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2일 월요일

만슈타인의 개인 문서가 자료집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쿠르스크 전투 연구로 유명한 독일 군사사가 로만 퇴펠(Roman Töppel)이 편찬한 에리히 폰 만슈타인의 개인 문서 자료집이 내년에 출간된다고 합니다. 자료집에 수록된 자료들은 1939년 부터 1941년까지, 즉 만슈타인이 명성을 떨친 서부전역 작전 계획 수립과 바르바로사 작전 초기 북부전선의 작전을 다루는 자료들이 수록되는 겁니다. 이 자료집은 반드시 구매해야 겠습니다.


Erich von Manstein: Kriegstagebücher und Briefe 1939–1941 | Brill




2024년 7월 20일 토요일

쿠니 쿠니아키가 회고하는 이노우에 시게요시 제독의 교육 철학

 히로히토의 조카인 쿠니 쿠니아키(久邇邦昭)의 회고록이 올해 한국어로 번역됐습니다. 먼저 일본어판을 읽어보신 분들이 제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셔서 한국어판을 구입했습니다. 읽어보니 과연 일본의 황족 답게 흥미로운 일화들을 많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병학교(해군사관학교)에 재학 중 패전을 맞았습니다. 이 회고록에서는 해군병학교장이었던 이노우에 시게요시(井上成美) 제독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해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노우에 제독이 해군병학교장으로서 보여준 교육 철학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제독이 해군병학교 교장 재직 중 일본 육군사관학교의 영어교육 폐지를 비판하고 해군병학교의 영어교육은 유지했다는 일화는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쿠니 쿠니아키는 회고록에서 이노우에 제독이 황국사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전쟁 당시 일본이 천황을 신성시 하며 미쳐돌아갔던 걸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 중 히로히토 다음으로 흥미롭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이노우에 교장은 쇼와 19년(1944년) 8월 5일에 해군 차관으로 전임되었기 때문에 2월 7일에 에다지마(江田島)에 도착한 나와는 정확하게 6개월 겹쳤다. 그 교육 정책은 적어도 나의 준비교육기간중의 마무리 반년 동안, 변함없이 계속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노우에 교장은 사관학교 생활의 추억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에다지마 생활을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왠지 귀족적인 향기가 있었다. 사관학교 생활에는 리듬과 조화, 그리고 시와 꿈도 있는 삶이었다."

우리 집에도 왠지 자유의 향기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지만, 해군의 전통으로서 영국 해군의 영향도 있고, 신사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존중이라는 것이 저류로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노우에 교장은 스위스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각 대사관에 있는 동안 유럽 사람들의 기질 등에 대해 연구하고, 제1차 세계대전때, 영국 상류계급의 사람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를 듣게 되어 공감하고, 이런 정신을 사관학교 교육정책에 명확하게 반영하였다.

교장은 "사관이라는 것은 무엇을 어느 정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사관에게 자유재량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황이 어려울 무렵에 일부 영어 폐지론이나 군사학 우선 강경론이 있는 가운데, 가능한 철저한 보통학(일반교양) 교육을 주장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관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좌우로 편광(偏光)하지 않는 전통적인 학문을 먼저 학생들에게 주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시 극구 칭찬을 받고 있었던 황국사관(皇國史觀)의 중심인물이었던 도쿄 대학 히라이즈미 키요시(平泉澄) 교수를 해군성 교육국이 학생교육을 위해서라고 칭하여, 종종 보내오는 것에 대하여, 막무가내로 강연을 학생들에게는 들려주지 않고, 교관에게만 듣게 했다. 편향된 부분은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또한 육군사관학교가 입학시험에서 영어를 배제시켰으나, 그는 사관학교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계속 영영사전으로 영어만을 사용하는 수업을 진행시킨 것 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모든 것을 정품(正品)으로 하는 것이 교육에서는 중요하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 당시 군사학을 우선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르쳐서, 실전에 도움이 되는 졸업생을 내보내는 것을 주장한 해군 요로(要路)의 사람들과 충돌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세계정세의 판단이 정화갛고, 종전공작에 머리가 아프고, 일본의 패전이 가가운 것을 감안하고 패전 후에 일본의 부흥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투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지혜를 가진 사람은 이러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쿠니 쿠니아키 지음, 박선술ㆍ세야마 미도리 번역, 이동건 엮음, 정구종 감수, 『소년 황족이 본 전쟁』, 고요아침, 2024, 131~133쪽.

