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8일 월요일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Z-1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연재에 앞서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0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0-1

1. 테렌스 주버vs테렌스 홈즈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1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2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3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4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5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6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7

2. 테렌스 주버VS로버트 폴리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2-1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2-2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2-3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2-4

S. 번외편 및 기타 사항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S-1


느릿느릿 연재되고 있는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테렌스 주버가 2002년에 발표한 단행본, Inventing the Schlieffen Plan : German War Planning, 1871~1914(Oxford University Press, 2002)입니다. 이 단행본은 논쟁의 초기 단계에서 테렌스 주버와 테렌스 홈즈의 난타전이 진행되던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연재물을 기준으로 하면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5”와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6”사이에 들어가는 저작이지요. 사실 주버와 홈즈의 논쟁 중간에 나온 단행본이기 때문에 이 논쟁의 사이에 넣는게 어떨까 생각했지만 이후 논쟁이 더 큰 규모로 전개되는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구분했습니다.

앞으로 테렌스 주버의 단행본들을 다루는 글은 Z-#으로 구분하도록 하겠습니다.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Z-1

이 단행본은 주버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기존의 논의들을 확대보강한 것이니 만큼 보강된 논의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핵심적인 논지는 주버가 1999년 War in History에 처음으로 발표했던 논문, "The Schlieffen Plan Reconsidered"에 실려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이 단행본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1장 Inventing the Schlieffen Plan으로 1차대전 패배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총참모부가 중심이 된 독일군부가 “슐리펜 계획”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내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며 이것이 아무런 비판없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2장 Moltke’s Ostaufmarsch, 1871~1886으로 슐리펜의 전임자인 대몰트케 시기의 전쟁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3장 Fortresses, spies, and crisis, 1886~1890으로 19세기말 급변한 군사적 정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홈즈와의 논쟁에서 지적된 19세기말의 정치군사적 정황에 대한 부분을 대폭 보강한 것 입니다. 4장 Schlieffen’s War Plan, 1891~1905는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장 Moltke’s War Plan, 1906~1914는 소몰트케 시기의 전쟁 계획을 다루고 있습니다. 6장에서는 1차대전의 패배 이후 독일 군부가 패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슐리펜 계획’이라는 허구의 계획을 조작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장에서는 1차대전 종전 이후 부터 1950년대 게르하르트 리터Gerhard Ritter의 기념비적인 연구까지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1장에서는 초기 논쟁에서 총참모부 비판의 중심에 있었던 군사사가 한스 델브뤽Han Delbrück에 대한 내용을 대폭 보강해 델브뤽이 클라우제비츠를 재해석하면서 소모전 전략을 옹호하는 과정과 이를 거쳐 1차대전 패배 이후 독일의 1차대전 이전 전쟁계획을 비판하게 되는 과정을 보다 밀도 있게 기술했습니다. 델브뤽은 이 과정에서 슐리펜 이전의 대 몰트케 시기의 동부전선에 주력하는 전쟁계획을 옹호했고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 1-1” 에서 설명한 것 처럼 독일군 총참모부 계열의 장교들이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슐리펜의 전쟁계획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주버는 1장에서 슐리펜 계획에 대한 정설을 확립한 게르하르트 리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버는 리터가 중세사 전공자인데다 군사사도 아닌 종교개혁을 전공한 학자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새롭게 보강된 부분 중에서는 2장이 가장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버는 슐리펜 계획의 배경이라는 관점에서 대 몰트케 시기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 몰트케의 군사적 역량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과격한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 몰트케가 대 게르만주의의 신봉자로서 공격적인 전략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게르하르트 리터의 고전적인 연구에서 슐리펜 계획을 공격적인 독일 군국주의의 발현으로 해석한 것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테렌스 주버는 이러한 주장을 나중에 다시 별도의 단행본, The Moltke Myth: Prussian War Planning으로 정리했습니다.
주버는 2장에서 델브뤽 등이 주장한 대 몰트케의 전쟁계획, 즉 동부전선에 주력을 집중해 공세로 나서는 계획은 대 몰트케가 퇴임시 까지 고수한 계획이 아니라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1882년 1월 부참모장Generalquartiermeister에 임명된 발더제Alfred von Waldersee의 존재입니다. 주버는 발더제의 군사적인 역량을 대 몰트케 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발더제의 임명되면서 대 몰트케가 입안했던 기존의 전쟁 계획이 대폭 수정되었다고 봅니다. 즉 대 몰트케 보다 발더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입니다. 2장에 따르면 대 몰트케의 전쟁계획은 당시의 국제정세에 따라 변경되었으며 양면전쟁을 상정한 경우에도 1877년에는 서부전선에 주력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고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주버에 따르면 1879년에 이르면 서부전선 대신 동부전선에서 공세를 펼치는 계획으로 옮겨가지만 이 계획도 발더제의 등장과 함께 폐기되었습니다. 주버는 새롭게 부참모장이 된 발더제는 대 몰트케가 기존에 입안한 계획들을 대폭 수정해 서부전선에서 공세를 감행하는 계획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더제나 슐리펜은 대 몰트케와 차별되는 훨씬 전문화된 장교단으로 구분함으로써 대 몰트케에 대한 군사적 재평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3장은 요새의 강화와 포병 화력 문제가 1880년대 이후 독일의 전쟁 계획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요새와 전쟁계획의 문제는 이 논쟁의 초기 단계에서 테렌스 홈즈가 “The Reluctant March on Paris: A Reply to Terence Zuber’s ‘The Schlieffen Plan Reconsidered”를 통해 제기한 문제인데 주버는 3장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즉 3장은 홈즈와의 논쟁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1880년대 이후 포병화력의 발전에 따라 독일의 국경지대 요새 시설들이 사실상 구식화 되어 방어적인 가치가 떨어진 점을 지적합니다. 주버는 이것이 독일군 내에서 서부전선에서 방어를 취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인식을 더욱 강하게 했다고 강조합니다. 몰트케가 퇴임직전 마지막으로 작성한 1888년의 부대전개계획은 서부전선에 주력을 집중하고 동부전선에서는 내선의 이점을 활용한 방어를 취하는 것 이었다고 정리합니다. 3장에서는 주력을 서부전선에 집중하는 계획이 이미 슐리펜의 총참모장 취임 이전에 형성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합니다.

4장은 슐리펜이 총참모장이 된 시기의 전쟁계획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이 연재에서 다룬 바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5장은 소 몰트케가 총참모장이 된 이후의 전쟁계획과 1차대전 초기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5장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내용도 연재에서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5장은 1차대전 직전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 만큼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계획, 특히 프랑스의 전쟁계획이 수정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5장에서는 1차대전 직전 독일의 전쟁 계획을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5군과 제6군의 부대전개명령Aufmarschanweisung에 근거해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주버는 1차대전 직전 독일의 전쟁계획은 주력을 우익의 1군과 2군에 집중하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스의 선제공격을 격퇴한 뒤 반격에 나서는 것 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벨기에를 침공한 것은 슐리펜 계획의 실행이 아니라 독일군 총참모부가 벨기에가 연합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연합군이 벨기에를 방어나 공격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 이었다고 주장합니다.

6장에서는 독일 군부가 ‘슐리펜 계획’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버의 이 저작은 슐리펜 계획에 대한 군사사학계의 논쟁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대 몰트케에 대한 비판에서 잘 나타나듯 근대 유럽 군사사에 대한 전통적인 논의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야심찬 저작입니다. 주버는 이후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 하기 위해 전선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이것은 논쟁을 더욱 확대시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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