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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일 일요일

[번역글] 독일은 군대를 더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블룸버그의 오피니언란에 재미있는 글이 실렸네요. 엉망진창인 독일의 안보상황에 우려하는 독일인이 외국 매체를 통해 자국의 현실을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계속하고는 있으나 독일연방군이 회복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군요.





독일은 군대를 더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안드레아스 클루트(Andreas Kluth)


최근 독일 기갑차량 승무원들은 폴크스바겐의 미니버스로 훈련을 하고 있다. 푸마 장갑차 4대 중 3대는 정비 중이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정비 받을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원인은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관료주의에 있다. 독일군은 배낭, 방탄복, 방탄모, 모자 같은 군장류를 보급받는데 수년이 걸린다. 군대 정원은 20,000명 가까이 미달이다. 청년들이 군대에 가고 싶어하질 않기 때문이다. 장교들은 입대 기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신병들은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고, 허약해지고, 멍청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독일 연방의회가 임명한 감찰관 한스 페터 바르텔스(Hans-Peter Bartels)가 독일연방군을 조사한 결과이다. 바르텔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현재의 독일연방군은 나토와 서방 동맹국의 통합방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없다.

사실 독일의 동맹국들은, 동쪽의 폴란드부터 서쪽의 미국에 이르기 까지 이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비판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적한 방식은 외교적으로 부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전임 미국 대통령들도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독일 정부에게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비판했었다. 이들은 독일이 더 이상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되며 국방비 투자를 감축해서도 안되고, 공동의 임무에 있어서 책임을 경감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말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동맹국들의 비판을 정중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했을 때 많은 독일 관료들이 독일은 국제적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해 말 웨일즈에서 열린 나토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는 다른 동맹국 정상들과 함께 10년 내로 국방비를 최소 GDP2%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때 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바르텔스는 베를린의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국방비를 GDP2%로 증액할 생각이 없는듯 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독일 정부는 냉전이 끝난 뒤 크게 삭감했던 국방비를 다시 증액하기 시작했다. 밑바닥에서부터 말이다. 액수만 놓고 보면 작년 독일의 국방비는 432억 유로(476억 달러)였다.(사실 불합리한 관료주의 때문에 이걸 다 쓰지도 못했다.) 올해에는 451억 달러가 될 것이다. 또한 추가로 예산을 더 증액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바르텔스는 이정도 규모로는 국방비를 2024년까지 GDP1.5%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인색한 목표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제2차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 국내선을 탔을 때 기장이 하는 방송을 들었다. 군인이 탔다고 하자 기내의 모든 승객이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독일은 그 반대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10년뒤인 1955년 서독이 군대를 새로 만들었을 때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외출을 했다가 시비를 걸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독일인들은 세계대전을 두번이나 일으켰다는 죄책감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반전, 반군사적인 정체성을 가지려고 했다.

이러한 과거사에 대한 반응은 이해할 수 있는 것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반응은 좀 괴상한 자부심으로 변질되었다. 오늘날 독일인은 전쟁을 하지 않고 무역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절대적인 기도문 처럼 되어버렸다. 독일은 사실상 자국의 국방과 국제질서에서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을 미국에게 외주를 줘버렸다.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와 영국도 독일의 부담을 나눠지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독일인들, 특히 좌파 정치인들은 기고만장하여 독일의 동맹국들이 전쟁광이라는 훈계나 늘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독일은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며 국제질서를 악용하고 있다.

