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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3일 월요일

Russia’s Struggle for Military Reform: A Breakdown in Conversion Capabilities

지난번에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7호 1권의 러시아 국방개혁특집을 간략히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27호 1권의 특집에는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한계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많이 실렸습니다. 27호 1권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이 있기 전에 기획되었기 때문에 최근의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할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바로 27호 2권에 최근의 사태를 반영한 글이 한편 실렸습니다. 필자는 조지타운 대학교의 제임스 마샬James A. Marshall이고 제목은 “Russia’s Struggle for Military Reform: A Breakdown in Conversion Capabilities”입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27호 1권의 특집과 논조가 유사합니다.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토대가 허약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국방개혁의 전망은 밝지가 못하다는 것 입니다.

필자가 첫번째로 지적하는 것은 인구와 예산과 같은 전략적 자원 문제입니다. 러시아군은 아직까지도 모병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징집병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병역기간이 단축되어 징집병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2년에는 335,000명의 징집병이 필요했는데 2009년에는 병역기간의 단축 때문에 필요한 징집병의 숫자가 625,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러시아의 인구가 1억4520만명에서 1억4200만명으로 격감했다는 것 입니다. 병력자원이 부족해서 징집병의 숫자만 채워넣는 형편인데 한해 징집되는 병력 중에서 실제로 군복무에 적합한 건강상태를 가진 인원은 전체의 40~45%수준이라고 합니다. 체력은 물론 다른 질도 크게 떨어지는데 징집병 중 상당수의 문맹자, 알콜중독자, 범죄자가 있다고 합니다. 징집자원의 낮은 질과 함께 여전이 열악한 군인에 대한 처우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필자가 적용한 이론적 틀은 쉴즈Shils와 재너위츠Janowitz가 2차대전기 독일군을 연구할 때 사용한 좀 오래된 기준이긴 합니다만 ‘군생활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 ‘상관과의 관계’와 같은 기준은 현대 러시아군에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식통계를 인용한다 하더라도 러시아군의 탈영율은 평화시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꽤 높은 편이며(공식통계에 따르면 2,265명) 필자는 한발 더 나가 실제 탈영율이 공식통계를 상회할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 사회에서 극우주의적인 경향이 두드러지곤 있다 해도 소련 붕괴이후로 지속된 민족주의의 약화도 군의 사기를 유지하는데 있어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국방예산의 경우 푸틴의 집권이후 급증해서 현재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국가총생산의 3.9%를 국방예산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부정부패 때문에 증액된 예산의 상당수가 횡령되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군검찰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방예산의 20%가 횡령되고 있고 비공식 통계로는 30% 가까이 횡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또한 국방예산의 40%가 핵전력을 유지하는데 소모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때문에 재래식전력의 현대화에 돌아갈 수 있는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다음으로는 러시아의 군수공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연구개발 기반이 붕괴되어 이것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데다가 러시아의 군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20%에 달해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군수기업들이 보유한 설비의 70%는 사용한지 20년이 넘은 것이기 때문에 노후화가 심해서 생산 효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두번째로는 러시아의 안보환경과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러시아 내부의 비대칭 위협, 중국의 군사적 부상, 그리고 숙적(!)인 NATO의 존재 등 세가지 요인을 지적합니다. 러시아 내부의 비대칭 위협으로는 체첸 민족주의자들의 테러활동을 꼽고 있습니다. 필자는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수준으로 유지가 가능한 소규모의 정예 직업군인 위주의 군대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규모 군대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협은 러시아 내부의 비대칭 위협 정도일 것이라고 봅니다. 반면 숫적으로 우세한 중국군이나 기술적으로 우세한 NATO에 대한 대응은 핵전력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추구하는 군사력 감축과 정예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 입니다. 푸틴은 2000년대 초에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부사관의 정예화를 추진했지만 이것은 푸틴이 다시 대통령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세르듀코프가 국방부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 추진한 장교단 감축이 완료되지 못한 이유도 러시아군 부사관단의 수준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서방국가에서는 부사관의 담당하는 임무를 담당하기 위해 장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러시아 군부가 여전히 전면전에 대비한 대규모의 병력동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도 장교단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필자는 세르듀코프 시기에 강하게 추진된 병력감축과 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구조 개편에 대응하는 교리상의 혁신이 있었느냐 하는 것 입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크림 반도 병합에 대해서도 러시아군의 개혁이 성공한 증거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여줍니다. 먼저 우크라이나군은 조지아군 보다도 전투의지가 약해 싸움 자체를 회피했으며, 크림 반도에 투입된 부대는 러시아군의 최정예인 특수부대와 공수부대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군구조 개편의 대상이었던 지상군의 대부분이 아직 전투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필자의 지적은 타당합니다. 필자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는 러시아가 국가적인 역량을 국방개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먼저 러시아의 취약한 민군관계를 지적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세르듀코프의 해임입니다. 그 원인이 푸틴이 장교단 감축과 같은 급격한 국방개혁에 저항하는 군부 보수파의 손을 들어준 것에 있다는 것 입니다. 필자는 군부가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원인을 스탈린 사후 문민통제가 약화되면서 군사적 전문성을 가진 군부가 강력해진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고르바초프 집권기에는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고 소련 붕괴 이후의 러시아에서는 이것이 더욱 고착화 되었다는 것 입니다. 필자는 헌팅턴의 민군관계 모델로 이것을 설명하는데 러시아군의 문민통제 유형을 주체적 문민통제Subjective Civilian Control가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군부가 강력한 독립성을 가지는 객체적 문민통제Objective Civilian Control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군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군부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있으며 군부의 이해관계는 대규모 전면전을 대비해 방대한 군조직을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군장교단은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징집병에 의존하는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징집병들이 군지휘관들의 사적인 사업에 노동력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요. 반면 자원병은 지휘관이 사적으로 착취하기 곤란한 대상입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에서는 징집병의 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합니다.
또한 러시아가 여전히 NATO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점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NATO에 대응하기 위해 핵전력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붙다 보니 재래식 전력을 개선하는데 투자할 기회비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입니다. 필자는 러시아의 잘못된 위협 인식이 국방개혁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의 군사교리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전쟁의 중요한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수적인 군부가 여전히 대규모 전면전을 선호하고 있어서 군사교리의 전환이 어렵다는 것 입니다. 필자는 최근(2010년) 러시아의 군사교리가 신속전개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시동원을 위한 대규모의 예비군 확보를 명시하면서도 두가지 상충되는 목표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르듀코프 시기의 군병력 감축과 군구조 개혁에 관련된 내용도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민간 관료들이 원하는 목표와 군부의 요구가 어정쩡하게 반영된 타협물이라는 것 입니다.

