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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6일 화요일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보낸 어떤 전문

1990년대 이후 공개된 한국전쟁에 대한 소련 문서들은 그동안 우리가 정황으로만 추정하거나 다소 부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입증해 주었을 뿐 아니라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 문서들 중 하나가 1952년 7월 16일 김일성이 주북 소련대사 라주바예프(Владимир Николаевич Разуваев)를 통해 스탈린에게 보낸 서한입니다. 이 서한은 미국의 폭격에 견딜수 없게 된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신속한 휴전 체결을 간청하는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편지의 핵심적인 내용 외에도 김일성의 몇가지 요구사항이 눈에 띄는데 남한에 보복 폭격을 할 수 있도록 공군력을 증강시켜 달라는 요구 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윌슨센터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는 영어 번역본을 중역해서 올려 봅니다.


긴급

바실레프스키 동지께.

비신스키 동지께.

1952년 7월 16일 김일성이 스탈린 동지께 보낸 편지에 대해 보고합니다.

라주바예프


배부 : 스탈린(2부), 몰로토프, 말렌코프, 베리야, 미코얀, 카가노비치, 불가닌, 흐루쇼프, 비신스키, 소콜로프스키



“친애하는 대사동지, 이 전문의 내용을 스탈린 동지께서 검토해 주시도록 전달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스탈린 동지

이시오프 비사리오노비치, 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반도의 전반적인 정세를 고려해 볼 때 휴전협상이 무기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1년여간의 협상 결과 우리는 사실상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수동적인 방어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적은 사실상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막대한 인명과 물자의 손실을 입히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주 최근에 적은 조선 전역의 발전소에 대한 군사작전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공군의 작전으로는 상황을 호전 시킬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초래되어 누적되고 있습니다.

평양이라는 단 한개 도시에 대해 (7월 11일과 7월 12일 밤의) 단 한번의 24시간 동안의 야만적인 공습으로 6천여명의 비무장 민간인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습니다.

적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협상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동지들은 당연히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한 마오쩌둥 동지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조선 인민을 고통과 부당하고 무의미한 피해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중요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능동적인 군사작전으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1. 방공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서 10개의 대공포 연대(3개 연대는 중구경, 7개 연대는 소구경)를 편성할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스탈린 동지께서 중국 동지들에게 5개 연대, 우리에게 5개 연대 분의 장비를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2.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 공군이 능동적인 작전을 전개해야 합니다. 조선, 적어도 평양까지는 주간에 전투기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선인민군 공군은 언제라도 능동적인 군사 작전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얼마 뒤에는 조선인민군 조종사 40명이 소련에서 Tu-2기 훈련을 마칠 예정입니다. 우리는 이 조종사들이 Tu-2기와 함께 귀국해서 즉시 능동적인 군사작전에 참여하고 중요한 적의 거점에 피해를 주기를 원합니다.

3. 적이 주목할 만한 일련의 지상 작전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적 공군이 우리 후방을 타격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하고 개성에서 진행되는 협상에 영향을 끼쳐야 합니다.

이 모든 것과 함께, 조선인민군의 전투력을 증강하기 위해서 1952년 1월 10일과 1952년 7월 9일의 각서에 따라,  그리고 1951년 10월 6일의 각서 내용을 1952년에도 적용하여 동지께서 제공해 주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기술 장비와 물자를 주실 필요가 간절합니다.

4. 동시에 개성에서는 조속한 휴전 체결과 교전 중지, 그리고 제네바 협약에 따른 모든 포로의 송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평화를 사랑하는 인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우리가 수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해 줄 것 입니다.

지상과 공중에서 군사 작전의 성격이 변화한다면 적에게 이에 상응하는, 우리에게 유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 전문과 비슷한 내용을 마오쩌둥 동지에게도 보냈습니다.

조선 인민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공화국에 베풀어 주신 헌신적인 막대한 원조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동지의 지시와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진보적인 인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동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김일성.


평양, 1952년 7월 16일.”



이 전문에서는 북한이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신속히 휴전을 체결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현 상태에서의 휴전이 북한에게 불리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에서 휴전을 체결할 수 있도록 공세작전을 펼칠 수 있는 군사원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김일성 스스로가 언급한 무의미한 희생의 원인이 김일성 자신이라는 점에 아주 입맛이 씁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김일성 같이 무식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멍청한 일은 잊을만 하면 되풀이 되지요.

2007년 9월 4일 화요일

슈페어가 1945년 3월 18일 히틀러에게 보낸 비망록

알베르트 슈페어, 베를린 W 8, 1945년 3월 18일

경제의 붕괴가 기정 사실화 된데다 국토가 적에게 함락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라인강과 오데르강 선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합니다.
라인강과 오데르강 양 쪽이 돌파된 상황에서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무장한 적군이 두 강을 도하하기 시작한다면 강력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기동전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에 장비와 연료가 부족한 아군은 속수무책이 될 것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8주간의 전투에는 동원 가능한 전 병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어떤 예외도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의 각 집단군 사령관들은 자신들의 관할 구역에 있는 모든 병력 자원을 투입하는데 전권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만약 병력 동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많은 수의 아군 병력이 여전히 편성 지역에서 훈련중인 상태에서 적군이 두 강을 도하해 공세로 나올 경우에는 1940년에 프랑스군이 아군에게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재앙이 벌어질 것 입니다.
또한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원 가능한 각 지역의 국민돌격대도 모두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제국의 모든 병력을 라인강과 오데르강 선을 사수하는데 투입해야 합니다.

각 집단군 사령관들은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의 관할구역에 있는 모든 군 병력에 대해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져야 하며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작전을 펼쳐야 합니다.
전선에 배치된 대공포 부대들은 반드시 단일한 지휘관의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휘 범위가 너무 넓어져 신속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북부와 중부, 이탈리아 북부의 산업기반은 현 상황에서는 교통망의 문제로 전혀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의 경제적 중요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이 지역에 있는 부대들을 차출해 독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조치를 취한 후에야 라인강과 오데르강의 상황을 어느정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 입니다.
한 걸음의 후퇴만으로도 패배는 가속화 될 것 입니다. 몇주만이라도 현재의 전선을 사수하는데 총력을 다 한다면 적은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알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조금 더 유리한 조건에서 전쟁을 종결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슈페어

Heinrich Schwendemann, ‘Drastic Measures to Defend the Reich at the Oder and the Rhine…’ A Forgotten Memorandum of Albert Speer of 18 March 1945, Journal of Contemporary History, Vol 38, 2003, pp.605~606

슈페어가 1945년 3월 18일에 히틀러에게 보낸 이 글은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슈페어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전쟁말기에 히틀러의 초토화 명령에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해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슈페어는 광기에 휩싸인 히틀러가 패배에 직면해 독일 전체를 초토화시키려 했지만 자신은 전후 독일의 재건을 위해 히틀러에게 반대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문건들을 놓고 보면 1945년의 어느 시점까지는 슈페어 자신도 연합국과 유리한 조건에서 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었다는 것 으로 보입니다. 즉 이 글에서 나타나듯 슈페어 자신도 총통 만큼이나 유리한 조건에서의 종전 가능성을 믿고 필사적으로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연합군이 라인강을 도하해 파죽지세로 밀고들어올 무렵에는 슈페어의 생각도 상당히 바뀐것 같긴 합니다만.

각 지역의 군지휘관들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던가 아직 훈련도 마치지 못 한 병력이나 국민돌격대까지도 모두 전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완전한 패배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한 슈페어의 정신적 공황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