독일 정계 지도자들 중 일부는 이런 구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2010년에 독일 연방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Horst Koehler)는 독일이 무역로 보호와 같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해외파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시 격렬한 비난이 확산되었고 그야말로 히스테리 적이었다. 쾰러 대통령은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더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고 하면 독일 정계에서 매장당한다는 것을 많은 정치인들이 알게 되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세계는 위험한 곳이다. 나토는 수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유럽통합군은 그저 공허한 꿈에 불과하다. 유럽의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러시아이다. 스웨덴 국방부의 연구자들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하이브리드 전쟁과 재래식 군사력, 그리고 신형 미사일 배치를 통한 핵무기 위협 등으로 유럽을 무찌르거나 협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누가 독일 국민들에게 이것을 말할 것인가? 하나는 메르켈의 뒤를 이어 연방 총리가 될 것으로 꼽히는 후보 중 한명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독일군이 주도하는 시리아 파병을 주창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프랑스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이런 주장을 할 때 마다 대중적 지지도는 폭락했다. 

결국 남는 것은 메르켈 뿐이다. 메르켈은 총리 연임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혀서 레임덕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신망이 높으며 믿을 수 있는 인물이다. 메르켈 총리는 14년간 집권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같은  수많은 위기를 거쳐왔다. 지금 그녀는 리비아 내전을 비롯한 다른 분쟁들을 중재하려는 중이다. 그리고 미국이 유럽 평화를 보증하는 역할에서 발을 빼려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제 메르켈에게 남은 기간은 2년 뿐이다. 메르켈은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독일 국민들이 군대에 대한 생각을 바꾸도록 촉구하는 역사적인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Obama’s Not Carter, He’s Eisenhower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뒤숭숭합니다. 뭐, 제가 이쪽에 대해 아는건 별로 없지만 워낙 중요한 사태다 보니 시간이 나는대로 외신 보도들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보량이 방대하고 현안에 대해 아는게 적다 보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현재 미국의 태도에 다소 불안감을 느끼는 편인데 제 시각과는 방향이 다른 글을 한편 읽게 되어서 번역을 해 봅니다. 포린 폴리시에 제임스 트라웁James Traub이 기고한 Obama’s Not Carter, He’s Eisenhower라는 글인데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이기는 게 뭐 대수냐!”는 담대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 시각에 따라서는 정신승리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미국의 입장에서 느긋하게 대응하자는 이야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게 읽히긴 합니다만 이런 시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오바마는 카터가 아니다, 그는 아이젠하워다.

그리고 오바마는 서방이 전쟁에 승리할 것을 알기 때문에 푸틴이 전투는 승리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제임스 트라웁

헝가리 정부가 바르샤바 조약기구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인 1956년 11월 4일, 소련군의 전차들이 부다페스트로 진격했다. 헝가리의 봉기 군중이 마지막으로 보낸 절망적인 내용의 전문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었다. “그들이 지금 막 미군이 한두시간 내에 부다페스트로 올 것이라는 소문을 전해왔다. … 우리의 상황은 나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미군은 부다페스트로 가지 않았다. 아이젠하워는 소련을 동유럽에서 몰아내겠다고 호언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헝가리의 봉기는 분쇄되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도부는 아이젠하워가 소련에게 굴종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애들레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은 아이젠하워가 “자유국가들의 동맹이 존립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몰고 가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러시아가 또 다시  인접국가를 침공하자 미국 대통령도 또 다시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는 아이젠하워와 같은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오바마는 쉽게 재선된 아이젠하워가 받았던 비난 보다 더 심한 강도의 비난을 받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한데 대해 오바마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자 그가 나약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며, 전 세계의 악당들은 오바마의 불안정한 리더쉽을 보면서  미국의 보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평이 더욱 더 퍼지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은 얼마전 트위터에 2012년 미국 외교관 크리스 스티븐스Chris Stevens가 리비아에서 살해됐을때 리비아를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동”이 초래됐다고 썼다. 그레이엄은 당파적인 입장에서 불평을 늘어놓은 것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오바마를 비판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수많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나의 동료 데이빗 로트코프David Rothkopf는 오바마와 지미 카터를 비교하는 글을 쓰면서 허약한 대통령의 기준으로 “카터를 꼽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여기에 인간 관계와 유사한 점이 있다. 악당들이 말을 알아듣게 하려면 위협을 가하는 수 밖에 없다. 악당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행동을 멈출 것이다. 내 동생을 때리면 나를 상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국제관계의 영역에서 럼즈펠드의 그 유명한 “나약함이 도발을 불러온다.(Weakness is provocative.)”는 격언의 바탕이 되었다. 럼즈펠드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 중동의 다른 모든 악당들에게 경고가 될 것이며 이런 악당들이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럼즈펠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라크 침공의 경험을 통해 호전적인 태도가 나약함 보다도 더 도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개인의 생활이나 국제 관계를 막론하고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충동은 참기가 힘들다. 악당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은 멋지게 보이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악당은 거들먹 거리며 걸어다니고 약한 사람들은 움추려든다. 우리는 잔인한 짓만 빼고 악당들 처럼 자유롭기를 갈망한다. 월터 미티Walter Mitty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미국처럼 놀이터에서 가장 잘나가는 골목대장이라면 악당들의 이런 행동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빅 브라더에 짜릿함을 느낀다. 미국인들이 “고르바초프! 베를린 장벽을 없애버려요!”라고 절규하도록 만든 로날드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게 만든 그의 후임자 조지 부시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세계는 부시에게 더 많이 감사해야 한다.

