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초창기 부터 냉전 초기까지 미국의 군사항공산업을 다룬 비들(Wayne Biddle)의 Barons of the Sky를 읽던 중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의 전시 동원체제가 본궤도에 올라가면서 군수산업에 종사하는 항공기 생산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항공기 생산회사들이 적자를 본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이 급속히 하락했다는 것은 꽤 의외더군요. 미의회에서는 기업의 순익이 생산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1940년에는 6%였다가 1942년에는 5%, 그리고 1943년에는 4%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시동원체제가 완성되어 갈수록 기업들은 재미를 볼 수 없었다는 이야기죠;;;;
이 책에서는 그 사례로 록히드의 P-38 가격을 들고 있습니다. 1942년 6월 육군항공대가 1,800대의 P-38을 주문했을 때 한대당 가격은 82,418달러로 록히드는 한대당 3,925달러의 순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하원에서 록히드가 폭리를 취한다는 보고서를 발행하자 상황이 꽤 안좋아졌습니다. 1943년 1월에 주문된 800대의 P-38은 한대당 가격이 66,861 달러로 떨어졌는데 한대당 순익은 2,572달러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944년 6월에 주문된 1,700대는 대당 가격이 67,589달러로 조금 올라갔지만 순익은 2,000달러로 더 떨어졌다고 하는군요;;;; 당시 록히드의 사장이었던 그로스(Robert E. Gross)는 꽤 실망했는지 1945년 1월 한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은 전쟁 기간 동안은 1942년 만큼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푸념했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군수 생산이 폭증하면 기업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전시동원체제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데 ‘갑’에 해당하는 정부가 ‘을’에 해당되는 기업의 이익을 꼬박꼬박 챙겨주는게 더 이상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