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5일 일요일

부어헤스(Voorhees) 위원회 보고서와 한국전쟁 직전 미육군의 대전차무기에 대한 평가

며칠전에 올렸던 “리델하트는 어떤 맥락에서 한국전쟁기 북한군의 기갑부대 운용을 비판했는가?”와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리델하트의 전차무용론 비판은 전제가 잘못되긴 했지만 결론 자체는 제법 타당합니다. 전차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아직까지도 지상전력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리델하트는 전차무용론에 대한 가장 최근의 사례로 한국전쟁 이전 미육군부장관 페이스Frank Pace, Jr.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저는 리델하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비판한 미육군의 전문가들이 누구였을까 조금 생각을 해 봤는데 혹시 부어헤스 위원회의 보고서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어헤스 위원회는 페이스의 전임 육군부장관이었던 그레이Gordon Gray가 당시 미육군의 전반적인 전략-전술적 상황을 평가하기 위하여 육군부 차관이었던 부어헤스Tracy S. Voorhees를 위원장으로 조직한 것 입니다. 이 위원회는 육군부 차관 부어헤스, 육군부 차관보 알렉산더Archibald S. Alexander, 부시Vannevar Bush, 육군 중장 에디M. S. Eddy, 육군 중장 라킨T. B. Larkin, 육군 중장 그룬터Alfred M. Gruenther, 육군 소장 매컬리프A. C. McAuliffe, 육군 준장 비슬리Rex Beasley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부어헤스 위원회의 보고서는 1950년 4월 19일에 육군부장관에게 보고되었습니다. 부어헤스 위원회 보고서는 트루먼 행정부에서 공군, 특히 전략공군이 미국의 국방력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소련과의 전쟁에 대비해 육군을 어떻게 증강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는 한국전쟁 직전 미육군이 자체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전차 무기와 전차에 대한 평가입니다. 보고서에서 대전차무기의 발전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부분은 1950년 4월에 그레이의 후임으로 육군부장관에 임명된 페이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부어헤스 위원회 보고서에서 대전차무기의 발전에 대해 내리고 있는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전차전 : 기갑차량을 파괴하는 분야에서는 가장 놀라운 발전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행해진 시험을 통해 중전차를 구식 무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와 탄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소련이 수천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엄청난 잠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소련의 전차가 더이상 강력한 무기로 존재할 수 없다면 전반적인 정세가 바뀔 것이다.

지난번 전쟁(2차대전)에서 바주카포에 사용되어 전차의 장갑을 관통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던 성형작약탄이 개발되었다. 또한 가볍고 운반이 매우 쉬운 무반동포도 개발되었다. 이제 두가지 무기가 결합되었다. 이미 두터운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90mm 무반동포용 성형작약탄이 만들어져있다. 분대화기로 운용하거나 지프에 탑재하여 어떠한 전차라도 단 한발에, 그리고 충분한 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무반동포를 생산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 경장갑 차량이 어떠한 전차라도 상대할 수 있게 되고 어떠한 수준의 장갑을 가진 전차라도 관통할 수 있는 포를 탑재할 수 있게 되면 중전차의 시대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

Antitank : The most striking advance has to do with the defeat of armor. It now appears from tests already made that it is clearly possible to build at relatively small expense guns and ammunition which can render the heavy tank an obsolete weapon. This is of enormous potential significance, since Russia has some forth thousand tanks. If they cease to be an overpowering weapon, the entire outlook is changed.

During the past war there was developed a shaped charge projectile, used in the bazooka and remarkably efficient in penetrating armor. There was also developed a recoilless gun, giving a light and highly portable weapon. These can now be joined. Already projectiles have been made for 90mm. guns which can penetrate thick armor. It is entirely possible to make a gun which could be handled as a squad weapon or carried by a jeep which can destroy at a single shot - and at useful ranges - any tank whatever. When a lightly armored vehicle is a match for any tank and carries a gun that can penetrate any armor a tank can carry, the days of the heavy tank are at an end.

“CS334 Voorhees Bd.”, Memorandum for Brigadier General D. P. Booth Office D/CS for Plans.(1950. 6. 21), RG319, Records of the Office of the Assistant Chief of Staff for Intelligence, Top Secret Correspondence, 1914~62, Entry 4, 1950, Box 13, p.2~3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전차 무기의 위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보고서의 결론에서는 전차개발과 증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대전차 무기의 가치는 방어적인 측면에서 강조한 것 같으며 공격용 무기로서 전차의 필요성 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문제는 육군부 장관 페이스가 부어헤스 위원회 보고서의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하는 것 입니다. 한국전쟁 이전 페이스의 발언은 여러 방면에서 고찰해 봐야 겠지만 아마도 예산문제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차 개발계획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절약되는 대전차무기를 선호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