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전략폭격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전략폭격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8년 4월 18일 금요일

“대타격(der grosse Schlag)” 작전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었을까?

아래의 글, "대공포는 의외로 효율적이다"에 라피에사쥬님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종종 갈란트가 제안한 연합군 폭격비행대에 대한 '대규모 요격작전' 역시 44년 후반기부터는 효율성이 크게 의심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소수의 요격부대만을 내보내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것보단 나았겠지만 당시의 상황은 '독일공군이 게릴라전을 펼쳐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열세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아돌프 갈란트가 구상했다는 “대타격(der grosse Schlag)” 작전은 만약 실행 됐더라면 단일 공중전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됐을 작전입니다. 갈란트는 1943년 10월의 제 2차 슈바인푸르트(Schweinfurt) 공습 이후 이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아시다 시피 이 작전은 영국본토 방공전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 입니다. 즉 가용 가능한 전투기 부대를 총 출격시켜 단 한번에 미 육군항공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죠. 갈란트가 구상한 계획은 대략 이랬다고 합니다. 먼저 제 1파로 2,000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폭격기 부대를 공격합니다. 2,000대는 미군의 호위전투기 부대를 수적으로 압도할 수 있으니 나머지가 폭격기를 집중공격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100대 정도의 야간 전투기들이 대기하다가 스웨덴이나 스위스로 도주하는 손상을 입은 폭격기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비대인 400~500대의 전투기를 발진시켜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400~500대 정도의 폭격기를 한번에 격추시킨다면 미군은 슈바인푸르트에서 그랬던 것 처럼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때 까지 폭격을 연기할 테고 이 정도 규모의 손실이라면 독일측이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갈란트의 구상대로 이 작전이 실행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면 지금쯤 영화 두 세편은 나왔다에 천원 을 걸겠습니다.

그런데 당시 독일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작전은 실행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2,500대가 넘는 전투기를 단 한번의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서 전투기와 조종사를 모은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이었을 것 입니다. 갈란트가 처음 대타격 작전을 구상하던 무렵인 1943년 12월, 독일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를 모두 긁어 모아야 1,500대를 조금 상회하는 규모에 실제 가동 기수로만 따지면 1,0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니 제국항공군(Luftflotte Reich) 예하에만 가동가능 한 전투기 2,500대를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 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미 1944년 여름이면 독일공군의 전투기 부대들은 서부전선 동부전선 할 것 없이 이곳 저곳 구멍을 막으러 다니는 실정이니 조종사와 전투기가 꾸준히 소모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독일의 항공기 생산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었는데 피해도 기록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었으니 별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죠. 예를 들어 1944년 6월 1일에 제국항공군은 총 788대의 단발전투기(이 중 472대 가동 가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전투기 부대들을 차출당해 1944년 7월 1일에는 388대의 단발전투기(이 중 242대 가동가능)만을 보유하는데 그쳤습니다. 여기에 본토 방공전으로 인한 손실도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었으니 반격을 위해 2,500대의 전투기를 집결시킨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육군항공대가 1944년에 영국 본토에 대규모의 전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던 점도 문제입니다. 1944년 1월 영국에 주둔한 미 제8공군은 폭격기 1,082대, 전투기 909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6월에는 폭격기 2,547대, 전투기 1,112대로 늘어납니다. 당장 미 제8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숫자만 가지고도 독일제국항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숫자를 가볍게 뛰어 넘고 있지요. 게다가 더 무시무시한 것은 미군도 손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는 점 입니다. 미 제8공군은 1944년 1월에 211대, 2월에 299대, 3월에 349대, 4월에 409대의 폭격기를 잃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폭격기 대수는 계속 늘어나지요.;;;;; 정말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장 1944년 하반기로 접어들면 대규모 작전이 있을 때 미 제8공군은 한번에 중폭격기만 1,300~1,400대씩 출동시킵니다. 여기에 호위 전투기가 600~700대씩 딸려오지요. 이건 뭐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1944년 12월 말이면 제국항공군과 제3항공군을 합쳐서 대략 1,000대 정도의 가동 가능한 전투기가 있었는데 이것들을 한번에 출격시키더라도 폭격기들을 공격할 수 있는 전투기는 300~400대 수준이니 좀 후하게 쳐서 미군 전투기들과 1대 1 비율로 교전하더라도 나머지 전투기들은 네 배가 넘는 중폭격기(강력한 방어화력을 갖춘) 들을 상대로 고전할 수 밖에 없었을 것 입니다. 특히 1944년에 급격히 저하된 독일공군 조종사들의 실력을 본다면.;;;;; 1944년 하반기에 들어가면 독일공군도 한달에 3,000대 가까운 Bf 109와 Fw 190을 보충받는데 그래 봐야 전체 전투기 전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걸 보면 이 시기에 얼마나 손실이 격심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형편이니 2,500대의 전투기를 모아 일격을 먹여주겠다는 갈란트의 구상이 현실화 되기는 정말 어려웠을 겁니다.

