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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 금요일

잡담

뻘글입니다.

블로그스팟 블로그를 운영한 지 11년이 되고 나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건 2003년 말 네이버 블로그를 만든 것인데 몇달 사용하다가 그냥 폭파하고 이글루스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2006년 까지 이글루스를 운영하다가 이글루스 운영정책이 바뀌는게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도망갈 곳을 찾다가 블로그스팟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블로그스팟 블로그의 기본 기능은 정말 보잘것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동안 유료 서비스인 할로스캔을 설치해 댓글과 트랙백을 관리했는데 할로스캔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댓글들이 날아가거나 뒤죽박죽으로 섞여 버렸습니다. 가끔씩 시간이 되면 그나마 복구할 수 있는 댓글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예전 댓글들을 읽다 보면 참 묘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던 분 중에서는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뜨신 분도 있고 오프라인으로 잘 만나서 아직까지 친분을 유지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제 블로그는 쇠락하는 미디어라고 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블로그 만큼 제게 잘 맞는 서비스는 없는 듯 합니다. 페이스북을 하긴 하는데 긴글을 쓰기엔 좀 모자란 듯 하여 아는 분들과 연락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기능 이야기를 해보면, 초기의 블로그스팟은 자체적으로 도표를 만드는 기능이 없었습니다. HTML로 만들거나 외부 서비스를 쓰거나 하는 방법 정도가 있었는데 저는 그게 귀찮아서 한동안 워드로 표를 만들고 이걸 캡쳐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업로드한지 오래된 사진들이 깨지거나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서 예전에 올린 표들이 사라진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구글 문서에서 꽤 괜찮은 도표 기능과 주석 기능을 사용하고 있어서 블로그에 글 올리는게 한층 편리해졌습니다. 제가 군사사 글을 올릴 시간이 줄어든게 유감일 뿐이네요.

그나저나 초기에는 뻘글의 비중이 높았는데 요즘은 뻘글을 주로 페이스북에 쓰다 보니 블로그에 글 올리는 비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긴 글을 올리려면 블로그 말곤 마땅한 곳이 없군요. 구글이 블로그서비스 자체를 없애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블로그스팟을 계속 쓰겠지요. 빨리 군사사 글을 끄적일 시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잡담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로 도통 번역할 시간이 안생기니 잡담이나 풀어봅니다.

1990년대 이후로 영어권에서 소련의 시각을 반영한 군사사 서적들이 폭발적으로 출간됐습니다. 2차대전의 다른 측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약간의 부작용도 있었는데 소련이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생산한 주장들이 여과없이 '진실'로 받아들여진 것 입니다. 물론 2차대전사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보완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데이빗 글랜츠의 When Titans Clashed와 독소전쟁 항공전에 대한 개설서인 본 하데스티의 Red Phoenix Rising 증보개정판은 꽤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두 서적 모두 1990년대에 소련의 시각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공헌했지만 동시에 소련 중심의 시각에서 오는 문제점도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증보개정판으로 이런 문제점은 다수 해결됐으나 여전히 미진한 점이 몇가지 보입니다. 글랜츠는 여전히 독일 기록과 상충되는 일부 기록에서 소련쪽 주장을 옹호하고 있으며(체르카시 전투 등), 본 하데스티의 책도 쿠반 전투 같이 소련 기록이 완전히 엉터리인 경우 '양쪽 모두 전과를 과장했다'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시에 정확한 전과 산정이 어려워 과장이 발생하는건 만국공통이지만 사실 소련처럼 역사서술의 방향을 뒤틀 정도로 심각한 과장을 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점 입니다. 쿠반 항공전을 예로 들면, '독일 공군이 천여대의 항공기를 상실하고 제공권을 빼앗겼다'와 '독일 공군이 쿠르스크 공세를 위해 쿠반 지구의 공군력을 대거 북부로 이동시켜 소련 공군이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지요.