2024년 7월 14일 일요일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이 추정하는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

발트 3국과 폴란드는 러시아와 소련의 침략으로 재난을 겪은 역사가 길다보니 러시아의 위협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 네 나라의 러시아군 연구는 수준이 높아서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올해 1월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에서 발표한 보고서 "International Security and Estonia 2024"는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1. 포병 탄약 생산 능력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포병 탄약 사용량은 감소 추세라고 평가합니다. 2022년 봄 러시아가 도네츠크-루한스크 방면에서 공세를 감행했을 때는 하루에 평균 60,000발의 탄약을 소모했으나 2023년 하반기 이후로는 하루 평균 10,000발에서 15,000발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초 기준으로 러시아군은 하루에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3배에서 4배 더 많은 포병탄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건 러시아의 탄약 생산능력입니다. 이 보고서 또한 러시아의 탄약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2022년에는 포병탄약을 약 1백만발 신규생산하거나 재생했으나 2023년에는 350만발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450만발로 늘어나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2. 기갑차량 생산 능력

 러시아의 기갑차량 생산 능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평가합니다. 러시아의 기갑차량 손실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현재 역량을 파괴된 차량을 수리하거나 치장물자를 재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 정부에서는 2026년까지 치장물자 2,000대를 재생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제재로 인해서 전차에 사용할 부품이 부족하다는 점, 러시아가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생산한 기갑차량의 성능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식 차량들을 계속 재생해서 숫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포병 탄약과 기갑차량 등 두 분야에 대해서만 분석을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역량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건 다른 서방국가의 분석과 동일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장기전 상황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러 경제제재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RUSI의 보고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 이상을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는건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여러 측면이 재평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전쟁 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엉망이지만 러시아의 경제는 예상 외로 장기전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이래 러시아에 추가로 가해진 경제제재들이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RUSI의 와틀링(Jack Watling)과 서머빌(Gary Somerville)은 올해 6월 대러 경제제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제재의 효율성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 "A Methodology for Degrading the Arms of the Russian Federation"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무기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군의 주력 화포인 152mm 구경 곡사포 포탄 생산량은 2022년 25만발에서 2023년에는 1백만발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132만발 이상이 될 걸로 추정됩니다. 122mm 로켓탄 생산량은 2023년에 33,000발이었으나 2024년에는 50만발 이상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220mm 로켓탄은 2023년 2,800발에서 2024년에는 17,000발 이상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수입하는 부품을 필요로 하는 유도무기의 생산량도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Kh-101 미사일은 2022년에 56기를 생산했지만 2023년에는 420기 이상을 생산한 걸로 추정됩니다. 러시아군의 주력 전술탄도미사일인 9M723 미사일은 2023년 초 재고가 고작 50기였고 월간 생산량은 12기 남짓이었습니다. 현재는 생산량이 월 36기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추정됩니다. 러시아가 이란에서 도입한 샤헤드-136 드론은 한달에 무려 250기나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갑차량의 신규 생산도 증가추세로 추정됩니다. BMP-3의 신규생산은 2023년 1/4분기에 100대 가량이었는데 2/4분기에는 108대로 늘어났고 3/4분기에는 120대, 4/4분기에는 135대로 완만하게 증가한 걸로 추정됩니다. 물론 경제제재가 무용지물은 아닙니다. 현재 러시아가 생산중인 티그르-M 전술차량은 전쟁 이전에 생산한 모델들과 비교했을때 화생방 방호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습니다. 또 현재 러시아에서 재생하고 있는 전차들은 중국이나 벨라루스를 통해 도입한 관측장비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쟁 전 프랑스에서 수입하던 것 보다 성능이 낙후된 물건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제재를 우회하면서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제재대상이 아닌 외국의 친러 인사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해 왔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정보총국 요원으로 의심되는 이고르 예블레프가 금수품목인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수입한 사건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생산한 샤헤드-136 드론에 대한민국 기업인 하이텍의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한 서보 모터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 이를 차단한 일도 있었습니다. 란셋 드론에도 대한민국 기업인 원우 엔지니어링의 카메라가 사용됐습니다.


 이 연구는 효율적인 경제제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군에 드론을 납품하는 잘라 항공그룹을 예시로 들어 러시아의 해외 공급망 차단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을 고도화 할 수록 경제제재도 더욱 더 촘촘하게 수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단기간 내에 러시아의 군수 생산 능력에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군사작전이 장기화 되는 만큼 후방의 러시아 군수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경제제재도 더욱 더 정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고서의 필자가 지적하는 것 처럼 러시아 보다 경제력이 약한 이란 조차 수년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버텨내고 있는데, 이란 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러시아의 군수 산업이 단기간에 붕괴할 거로 기대하는건 힘듭니다. 이 장기전의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2024년 7월 7일 일요일

The Battle for Kyiv : The Fight for Ukraine's Capital




  통계에 기반한 군사작전 연구로 유명한 드퓨이 연구소(The Dupuy Institute) 소장 크리스토퍼 로렌스(Christopher A. Lawrence)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국면을 다룬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드퓨이 연구소의 설립자 드퓨이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연구를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로렌스는 좀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쪽의 통계도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된 자료만 가지고 작전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로렌스의 시도는 나쁘지는 않은 듯 합니다. 물론 추후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된다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해야 겠지요.