2008년 4월 8일 화요일

대공포는 의외로 효율적이다

오늘 오전에 방문객 여러분들을 심란하게 해 드렸으니 뭔가 만회(?)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날림 번역을 하나 했습니다.(굽신)

2차대전 중 독일 본토방공전에서 독일군 대공포의 형편없는 명중률은 무기의 효율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입니다. 미 제 8공군은 유럽전역에서 약 3,000대의 B-17과 약 1,000대의 B-24를 상실했는데 이 중 대략 30% 정도가 대공포에 의한 것 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엄청난 양의 포탄이 사용되었고 그 덕분에 다들 잘 아시는 대공포의 낮은 명중률에 대한 이런 농담도 생겼다지요.

사형수를 교회 첨탑에 묶어 놓고 대공포를 쏘아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사형수는 굶어 죽었다.

대공포가 쏘아대는 포탄에 비해 떨어뜨리는 비행기가 얼마나 적었으면 저런 농담도 나왔겠습니까만 모든 것을 단순히 계량화된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는 것이죠. 단순한 숫자의 나열만으로는 그 뒤에 숨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법 입니다. 당연히 이런 대공포 폄하론(?)에 대한 반박이 없을 수가 없지요. 웨스터맨(Edward B. Westermann)은 독일군 대공포의 효율에 대해서 좀 색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전쟁 이후의 문헌들은 대개 대공포 부대를 유지하는데 소요된 경제적, 물질적 비용에 대해 대공포는 엄청난 자원을 소모한 반면 그 성과는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공포의 비효율성에 대한 주장 중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사례는 1944년에 88mm FLAK 36/37이 평균 포탄 16,000발을 발사해서 비행기 한대를 격추시켰다는 것이다. 포탄 한발이 80마르크였기 대문에 이것은 비행기 한 대를 격추시키는데 1,280,000마르크, 또는 512,000달러가 들었다는 이야기다. 기술적으로 정확하다는 조건하에 대공포의 효율성을 1920년대의 주식시장의 성과와 비교한다면 1944년의 수치는 악명 높은 주가폭락이 일어난 다음날인 1920년 10월 25일의 다우존스 지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요소들을 상세하게 분석해 보면 1944년에 비행기 한 대를 격추시키기 위해서 16,000발의 88mm 포탄을 사용했다는 통계는 여러 점에서 통계적으로 간과된 부분이 있다.
1944년도에 비행기 한 대를 격추시키기 위해서 16,000발의 88mm 포탄을 소모한 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먼저 독일군의 대공포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88mm FLAK 36/37 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포는 유효 고도가 26,000피트로 B-24의 평균 폭격 고도는 넘지만 평균 24,000피트에서 27,000피트의 폭격 고도를 가지는 B-17의 경우에는 폭격고도의 하한선을 살짝 초과하는 수준이다. 그렇기 대문에 1944년도에 제 8공군이 독일의 목표를 타격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B-17을 사용한 것은 대부분의 독일공군 대공포대는 그들의 유효 교전거리의 최대 한계 또는 그 이상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로 많은 포대는 평균 포신 수명 이상으로 포를 사용해 효율성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포신의 마모로 인한 명중률 저하와 포신 폭발로 인한 포 사수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었다. 1944년 전 기간 동안 대공포대는 한달 평균 380문의 88mm포를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포신 마모로 상실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1943년의 두 배, 1942년의 아홉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유효 교전거리의 미달과 과도한 포신 마모라는 문제점에 더해서 1944년도에 독일 본토에 262개의 중대공포대가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부대들은 정교한 사격 통제 장비 없이 88mm FLAK 36/37 이나 개조한 75mm 대공포를 사용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포대들은 대량으로 탄막을 치는 방식을 써야만 했다. 대공포대의 숫자가 많았다는 점은 이들 부대가 장비한 대공포가 구식이었다는 점과 함께 왜 1944년에 그토록 많은 포탄이 사용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특수한 살포 장비를 장착한 폭격기로 채프를 살포해 독일군이 레이더로 목표를 추적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 같이 연합군의 전자전 수단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구식 대공포와 장비에 더해 1943년과 1944년에 대공포 부대에 많은 수의 보조원이 투입된 것도 88mm 포대의 성과를 저하시키고 이로 인해 비행기 한대 격추에 필요한 포탄이 크게 늘어나게 한 요인이다.
아마도 128mm 대공포와 88mm 포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대공포의 효율성 문제를 가장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1944년 전 기간 동안 128mm 대공포는 포탄 3,000발 당 비행기 한대를 격추시켰는데 이것은 88mm 포가 소모하는 포탄양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 이었다. 이 두 종류의 대공포의 성과가 이토록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두가지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128mm 포는 연합군의 모든 폭격기의 작전 고도보다 높은 35,000 피트의 유효 교전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128mm 포대는 모두 독일공군 대공포 부대의 정예라 할 수 있는 독일 공군의 정규 대공포병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128mm 포의 우수한 성과는 잘 훈련된 포병과 우수한 장비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공군은 불행히도 1944년에 전체 중대공포의 5%에 불과한 128mm 2연장 대공포 31문과 525문의 128mm 대공포를 보유했을 뿐이었다.
1944년의 비행기 한대 격추당 소비한 포탄량과는 달리 개전 이후 첫 20개월 동안 비행기 한대 격추당 소비한 포탄의 양은 중대공포의 경우 2,805발, 경대공포의 경우 5,354발 이었다. 연합군의 전자전 시도와 악천후가 이어진 1943년 11월과 12월 사이에 대공포부대는 적 비행기 한대를 격추시키는데 중대공포는 4,000발, 경대공포는 6,500발의 포탄을 소비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기간 동안 대공포 부대는 적 항공기 한 대를 격추시키는데 경대공포의 경우 4,940발, 중대공포의 경우 3,343발의 포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 중 후자의 통계를 사용하면 적 항공기 한대를 격추시키는데 들어간 비용은 중대공포의 경우 267,440마르크/106,976달러, 경대공포의 경우 37,050마르크/14,820달러다. 명백히 비행기 한대를 격추하는데 사용된 대공포 탄약의 양은 (대공포가) 항공기 격추에서 기여한 몫에 대한 대략적인 추정에 불과하다. 이런 추정은 무기와 그에 관련된 장비를 생산하는데 소요된 자원의 가치와 대공포 사수를 훈련시키는데 들어간 비용을 간과한 것이다. 그렇기 대문에 전투기에 의한 적기 격추와 대공포에 의한 적기 격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전투기의 설계, 생산,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숨겨진 비용 때문에 성립되기 어렵다. 전투기의 경우 비행장의 건설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전투기의 유지와 정비, 연료비용, 여러 특수한 훈련과 수백시간의 비행 등 전투기 조종사의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등 여러 기반 비용을 포함해서 평가해야 한다.
대공포 부대가 상대한 적 항공기의 생산가격을 살펴보는 방법도 대공포 1문의 경제적 효용을 계산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42년도에 장비를 완전히 갖춘 B-17 한대의 가격은 292,000달러였고 역시 같은 조건의 B-24는 327,000달러였다. 중폭격기와 더불어 노스 아메리칸 B-25의 1942년도 가격은 대당 153,396달러, 마틴 B-26은 대당 239,655달러였다. 중형폭격기의 대당 가격에는 유지, 정비, 연료, 그리고 폭격기 조종사의 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제외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서든 중대공포가 적 항공기 한 대를 격추시키는데 107,000달러를 소비하고 경대공포가 15,000달러를 소비하는 것은 폭격기의 생산 비용을 생각할 때 결코 낭비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방대한 경제적 자원과 대규모의 생산 잠재력을 가진 미국이 참전한 것은 연합군이 추축국에 대해 재정적 소모전을 강요할 수 있게 한 요인이었고 독일 공군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Edward B. Westermann , FLAK : German Anti-Aircraft Defenses, 1914~1945,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1, pp.292~294