개인적으로 독소전쟁사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새로운 사실이 발굴되면서 기존의 서술도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를 뒤흔든 연구자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세번째 개정판은 무리겠지만 그들의 업적을 이어받을 후속 연구자들이 등장하겠지요.

2015년 12월 2일 수요일

외국 자료 수집에 관한 잡담


곰늑대님이 외국 아카이브 이용 문제에 대해 말씀하신 김에 생각나는 것 몇개를 끄적여 봅니다.

1. 사실 요즘은 외국의 여러 기관들이 보유한 자료들을 전산화해서 PDF로 공개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인터넷만 가지고도 취미로 군사사 공부를 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만 세상에 존재하는 자료는 너무나 많고 이것들을 전산화 하는건 너무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마이크로 필름으로 만드는 작업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넷 시대가 열린겁니다. 어쨌거나 취미로 군사사 공부를 한다 해도 어느 정도 선에 이르면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이럴 때 대안은 외국에 친구가 있다거나 연락처가 공개된 전문가들에게 부탁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후자는 연구자의 성향에 따라 쉽게 허락해 주는 사람도 있을테고 소요되는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아카이브 조사 및 자료 수집을 대행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2. 하지만 역시 가장 확실한건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알고 있는 본인이 직접 나가는 겁니다. 네. 그런데 이건 꽤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도 아카이브 작업을 해 보신 분이 있으시겠지만 언제나 돈이 문제죠. 그나마 유럽쪽, 특히 독일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편한데 미국 같은 경우는 아이젠하워 도서관 처럼 아카이브들이 깡촌에 소재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자동차가 필수이다 보니 차를 빌리건 중고차를 사건 간에 돈이 제법 깨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조사 기간 중 머무를 숙소를 구하는건데 현지에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은 이상 이게 가장 큰 부담입니다. 단기간 체류한다면 근처의 싼 모텔을 들어가도 되겠지만 조사 기간이 길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거워 지는군요.

하여튼 제 생각에 필요한 것은 첫번째도 돈! 두번째도 돈! 세번째도 돈! 입니다.


3. 돈과 시간 문제만 해결된다면 부담갈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이나 독일의 아카이브, 도서관은 전문성을 갖춘 사서와 잘 정리된 검색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개방성도 높으니 일단 준비만 갖추고 도착만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자료 수집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2003년 처음으로 프라이부르크의 BA-MA를 갔을때도 제 짧은 어학능력은 예상 만큼 큰 문제가 안됐습니다. 여러분이 독일어를 못한다면 영어에 능통한 아키비스트가 친절히 도와줄 것 입니다. 2003년 프라이부르크에서 실패했던 원인은 숙소를 구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는거죠. 하여튼 그 이후에는 어떻게든 해당되는 문제를 해결해서 큰 낭패는 없었습니다.


4. 채승병님의 페리스코프가 활발하던 무렵 이곳에다가 프라이부르크의 BA-MA 및 포츠담의 연방군사사연구소(MGFA) 도서관에 관한 짧은 글을 올렸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가 어렵군요.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블로그의 정치 관련글을 삭제하면서...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시간이 날 때 마다 블로그에 있는 정치관련글을 삭제하는 중 입니다. 특히 분노한 상태로 마구 써내려간 글들은 무조건 삭제하고 있는데 읽다 보니 한편으로는 제 가벼움에 부끄러움이 느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몇년이 지났건만 나를 화나게 만들었던 일들이 여전히 현재진형형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약간의 논쟁(?)이 있었던 몇몇 글들은 일단 남겨뒀는데 블로그를 다시 공개로 전환하기 전에 한번 더 읽어보고 삭제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댓글이 달린 글들을 삭제한다는게 찝찝하긴 합니다만 나중에 블로그를 공개로 돌렸을때 이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정리를 하긴 해야될겁니다.

