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안전보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안전보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9년 7월 14일 화요일

한미동맹에 대한 김대중의 시각

하드를 정리하다가 작년 8월 10일의 일요진단 특집에서 복사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이날 일요진단 특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특별 초정해서 국내외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꽤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파일을 찾은 김에 그 부분을 인용해 보죠.

김대중 : 우리는 한미관계건 한일관계건 모든 것은 우리 국익 중심으로 생각해야 됩니다.우리가 국익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첫째로 군사적으로 안전해야 합니다.

군사적으로 안전하게 우리를 도와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아주 중요하고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미한다는 것은 우리 이익과 배치되는 것이죠.

그러나 미국만 따라가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하고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하고도 반드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4대국 관계를 잘해야 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안전할 수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호체제, 이것을 당분간 하되 머지않아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동북아안보기구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남북이 합친 6자 중심으로 안보기구가 생기면 거기에서 4대국도 같이해서 자기들이 의무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데 협력할 것입니다.그런 것을 내다보면서 당분간은 그런 체제가 올 때까지는 미국하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나라하고도 좋게 지내야 합니다, 절대 나쁘게 지내면 안 됩니다.그건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요진단(2008.8.10), KBS1

제 개인적인 감상은 생략;;;;

2009년 7월 8일 수요일

중국∙북한 동맹관계 - 최명해

우리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대북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 졌는데 이것은 꽤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최명해의 저작인 『중국∙북한 동맹관계』는 이 문제를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자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과 중국이 서로 상이한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 입니다. 이것은 대외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이지요. 두 번째는 중국이 북한을 관리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 입니다. 이 두번째 문제는 중국에게 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이 서로 상이한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대립할 때 중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점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흐루쇼프의 집권 이후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입니다. 중국은 소련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북한과 제휴해 소련에 맞서려 시도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에게 핵우산을 포함한 안전보장을 해 줄 수 있는 소련과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회피하려 합니다. 중국은 북한에게 그런 것들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았지요. 중국은 북한을 회유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지만 북한은 호락호락하게 걸려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이 관계개선을 하면서 이런 구조는 더 요상하게 꼬여갑니다. 북한은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이후 한반도 문제를 공동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자 중국의 하위체제에 포섭되지 않기 위해서 80년대에는 소련쪽에 밀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소련이 갑자기 망해버리죠;;;; 결국 북한에게 충분한 안전보장을 해 줄수 있는 소련이 망해버리니 북한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가 됩니다. 중국의 하위 체제로 포섭되느냐 아니면 북한의 자율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쓸만한 물주를 찾느냐.

네. 결국 답은 우리 모두가 잘 알 듯 ‘미국밖에 없다’가 됩니다. 누가 보더라도 미국은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국보다 우월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국력 차이부터가 엄청나지요. 이후의 이야기야 우리 모두 잘 알 듯 미국은 중국에게 최대한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싶어하지만 북한이 말을 듣질 않고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국보다 매력적인 상대인 것을. 문제라면 미국이 북한에게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겠습니다만.

저자는 중국이 북한과 동맹을 형식적이나마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주 내에 묶어 둘 수 있는 수단이 동맹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치 1950년대에 소련이 그랬던 것 처럼 현재의 미국은 북한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중국 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인 동맹마저 폐기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게 들러붙고 싶어 안달 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은 추락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은 중국 지도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 일 것입니다.

Ps 1. 저자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서는 기괴하게도 북한보다 더 강대국인 중국이 ‘방기(abandonment)’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는 해석이지요. 수십년 동안 소련과 미국에게 치어 2인자에 머무르는 것이 중국의 현실인 만큼 그럴듯한 이야기 입니다.

PS 2. 이종석도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 책을 한 권 썼습니다. 이종석의 책과 비교하며 읽으시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최명해가 미국과 중국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이종석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아마도 동북아균형자론이라는 발상이 나온 것도 이종석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종석 보다는 최명해의 저작이 더 재미있고 읽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