위의 글에서는 비용을 가지고 이야기 했는데 전투기 부대의 격추율도 1944년에 들어오면 비참할 정도로 떨어집니다. 1944년 하반기에 가면 폭격기 1대당 전투기 4~5대가 격추되는 전투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요. 대공포의 전과는 감소 추세를 보이긴 하더라도 비교적 완만합니다. 즉 대공포가 아주 낭비적인 무기는 아니었던 셈 입니다. 그리고 위의 글 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쟁 중반까지는 대공포의 명중률이 꽤 양호했습니다. 미국 육군항공대의 폭격기 조종사들의 회고를 보더라도 1943년까지는 독일군 대공포 사격이 꽤 정확했다는 언급이 더러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볼 때는 알기 어렵지만 실제 참전자들은 대공포의 위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Brian D. O’neil의 Half a Wing Three Engines and a Prayer를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었던게 독일군의 대공포 탄막의 위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1944년도에 독일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소모율이 얼마나 높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대공포의 경제적 가치는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훈련시키는 것 보다는 대공포 사수 한 명을 교육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싸겠지요. 게다가 포탄 장전 같은 비교적 단순한 임무는 훈련이 덜 된 인력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1944년에 독일공군 대공포 부대의 인력 중 40% 가량이 잡다한 보조 인력이었다고 하지요. 반면 전투기는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의 조종 교육은 시켜야 하니 격추 대비 효율로 치면 별로 경제적이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