2010년 8월 3일 화요일

문제가 생겼습니다

황당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블로거에 새로 추가된 기능인 템플릿 디자이너를 사용한 뒤 다시 Echo의 덧글서비스를 설치했더니 2009년 12월 이후, 그러니까 Echo 설치 후에 다른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이 모두 제 이름으로 변경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옛날 스킨을 설치했는데도 그대로여서 어이가 가출한 상태입니다.

지금 댓글창을 눌러보시면 아시겠지만 댓글의 다른분들 닉네임이 모두 "길 잃은 어린양"으로 바뀌어 혼잣말하는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Echo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할로스캔에서 Echo로 업그레이드 한 사용자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생하는 모양입니다. 댓글이 모두 날아갔다는 사람도 더러 있고;;;;

일단 문제를 해결할 때 까지는 댓글을 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조언은 대환영입니다. 일단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는 다른 댓글을 달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구제불능의 상황이라면 이대로 그냥 갈 생각입니다;;;; 그 때는 따로 공지를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이야기 하지만 당분간은 새 댓글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뒤 공지를 하겠습니다. 주의사항을 올린 뒤에도 자꾸 댓글이 새로 올라오니까 Echo 서포트 쪽에서 아무 이상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 까지는 댓글 달지 마십시오. 댓글이 달리면 무조건 삭제합니다.

스타2를 해 봤습니다

지난 주에 스타2 오픈베타를 한다길래 호기심에 설치를 해 봤습니다.

제 컴퓨터는 성능이 나빠 안될 줄 알았는데 사양을 조금 낮추니(중간정도 사양?) 쌩쌩 잘 돌아가더군요.

싱글캠페인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무서워서 지워버렸습니다.

2010년 7월 8일 목요일

글 하나를 삭제합니다

글 하나를 삭제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조롱하는게 썩 보기 좋은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니 그 황당한 주장에 성실하게 반박글을 쓰는 다른 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니 말입니다.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부도수표들...

대충 오늘 할 일을 정리하다가 블로그에 뭘 쓸까 끄적여 놓은 것들을 읽어 봤는데 이것들을 수습하려면 시간좀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진 주제들이라서 정리하는 차원에서 블로그 글로 만들어 보려는 것들인데 먹고사니즘의 압박으로 차분하게 자료를 읽고 정리할 여유가 줄어들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은 주제들, 다른 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은 글들이 많은데 생각만큼 안되는군요.

블로그의 방명록에도 써 놓았듯 즐거운 주말저녁의 맥주집 같은 분위기에서 떠들고 싶은 것들을 느긋하게 써보고 싶습니다. 궁색한 변명이긴 합니다만 요즘 제 생활은 월화수목금금금이 된 것 같아서. 여행 계획들은 계속해서 파탄나고 갑갑하군요.

2010년 3월 24일 수요일

궁금한 점

그냥 개인적인 잡상입니다.

간혹 독일책이 영어로 번역되는 걸 보면 원판에 비해 면수가 확 줄어드는 경우를 종종 보게됩니다. 예전에 몇몇 출판사들이 괴악한 번역을 내놓은 걸 경험한 일도 있고 해서 이런 경우에는 축약번역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예전에 Tiger der Division Das Reich의 영어판을 보니 독일어판에 비해 면수가 거의 200쪽 가까이 줄어든걸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 영어판을 사 볼 형편이 안되니 도데체 영어판은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호기심만 쌓이더군요. 물론 판형이 더 커져서 면수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수입이 갑자기 확 늘어나거나 로또를 붙을 것도 아니니 이럴 땐 그저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길 기다리는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2010년 3월 5일 금요일

어떤 학자의 연구노트

어떤 책의 서문에 있는 구절입니다. 아마 여기에 공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꽤 많을 듯 싶군요.

