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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육군발전사(1955년판)

오늘은 일이 있어 연세대학교에 들른 김에 이곳의 중앙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연세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귀중본을 복사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귀중본을 복사하고 나오는 길에 3층에 있는 사회과학자료실을 들렀습니다. 여기에는 1955년에 간행된 『육군발전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연세대가 소장하고 있는 육군발전사 1955년판은 상태가 매우 좋은데다 일반 서가에 있어서 이용하는것도 편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월간지『국방』은 귀중본실에 있어 이용과 복사가 까다로운 것과 대조적이죠. 골때리는건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책이 없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도서관의 현주소라고나 할까요.

사실 1955년판 육군발전사는 내용만 놓고 보면 그냥 그런 책입니다. 담고 있는 정보도 소략하고 서술도 체계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두서없이 쓴 연표같은 느낌이지요. 대략적인 느낌은 1952년 부터 간행된 『6ㆍ25사변 육군전사』와 비슷합니다. 내용은 소략하지만 그래도 한두군데 인용할 내용은 있는 계륵이지요. 뭐 그래도 육군발전사 1955년판은 6ㆍ25사변 육군전사가 한국전쟁직전 육군 편제표라고 한국전쟁 시기의 편제표를 올려놓은 것 같은 수준의 황당한 오류는 없습니다만.

오늘도 이녀석을 복사할까 고민하다가 복사비를 이미 많이 썼는지라 다음 기회에 복사하기로 했습니다. 계륵에 대처하는 방법은 언제나 비슷하지요.

2010년 3월 13일 토요일

나름 공정한 서술....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과 안악지방에서 일어난 학살은 당시 38선 이북지역에서 일어난 학살 중에서도 유명합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 학살은 단일 지역에서 일어난 학살로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규모가 큰 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피학살자가 몇 명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요. 어쨌든 북한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부터 이 지역에서 일어난 학살을 '미국의 전쟁범죄'로 요란하게 선전했습니다. 이때문에 한국 측에서도 북한의 선전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신천 봉기에 참여한 월남민들은 1957년에 『抗共의 불꽃 : 黃海 10.13.反公學牲義擧鬪爭史』라는 책을 발간합니다. 이 책은 당시 우익측 시각을 반영한 저작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신천 지방에 서술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안악 등 학살이 벌어진 인접 지역의 정보는 소략하지만 주된 서술대상인 신천 지방의 사건에 대해서는 우익의 입장에서 매우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민군과의 교전에서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전과를 자랑하는 등 의심스러운 면이 많긴 합니다만 봉기에 가담한 우익 인사들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어 유용합니다.

이 저작이 재미있는 점은 우익측의 보복 학살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7년에 나온 저작에서 우익의 보복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해 보니 오히려 전쟁 직후라서 사람을 죽인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것 같더군요. 물론 북한 측의 학살에 대한 서술은 자세한 반면 우익의 보복학살에 대한 서술은 매우 소략합니다. 황해도 인민위원장을 조리돌림한 뒤 총살한 내용과 교전 중 인민군이나 당원을 사살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좌익에 대한 보복학살을 다룬 부분은 세 쪽 정도에 불과합니다. 내용도 얼마 되지 않으니 해당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원문 그대로 인용해서 맞춤법은 엉망입니다)

끝없이 맑게 개인 가을하늘에 높이 계양된 태극기 밑에서 남녀노소 할것없이 총동원되여 구국대업에 나섰다. 의거대가 확보해 놓은 지구마다 유능한 지방유지를 선출하고 또 선출된 그들은 남한의 기관조직기구를 따라 미약하나마 손색없는 자치위원회와 치안대를 조직하였다.

봉기군과 아군 -국군들과 유엔군-의 진격으로 퇴각의 혈로를 차단당하게 된 괴뢰들은 수많은 애국지사를 학살하며 구월산으로 대거 입산하였다. 신천에서 八百여명에 달하는 애국자의 시체를 내무서 방공호와 유치장 참호 정치보위부의 지하실 -양민을 학살하기 위하여 가설한 곳- 및 유치장 군당의 방공호 및 토굴-양민을 학살하기 위하여 가설한 곳- 각처 방공호 창고 하수도 등에서 발굴해 내였고 해주형무소에서 一千여명 안악중학교 강당 및 지하실에서 五ㆍ六백명의 시체를 발굴하였다. 또한 재령과 안악 서하면 장련면 붕암리에서 의거하였으나 실패한 관계로 무참하게도 수많은 애국청년들이 학살당하였다.

