽)
이종석 전통일부장관이 현실감각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그 동안 간간히 나오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품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니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안희정으로 대표되는 대통령 심복들의 능력 부족과 무지함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 정부의 실세들이 자신의 능력 부족을 깨닫지도 못하면서 의욕 과잉으로 일만 벌이는 통에 대북정책이 엉망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화영의원(현 민주신당)에 대한 비난은 굉장히 신랄합니다.
결국 안희정이나 이화영, 이호철을 통해서 본 그들의 세계관, 시대관, 한반도관, 나아가 처세하는 방식은 과거의 정치인보다 더 몹쓸 여지가 많다는 게 개인적 결론이다.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지난 몇 년 동안 국가 정책의 저변에 흐른 게 아니었나 싶어 마음 한 편이 씁슬하다.(279쪽)
이 책에서는 정치 흥행을 목표로 한 기존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냉철하게 계산된 경제중심의 협력만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회고록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면이 강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매우 많아 충분히 읽을 만 한 책 입니다. 물론 노빠 같은 부류들은 동아일보사에서 나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을 불신할게 뻔하긴 합니다만.
저자는 앞으로 김대중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책을 낼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상당히 기대가 되는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