 이 연구는 총 22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아서 호흡이 짧고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1장 부터 5장 까지는 전쟁의 배경을 간략히 다루고 있습니다. 1장은 고대 시대 부터 소련이 붕괴할 때 까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은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뒤 부터 푸틴이 전면전을 결심할 때 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과 돈바스 전쟁을 잘 분석했습니다. 필자는 돈바스 전쟁 당시 러시아군의 작전에 깊은 인상을 받은 미군이 러시아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해 미국의 고위 정책결정권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장은 침공 직전 러시아군의 국경지대 집결과 이에 대한 서방의 분석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렌스는 본인 또한 2022년 2월 초 까지도 러시아군의 침공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러시아군이 충분한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고 기상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전을 일으켰다고 지적합니다. 또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과소평가해 키이우가 개전 후 72시간 내로 함락될 거라는 잘못된 예측을 했다고 비판합니다. 4장은 전쟁 직전 우크라이나군의 전력과 전투서열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부대별 장비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큰 도움이 됩니다. 5장은 전쟁 직전 러시아군의 전력과 전투서열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6장 부터 17장 까지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되어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한 3월 말 까지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역시 호스토멜 공항을 둘러싼 공방전을 다룬 7장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듯 이 전투야 말로 개전 초 키이우의 운명을 가르고 러시아의 전략을 수포로 만든 결정적인 전투였습니다. 필자는 호스토멜 공항을 강습한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벨라루스에서 출동한 제5근위전차여단과 제76근위공중강습사단의 엉성한 행군 계획때문에 두 부대가 42km가 넘는 차량 정체를 일으키고 예정보다 늦게 호스토멜에 도착한 점을 지적합니다. 호스토멜 방면으로 진격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압도적인 숫적 우세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작전 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짰다고 비판합니다. 11장은 개전 초기 항공작전을 분석하고 있는데 충분한 자료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소략합니다. 15장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조기에 점령하는데 실패한 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공세를 재개한 3월 10일 부터 3월 말 까지의 작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키이우 서쪽 마카리우 방면으로 공격한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18장 부터 22장 까지는 결론입니다. 18장에서는 초기 작전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입은 피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장비 손실에 대해서는 아직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명한 Oryx의 집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명피해에 대한 통계도 마찬가지로 불완전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2년 3월 12일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인명 손실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19장은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 방면 작전을 중단하고 철수하기 시작한 3월 말 부터 4월 초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 제90근위전차사단이 퇴각 과정에서 막대한 장비를 상실하고 와해되는 과정을 잘 분석했습니다. 20장은 초기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보여준 성과를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필자는 비록 한계가 없지는 않으나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군 개혁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1장은 전쟁 초기 단계의 작전에서 도출한 교훈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군이 충분한 전력 우위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세를 감행했고 보병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 주목할 내용은 러시아의 군사사교육에 대한 비판입니다. 로렌스는 러시아가 제1차세계대전에서 얻은 교훈을 취사선택했지만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제2차세계대전에 승리했기 때문에 수준 낮은 징집병에 의존하는 소모전 방식을 21세기까지 고수했고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입니다. 필자는 러시아의 제2차세계대전 연구는 충분한 자료에 기반하지 못햇기 때문에 전훈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소련과 러시아는 엉터리 연구로 전훈을 분석하고 소련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필했기 때문에 한계가 많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관한 내용은 여러모로 미흡해 보입니다. 몇몇 작전에서는 러시아군의 전투 서열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되어 있는 자료만 가지고 이 정도의 연구를 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추천합니다.



2024년 7월 3일 수요일

Tank Gun Systems : The First Thirty Years, 1916-1945, A Technical Examination

 캐나다군 사관학교(잘 아시겠지만 캐나다는 3군 통합사관학교입니다.) 명예교수인 윌리엄 앤드류스(William Andrews)가 제1차 세계대전 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 전차포 체계를 정리한 Tank Gun Systems : The First Thirty Years, 1916-1945,  A Technical Examination를 출간했습니다. 한번 읽어보니 기갑차량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전차의 화력체계를 개괄적으로 해설하는 부분으로 2장 부터 5장까지 입니다. 2장에서는 전차의 화력체계를 구성하는 주포, 포가, 조준장치, 주퇴복좌기 등의 요소를 간략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은 전차포가 사용하는 각종 탄약과 장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4장은 전차포의 탄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5장은 전차포의 반동 제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차포 체계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룬 다음에는 시기별 주요 전차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부분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의 전차포를 종류별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전부 세개 장 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전차를 '대량으로' 생산한 국가가 영국과 프랑스 뿐이다 보니 영국(7장)과 프랑스(8장)의 전차포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고작 20대의 전차를 생산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생략을 했습니다.


세 번째 부분은 1919년 부터 1939년 까지 '전간기'의 전차포를 다루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이 좋은 점은 체코슬로바키아 같은 군소국가의 전차포도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독일(10장), 프랑스(11장), 영국(12장), 소련(13장), 일본(14장), 이탈리아(15장), 체코슬로바키아(16장) 등 7개국의 전차포 발전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지막 네번째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시기 전차포의 발전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독일(18장), 체코슬로바키아(19장), 이탈리아(20장), 일본(21장), 소련(22장), 미국(23장), 영국(24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상태였지만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개발한 37mm 전차포가 독일군에 의해 대규모로 사용됐기 때문에 별도의 장으로 분리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전차포라는 무기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배경을 정리한 뒤, 국가별로 '실전에 사용한' 전차포를 정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실험 단계의 전차포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종합적으로 봤을때 정리가 아주 잘되어 있어서 기갑차량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