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연예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연예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7년 6월 20일 수요일

싸이의 병역 비리 문제에 대한 잡상

싸이의 병역 비리 연루 문제가 터지니 군대 다녀오신 분들께서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리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분통이 터집니다. 싸이가 아니라 국가에게 말입니다.

예. 이것 참 골머리 아픈 문제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의무”로서의 병역은 아주 골머리 아픈 문제입니다. 사실 말이좋아서 의무이지 언제 대한민국 역사상 병역의 의무라는 것이 모든 계층에게 공정히 부과된 적이 있긴 했답니까?
시민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라는 걸 부과한다는 건 뭔가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특히 그 의무라는 것이 공정히 부과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병역의 의무”가 있다면 당연히 그 반대급부인 “권리”라는게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병역의무에 대한 반대급부로 간주 할 만한 그런 “권리”로 간주할 만한 것이 없거든요. 선거권은 19세기~20세기 초반 유럽 국가들이 병역의무의 반대급부로 내놓은 당근이지만 대한민국은 건국 당시부터 투표의 권리가 있었으니 이건 언급 대상이 아니지요.

결국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라는 것은 시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연 국가는 시민들에게 의무를 이행한 대가로 어떤 혜택을 베풀었습니까?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요. 뭐가 떠오르십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각나는게 있으신 분들은 제게 좀 알려주십시오.
놀랍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의무에 대한 대가는 없으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처벌과 윤리적 비난만 있을 뿐 입니다. 의무를 이행해야만 하는 정당성을 제대로 납득시키지도 못하면서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대한민국입니다. 단순히 당신이 아니면 누가 나라를 지키냐고 묻지 말란 말 입니다. 그렇다면 왜 내가 나라를 지키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안 지켜도 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있던가 내가 나라를 지키면 뭘 해 줄 건지에 대해 답을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사실 심심하면 연예인 병역 비리를 터트리는 것도 매우 욕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난 60년간 병역비리는 계속돼 왔고 빠질 인간들은 다 빠졌는데 어떻게 병역 비리로 걸려드는 건 연예인 뿐일까요? 국가에서 마음만 먹고 조사하면 그 이상의 병역 비리도 적발해서 처벌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왜 항상 만만한 연예인만 잡을까요?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잔챙이들에 대해 분노만 하고 마는 것 일까요?
그리고 언론이라는 것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터질 때 마다 가쉽거리로만 다루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종이가 아깝습니다.

이 따위 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차라리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군국주의 국가인 1차대전 당시 독일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1차 대전 당시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국가 총동원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독일의 지배층은 단순한 애국심과 국민의 의무만 가지고는 동원을 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바이에른 전쟁성장관인 크레슈타인(Kreß von Kressenstein)은 국민들은 국가가 더 이상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거기 대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언명하기 조차 했습니다! 전쟁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보수층은 사민주의적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국민에 대한 동의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자 그 결과 독일 보수층은 1917년부터 사민주의적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전쟁 이후의 국가 개혁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1916~17년의 식량부족 사태 이후 독일 보수층들은 “국민”들에게 공짜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러시아가 혁명으로 무너진 것은 이런 확신을 더 강화하는데 일조합니다. 그 결과 독일 제국의회에서는 전쟁 이후의 사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물론 가장 보수적인 독일 군부, 특히 프로이센 장교단은 계속해서 이런 개혁 움직임에 제동을 걸긴 했습니다.) 전쟁이 독일의 패배로 끝났기에 이런 개혁은 시행되지 못 했지만 최소한 유럽에서 가장 보수, 반동적이라는 독일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우리 시민들이 국가에게 그 동안 치른 병역 의무의 대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성인 남성 대부분은 건국 이후 수 십년간 분명히 희생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뭔가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건 뭔가 이상한 게 아닐까요? 최소한 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꼴로 봐서는 뭐든 하나 달라고 요구하는게 정상인데 너무 조용한 게 이상할 지경입니다. 잔챙이에 불과한 연예인 한 두 명 따위에 분노하지 말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에 뭔가 이야기 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한줄 요약 : 국가는 병역비리 적발했답시고 연예인 조지는 건 작작하고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다!

2007년 1월 3일 수요일

후세인보다는 이민영?

조금 전에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후세인이 교수형에 처해진 이후의 소식은 지방에 다녀오느라고 챙기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고속버스에서 틀어주는 뉴스에서는 이라크와 후세인 관련 소식은 짤막하게 처리하고 이민영의 이혼에 대해서는 큼지막하게 다루더군요. 약간 의아했습니다. 과연 이민영의 이혼이 한국인들에는 이라크 정국보다 더 중요한 뉴스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소한 중동에서 난리가 나면 원유가격에 영향을 미치니 경제적으로는 이민영의 이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인건 틀림 없는데 말이죠. 뭐, 이민영 이혼이 더 시청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걸 보면 TV 뉴스의 기능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됩니다.
시청율이 중요하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공영방송씩이나 돼가지고 연예인 이혼을 이라크 문제보다 크게 다루다니요. 과연 바보상자라는 별칭이 어울린다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민영의 이혼은 스포츠 신문같은 곳에서 심층분석(?)할텐데 공영방송이 아까운 공중파를 그런 곳에 낭비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