나는 얼마전에 내가 아직 학부생이던 15년 전에 작성한 아직 끝내지 못한 연구 과제들의 목록을 찾아냈다. 목록의 열 번째 줄에는 "성과 전쟁"이라는 주제가 있었고 그 옆에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렇지만 내 경력을 말아먹을 수 있다. 테뉴어를 받을 때 까진 기다리자"라고 적혀있었다.

Recently, I discovered a list of unfinished research projects, which I had made fifteen years ago at the end of graduate school. About ten lines down is "gender and war", with the notation "most interesting of all; will ruin career -wait until tenure."

Joshua S. Goldstein, War and Gender : How Gender shapes the War System and Vice Versa,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1, p.xiii

저도 이 구절을 읽고 살짝 웃었답니다.

2010년 2월 26일 금요일

잡담 하나

아래 글에 달린 좀 기묘한 논쟁 때문에.

당연히 창군 초기~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장교단이 모두 부패하거나 무능하진 않았겠지요. 당시의 기록을 보면 정말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필사적으로 싸운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까지 한데 묶어 무능하다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훌륭한 분 들 보다 무능하고 썩어빠진데다 잔인한 인간들의 기록이 더 많이 눈에 띄이더란 말입니다. 좌익 토벌한다고 출동해서 민간인이나 학살하고 원조 받은 물자를 빼돌리는데 어찌나 지독하게 빼돌리는지 어떤 품목은 원조 받은지 1년도 안되어 80% 이상이 사라지질 않나. 전투에 나가서 병사들에게 자폭 공격이나 시키니 '북괴군'에 투항해서 개망신이나 당하고 부대가 무너지는데 장교들이 먼저 군복 벗고 도망가서 조롱이나 받고. 훈련할 때 병사들이나 구타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우회기동이건 뭐건 없이 닥치고 돌격이나 시켜 병사들이나 개죽음 시키고.

제정신이라면 이런 기록들을 접하고 국민당 군대나 남베트남 군대보다 낫다는 생각은 절대 못 할겁니다.

제 블로그에 창군 초기 한국군의 문제점에 대한 글들이 가끔 올라가는데 관련 기록들이 많으니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게 될 겁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도 포함되겠지요.

2010년 2월 11일 목요일

기분전환

어제는 너무 우울하다 보니 일이 잘 안되더군요. 할 일도 있고 하니 바람쐬러 나돌아다닐 팔자도 아니어서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기분전환을 할 방법을 찾아 봤습니다.

그래서 모니터 바탕화면을 이것으로 교체했습니다.




바탕화면을 교체하니 심란한 마음이 가라앉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빨리 에바 파 DVD 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009년 4월 2일 목요일