이러한 참변을 목격한 이 지구 주민들은 놈들 소행에 대하여 무조건 복수할것을 맹서하고 이를 갈며 때를 기달렸다. 한편 치안대들은 부역자 숙청과 공비 소탕이 그 중요한 임무였다. 이와같이 이 지구에서는 매일같이 피의 복수가 계속되였다. 이러한 피의 복수는 공산정치가 지난 五년동안에 저질러 놓은 죄악 -가혹한 착취와 억압 그리고 학살- 에 대한 어디까지나 당연한 것이었으며 또한 치안대원들이 놈들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것은 놈들이 가르치고 간 그대로 이른바 복습(?) 이라는 것 뿐이었다. 심지어는 예수교인들도 놈들이 베풀어준 은혜(?)에 대하여 곱게 보답해 주었다. 사실상 인과응보라는 결과밖에 아무것도 아닌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한편 어떻한 부역자의 아네는 남편이 도망한 뒤라 정의의 심판을 받게됨이 두려워 치안대를 찾아와서는 "저는 친정의 가정 성분으로 보아 절대로 공산당이 될수 없읍니다. 그저 남편하나 잘못맞난 탓이라 생각하고 남편의 대를 받은 자식을 내손으로 처단했으니 저만은 살려주시요" 하고 손이 발이 되도록 애원하였다.

이토록 전율할 피의 복수는 전 북한을 휩쓸었으나 특히 반공의 전위인 구월산지구 일대가 제일 심하였다. 그러나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이러한 피의 복수는 무고하고 졸렬한 방법이었음을 각 책임자들이 선무 만류하고 패잔 공산괴뢰들의 역습을 방어하며 동족상쟁의 해를 피하였다.

趙東煥,『抗共의 불꽃 : 黃海 10.13.反公學牲義擧鬪爭史』(서울, 1957), 474~476쪽

학살을 저지른 것은 모두 미국의 소행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비하면 아주 솔직한 기록인 셈인데 그래도 뭐랄까, 사람 죽인 것을 아주 당연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으스스합니다. 보복학살 외에 위에서 언급한 봉기 과정에서의 살인에 대한 묘사도 좀 깹니다. 자신들도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죽였다고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잡담하나.
『抗共의 불꽃 : 黃海 10.13.反公學牲義擧鬪爭史』은 국회도서관에서 전자문서로 전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십시오. 이박사 치세하의 반공정서를 듬뿍(???)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잡담둘. 2008년에 북한이 신천학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미군 장교에 대해 잡담을 한 일이 있습니다. 물론 결론이 바뀔일은 없겠지만 미국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면 보강해서 한번 더 써볼까 합니다. 

2008년에 썼던 글은☞  신천학살에 대한 약간의 이야기

2009년 7월 5일 일요일

국회도서관

인터넷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은데 특히 돈이 있다고 해도 물량이 없는 경우는 꽤 난감합니다.

그런 경우 국회도서관이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국회도서관 검색창에 입력하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말입니다.

Jan Glete의 Navies and nations도 괴이할 정도로 인터넷에서 재고를 찿기 힘든 물건인데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어 도움을 받은 경우입니다. Glete의 다른 저작들은 가격이 황당한 경우는 있어도 인터넷에서 못구하는 수준은 아닌데 요상하게도 Navies and nations는 헌책도 찾기가 어렵더군요.

아마 국회도서관 만큼 납세자를 즐겁게 해 주는 정부기관도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9년 5월 19일 화요일

Men on Iron Ponies 라는 단행본이 출간됩니다

아마존 뉴스레터를 받았는데 Matthew Darlington Morton이라는 저자의 Men on Iron Ponies라는 단행본이 나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제목과 저자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예전에 읽은 박사학위 논문이었습니다.

Men on Iron Ponies는 2004년 Morton이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입니다. 군사 분야로 센스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논문이 미국 기병대의 기계화를 다룬 것이라고 짐작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긴 한데 이미 논문을 가지고 있는지라 책이 출간되더라도 구매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Morton의 논문은 플로리다 주립대학 전자도서관에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링크 : Men on "Iron Ponies," The Death and Rebirth of the Modern U. S. Cavalry


예전에 유사한 주제를 다룬 Through Mobility We Conquer: The Mechanization of U.S. Cavalry가 출간 되었을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이 책이 비치되어 김이 샜던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경제 사정을 감안해서 책을 사야 되지만 실제로 재미있는 책이 나왔는데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척이나 배가 아픕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직 우리는 불황의 한 가운데에 있으니 입맛만 다시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