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5일 수요일

한국군 장성들에 대한 주한미군사고문단장의 평가

며칠 전에 쓴 '김홍일 장군의 원대한 "建軍" 구상'에서 김홍일 소장의 기계화부대 건설 구상을 다소 비판적으로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거 어째 김홍일 소장을 졸지에 몽상가로 만들어 버린 듯 해서 찝찝하더군요. 초기 한국군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김홍일 소장은 중국군 출신에 대해 비판적이던 미군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군측은 일본식 교육을 받은 장교들이 중국식으로 교육받은 장교들 보다 우수하다고 보았고 중국식 교육을 받은 장교들에 대해서는 극도로 비판적이었는데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김홍일 소장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서 한국전쟁 발발 직전 군사고문단장이었던 로버츠(W. L. Roberts) 준장의 한국군 장성들에 대한 평가를 인용해 보지요. 아래의 인용문은 로버츠 준장이 육군본부의 볼테(Charles L. Boltes) 소장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인용한 것 입니다.

일본식으로 교육받은 장교들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중국식으로 교육받은 장교들에 비해 월등히 우수합니다. (그러나) 일본식으로 교육받은 장교들은 내버려 두면 일본식으로 지휘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중국식으로 교육받은 장교들은 높은 계급과 체면을 중시하며 그들이 중국군에서 가지고 있던 계급보다도 더 높은 계급을 원합니다.

(중략)

한국군의 고위장교단의 지도력은 매우 매우 부족합니다.

총참모장은 일본군 시절 소령으로 병기창에서 근무했던 인물입니다. 매우 열심히 노력하며 우리의 조언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물자를 횡령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현재 한국군 장성 중에서는 가장 총참모장에 적합한 인물일 것 입니다. 그는 비만이지만 호감을 주는 인물이며 또 소장으로 진급하길 원하지만 좋은 조언자인 자신의 고문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모차장은 한국군 지휘관중 가장 유능한 인물이며 훌륭한 전술가로 사단장으로도 적합한 인물입니다. 최근 그는 지리산 지구 전투사령관으로 남부 지역의 공비들을 섬멸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정(일권) 입니다.

행정참모부장(원용덕)은 준장으로 원래는 군의관이었으며 반미주의자이고 무능함 때문에 사단장(5사단)에서 해임되었습니다.

호국군무실장은 준장으로 시대에 뒤떨어진(fuddy-duddy) 일본식 교리만 아는 인물로서 주의 깊게 감시하지 않는다면 사고를 칠 것(put it over) 입니다. 그의 이름은 신(응균)입니다.

한국군 1사단장(김석원)은 정치적 배경으로 임명된 준장으로 한국군 총참모부와 국방부장관이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지휘하는 사단은 38도상의 개성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1사단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만약 미국인 고문관이 제어하지 않는다면 그자는 군벌처럼 될 것 입니다. 그는 사단의 8개 대대 중 7개 대대와 1개 포대를 특별히 중요한 일도 없는데 전방에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고문단에서는 그를 보통 곤경에 빠진 장군들이 가는 남쪽(게릴라 토벌)으로 전출시키려 시도 중입니다. 우리측에서는 예비대가 부족한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에 1사단의 후방에 추가로 부대를 배치했습니다.

7사단장(이준식)은 준장이고 이범석의 정치적 친구입니다. 고문단은 이제 겨우 그를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7사단은 바로 서울 북쪽의 38도선상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6사단장(유재흥)은 괜찮은 인물입니다. 우리측에서 그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제주도를 평정했으며 고문단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합니다.

동북해안지구에 배치된 8사단장(이형근)은 베닝(Fort Benning)에 교육을 보낸 세 명 중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장군이 되더니 맛이 갔으며(burst his buttons) 더 이상은 안되겠습니다. 그는 통위부 시절이 전성기 였습니다. 그의 고문관인 중령도 당시에는 잘 나갔지만 너무나 쉽게 출세한 나머지 먼저 한 명이 나가 떨어지고 그리고 나머지가 그 뒤를 따르게 될 것 입니다.

수도경비사령부 지휘관(권준)은 대령으로 중국군 출신입니다. 즉 별 능력이 없으며 그는 그에 걸 맞게 행동합니다. 정치적 배경으로 임명되었으며 우리는 반드시 그를 해임시킬 것 입니다.

2사단장 송호성은 준장이며 한국군 최초의 장성입니다. 중국군 출신이며 원래 국방부장관이었던 이범석과 정치적 앙숙입니다.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져있으며 이범석파는 그를 가을쯤에 외국(아마도 중국대사관 무관)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는 작은 거래에는 서투른 편입니다. 사단장병들에게 훈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술적으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며 특히 여순반란에서는 최악이었습니다. 비록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그에게 온갖 칭찬을 다 했지만 실제로 일을 담당한 것은 풀러 대령(현재 25보병사단 참모장인) 이었습니다.

3사단장은 이응준 소장으로 그는 일본군 대령이었습니다. 한국군 장군 중에서는 매우 유능한 편이지만 예전에 그의 예하 대대장 두 명이 대대를 이끌고 월북해서 곤경에 처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응준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에 임명하길 원합니다. 이응준은 한국군 장성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5사단장은 사단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육본 정보국장이었습니다. 이름은 백(선엽) 입니다. 우리는 그를 지지하며 저 또한 그가 좋은 지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대령 중에도 유능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중국군 출신 장군 중 가장 유능한 사람은 김홍일 소장이며 현재 그는 육군사관학교장으로 있습니다. 나이는 50이며 매우 명석하고 성실하며 학자풍인 인물이고 미국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한국군 지휘관들이 전술적 지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요한 작전이 전개된다면 우리 고문관들이 전술적 실수를 막아줄 수 있겠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체면을 중요시하며 많은 경우 말 보다 행동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Roberts to Boltes'(1949. 8. 19), RG 338, KMAG, Box 8, Brig General W. L. Roberts(Personal Correspindence), 1949; Brig General W. L. Roberts(Memorandum), 1949

매우 주관적인 평가지만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전반적으로 중국군 출신 장성들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지만 김홍일 소장에 대해서는 평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후한 평가는 그가 Americanize 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만;;;;

추가) 로버츠 준장은 한국군 고급장교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한국군 사병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군 병사에 대한 평가를 발췌해 봅니다.

사병들은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군 사병들은 6개월 정도의 훈련이면 상당히 좋은 병사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군 사병들의 주의 깊음, 극기정신, 훈련에 대한 욕구, 명령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의지, 완고함은 미군 병사들이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Roberts to Boltes'(1949. 8. 19), RG 338, KMAG, Box 8, Brig General W. L. Roberts(Personal Correspindence), 1949; Brig General W. L. Roberts(Memorandum),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