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4일 목요일

민폐

유별나게 군대와 인연(?)이 많으셨던 시인 모윤숙 여사가 5ㆍ16직후 쿠데타를 지지하는 군부대 순회강연을 다닐때의 일화랍니다.

어느 연대 마당에 이르렀을 때에는 벌써 오후가 되어 싸늘한 산바람이 일고 있을 때였다. 2~3,000명으로 헤아일 수 있는 사병이 모두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준비된 사회자의 소개에 의해 연단에 올라섰으나, 도무지 마음이 편안치가 안았던 것은 내 말이 무슨 말이던 땅바닥에 앉아 듣는 사병에게는 너무 지나치는 푸대접이 아닐가 생각되어서 무엇보다 한 연대에 하나씩 속히 대강당을 지어서 그들로 하여금 안정된 자리를 마련해 줌이 옳겠다고 생각되었다.

毛允淑,「一線에 다녀와서 : 巡回講演 感想記」, 『國防』117호(1962. 1), 114쪽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살짝 짜증이 나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때의 군대는 극도로 열악한 복무환경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요즘 군생활과는 비교할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쿠데타 직후 ‘군사혁명’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고 우리의 모윤숙 여사도 그 중 한 분 이셨다지요. 당시 군부에서는 쿠데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군대 내에서도 정훈교육을 통해 관련 교육이 이루어졌고 모윤숙과 같은 지식인들의 강연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맨 땅바닥에 앉아서 지루한 강연을 들어야 했던 병사들은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하군요. 모윤숙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당사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