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사정상 오랫만에 이 책을 더 읽게 됐다. 벌써부터 두꺼운 책 읽은 것이 귀찮아져 압박을 느끼던 차에 이 물건을 읽게 돼 압박이 더 심해지는 중이다.
하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에릭슨은 대단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냉전시기에 이 정도로 자료 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 아닌가.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출간된 지 40년이 넘은 책에 위압감 마저 느낀다.
당시에는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던 매킨토시의 저작도 세월의 압박을 견디진 못 했는데 에릭슨의 저작들은 수많은 일차 사료가 공개된 90년대 이후에도 호평을 받는 것을 보면 역시 에릭슨은 '本座'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책 뒷부분에 달린 부록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유식한 척 하고 싶을 때 베껴 쓰기 딱 좋게 정리도 잘 돼 있어 나같이 게으른자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세월의 압박으로 중간 중간 저자가 확실치 않다고 인정한 부분도 있지만 당분간 영어권에서 2차대전 이전의 소련 군사사에 관해 이정도의 저작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물론 나의 어설픈 짐작이 맞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짐케의 저작이 비싼 가격에 비해 다소 실망을 안겨 준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두꺼운 책이 모두 멋진 책은 아니지만 멋진 책 중에는 두꺼운 책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