Women, Armies, and Warfare in Early Modern Europe by John A. Lynn II

Women, armies, and warfare in Early Modern Europe
저자 : John A. Lynn II
출판사 :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17세기 중반까지 유럽 각국의 군대는 군병력 만큼이나 많은 수의 비전투원을 동반하고 움직였습니다. 규모가 큰 군대는 어지간한 대도시의 인구와 비슷한 규모의 민간인을 달고 다녔다고 하니 재미있지요. 군대를 따라다니는 민간인 중 상당수는 여성이었고 그 규모는 수천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군대에 속한 여성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저자인 린(John A. Lynn II)은 근대 초기 유럽군대에서 여성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절대왕정의 강화와 함께 군대가 상비군화 되어 가면서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는 근대 유럽의 군대의 성격과 군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민간인 집단, campaign community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근대 초기 유럽군대가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 유지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민간인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과 민간인 집단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6~17세기의 유럽군대는 용병집단으로 구성되었고 보급의 대부분을 약탈에 의존했습니다. 직업군인인 용병들은 자신의 급여로 부양하는 가족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며 이 때문에 군대가 편성되면 군대의 규모와 비슷한 숫자의 민간인이 모여들었습니다. 또한 보급을 약탈에 의존하는 특성 때문에 상업적 이익, 또는 단순한 생존을 위해서 모여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근대 초기의 유럽군대는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대규모의 민간인 집단, 특히 많은 여성들을 포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장에서는 군대를 따른 여성들의 성격에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군대에 동반된 여성 집단을 크게 매춘부(Prostitutes), 애인(Whores : 이 글의 저자는 whore를 매춘부가 아니라 미혼이되 한 명의 남자를 따르는 여자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군인의 부인(Wives)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매춘부와 애인의 경우 17세기 중반까지 많은 수가 군대와 함께 생활했지만 용병군대가 점차 상비군화 되어 가면서 군 규율의 유지를 위해 제도적으로 추방되어 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군인의 부인들이 부업 차원에서 매춘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군인의 부인들 또한 점차 군대에서 추방되어갔고 많은 유럽군대는 군인의 결혼을 엄격히 통제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여성들이 전투와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군대와 함께 생활한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군대 외부의 여성들에 대한 가해자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3장에서는 여성들이 군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하지 않는 ‘여성적인’ 일, 빨래와 바느질, 요리와 청소 등의 일을 수행했지만 동시에 그 이상의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부대 내의 상업과 수공업 등의 영역에 종사했으며 전투에서 일어나는 약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외에도 육체적으로 힘든 수송, 특히 군인들의 짐꾼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했으며 공성전시 참호를 파는 사실상의 ‘공병’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근대 초기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군대와 함께 생활한 여성들은 민간 사회의 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존재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군대의 상비군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체계적인 보급체계가 자리 잡아갔고 동시에 여성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축소되어 갔습니다.

4장에서는 여성들의 실제 전투참여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먼저 대중문화에서는 여성의 전투 참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본 뒤 실제 여성의 전투 참가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17~18세기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에 비해 낮았고 여성이 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터부시 되었지만 대중문화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여성은 흥미의 대상으로서 자주 다루어 졌습니다. 반면 실제 군대에서 여성의 전투 참가는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전투에 참가한 여성들은 대부분 남장을 하고 정체를 남자로 속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남자로서 군인이 된 여성들 중 동성애자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프랑스혁명도 전체적인 틀을 바꾸어 놓지는 못 했습니다. 프랑스혁명 초기에는 구체제의 악습을 타파하는 차원에서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군대에 입대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대부분 선전적인 의도에서 이루어 졌으며 결국 혁명의 열기가 점차 가라앉으면서 혁명정부는 ‘쓸모 없는’ 여군들을 군대에서 추방했습니다. 저자의 지적 처럼 혁명 군대 또한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구체제의 군대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저자는 근대초기의 자율적인 용병군대가 점차 절대왕정 아래의 규율 잡힌 상비군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여성이 수행하던 역할의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고 결론 내립니다. 근대국가의 군대로 개편되어 가면서 군대가 국왕의 신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밖에 없는 약탈 보급은 점차 줄어들었으며 보급에 부담을 초래하는 불필요한 민간인, 특히 여성들은 퇴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근대 초기의 유산인 군대를 따르는 민간인 사회는 군대의 근대화와 함께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 저작은 16세기부터 19세기 초 까지 전쟁과 여성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좋은 개설서 입니다. 특히 19세기부터 최근까지 연구사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여성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저자가 자신의 연구가 논리적으로 약간의 비약이 있으며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저작입니다.


잡담 하나. 읽다 보니 아주 재미있는 구절이 눈에 띄더군요.

In any case, officer’s wives were at the top of the hierarchy where her husband’s rank determined her position.(p.89)

사단장 마누라는 사단장 행세를 하고 연대장 마누라는 연대장 행세를 한다는 한국 군대가 생각이 났습니다;;;;

잡담 둘. 많은 저작들은 책의 앞 부분에 ‘이 책을 000에게 바칩니다’ 라는 문구를 적어 넣지요.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의 손녀인 Helena Grace Lynn에게 바치고 있군요. Miss Lynn, 훌륭한 할아버지를 두어서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