러시아군의 개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관찰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전부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위험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러시아군이 실전을 치르게 된다면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겠지요. 관찰자인 제3자의 관점에서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왜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되지 않는 걸까?”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렌스 프리드먼(Lawrence Freedman)의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도 그런 책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심심할 때 마다 북한의 핵공갈이 튀어나오는 국가인 만큼 핵전략에 대한 의문도 많을 법 한데 의외로 ‘핵전략’에 대한 관련 서적 찾아 보기가 어렵더군요.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서적들은 많지만 순수하게 ‘핵전략’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서적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물론 도서출판615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제외하고) 도서검색을 해 보면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핵전략에 대한 서적들이 제법 번역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는 핵전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는지 ‘핵전략’에 대한 서적이 소개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잊을 만 하면 기어 나오는 북한의 핵공갈에서 볼 수 있듯 핵무기가 가지는 정치적 위상은 냉전이 끝났어도 여전합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는 여전히 ‘최종’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지요.

프리드먼의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는 핵무기 문제에 대한 잘 씌여진 개설서 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나온 뒤 2003년에 제 3판이 나왔으니 거의 30년은 된 책이지요. 여전히 개설서로서 좋은 평을 받으면서 꾸준히 나온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꾸준히 개정판이 나오면서 새로운 내용도 추가되었는데 1980년대의 핵 전략과 냉전 종식 이후의 핵무기 문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미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냉전시기 핵무기 경쟁의 주된 참여자는 미국과 소련이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영국, 프랑스, 중국에 대한 서술이 지나치게 적습니다. 그나마 유럽은 중요하게 다뤄지는 편이라 7장이 유럽의 핵문제에 할애되어 있고 이 중에서 한 절은 영국에, 나머지 한 절은 프랑스와 서독의 핵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국가들에 대한 서술이 이렇다 보니 인도나 파키스탄은 그야말로 듣보잡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책 후반부에 짤막하게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개설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책은 전략폭격의 하위 수단으로 인식되던 1940년대의 초보적 핵 전략에서 상호파괴확증전략(Mutual Assurance of Destruction)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핵전략의 발전 과정에 영향을 끼친 여러 이론들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나오는 간략한 설명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에게 아주 유용한 참고서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의 핵공갈이 튀어나올 때 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면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걸 보면 왜 이런 책은 번역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