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5일 화요일

전형적인 제3세계 군대?

지루하게 계속되는 리비아 내전의 추이를 보고 있자니 2007년 대선 당시 이인제와 허경영의 불꽃튀는 접전이 떠오릅니다. 실력은 별볼일 없는 집단끼리 싸우니 결판은 나지않고 약탈이나 강간과 같은 한심하고 추잡한 이야기만 쌓여가는군요.

또 한편으로는 리비아 군대도 전형적으로 머리숫자만 채운 제3세계 군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리비아 군대의 꼴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어떤 소설의 한토막이 생각났습니다.

“보비 대령은 킹바 대통령의 새로운 군대에서 벼락 출세한 사나이인가, 아니면 구식민지 시대부터 복무했던 군 지도자인가?”

“식민지 시대에는 헌병대의 하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셈입니다. 독립 전엔 음주, 폭행과 항명죄로 체포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킹바는 권력을 장악했을 때, 한 사람쯤은 총의 앞뒤를 알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를 등용하게 되었던 것 입니다. 보비는 식민지 시대 때는 카야족 출신이라고 주장하다가 킹바가 권력을 잡게 되자 갑자기 빈두족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임스 맨슨 회장과 사이먼 엔딘의 대화 중,
프레드릭 포사이스·정성호 옮김, 『심판자(Dogs of War)』(백양출판사, 1994), 97쪽

소설속의 내용인데다 화자들이 인종차별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제3세계 군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이렇게 잘 표현한 글도 드물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심각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웃었던 부분인데 지금의 리비아군(정부군이나 반군 모두)을 묘사하기에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댓글 14개:

  1. 드레드노트11:20 오후

    <span>그런데 베트남 전 전까지는 미군들이 한국군도 저렇게 평가하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씁쓸하네요...현리 전투의 추태도 있었고 각종 부정부패도 있었으니.</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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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슷합니다. 지독한 혹평의 연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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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비아찌8:55 오전

    제3세계 군대들은 뭐랄까 옛날 산적패 느낌이 나는 군대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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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르쉬드3:27 오후

    총과 대포 로켓으로 무장한 부족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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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딱 그모양이죠. 겉으로는 서구화 되어 있는데 알맹이는 전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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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리비아는 이제 당사자들이 슬슬 지쳐가는지 반군에서도 '카다피가 물러나면 협상할 수도 있다' 하는데 과연 결말이 어떻게 날런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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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自重自愛2:26 오후

    드라마 (소설 말고) <여명의 눈동자>에도 비슷한 류의 상황이 나옵니다. 무대는 빨치산을 토벌해야 하는 경찰대의 주둔지.

    장하림 : 총에 탄약은 들어있나?
    경비하던 경찰 : 빈 총이지라우.
    장하림 : 총기 분해 결합은 할 줄 아나?
    경비하던 경찰 : 그게 뭐여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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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atthias1:39 오전

    뭐, 고전적인 레토릭대로라면
    'X밥 싸움이 찰진 법'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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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준낮은 상대끼리의 싸움은 당사자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답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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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위장효과10:06 오전

    심판자...라니 이 뭣스런 작명쎈쓰!!! 전쟁의 개들은 옛날 플툰 초기에 번역된 걸 읽은 이후 번역본을 못 찾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지금은 저 책도 절판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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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설 줄거리를 생각해 보면 심판자도 꽤 괜찮은 제목같은데요. 주인공이 썩어빠진 런던의 자본가들을 심판하는 내용이잖습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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