아이젠하워는 악당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파멸을 불러올 수 도 있을 정도의 위협을 가해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적국이 우리가 신경쓰는 것 이상으로 희생양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경우가 그러했다. 니키타 흐루쇼프는 헝가리를 잃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푸틴이 친서방적인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크림 반도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믿는것과 같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크림 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역이었으며 로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였으며, 오랫동안 부동항을 갈망해온 러시아를 만족시키는 지역이다. 푸틴 같은 깡패(thug)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위협을 받는다면 그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야만적인 폭력말이다. 오바마가 보다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푸틴이 손을 뗄 것이라는 생각은 공상에 불과하다. 이건 마치 “누구 때문에 중국에서 패배한 것이냐?”와 같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나약해서 공산주의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는 비난과 같은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식이다. “누구 때문에 벵가지에서 패배한 것이냐?” 아니면 시리아 라던가.

아이젠하워는 결국에는 소련이 서방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오바마 또한 푸틴에 대해서 아이젠하워가 소련에 대해 가졌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오바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푸틴이 탁월한 전략가라고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포린 폴리시의 편집위원인 윌 인보든Will Inboden은 오바마의 행동은 어린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는 수준인데 푸틴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푸틴은 러시아를 핵무기를 가지지 못한 사우디 아라비아로 만들었을 뿐이다. 러시아는 땅에서 캐내는 것 말고는 수출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산유국에 불과하다. 푸틴이 잭나이프를 가지고 장난질을 하는 수준이라면, 나머지 세계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있는 수준이다.

오바마의 대외정책 수행을 카터와 같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젠하워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오바마처럼 전임자로 부터 물려받은 방대한 국방 예산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다. 항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이젠하워는 적은 수단으로 더 많은, 혹은 사용하는 수단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했다.(스티븐 세스타노비치Stephen Sestanovich는 맥시멀리스트Maximalist에서 아이젠하워와 오바마를 “긴축” 대통령으로 묘사했다.)  내가 지난주에 기고한 글에서 쓴 것 처럼, 오바마가 대외 정책에서 추구하고 있는 가장 큰 목표는 국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포함한 지난 정권에서 이어진 분쟁들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대외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계속되는 문제는 오바마의 정책에 결단성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갈수록 외골수로, 상상력이 결여된 축소지향적인 방향을 추구하는데 있다. 오바마는 임기를 시작할 때 핵무기 비확산과 기후 변화와 같은 국제적인 문제에 관한 국제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원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바마는 전임 대통령때 부터 시작된 통제할 수 없는 분쟁을 중단할 수 없으며, 미국 국민들은 그의 개혁안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알게됐다. 결국 오바마의 열정은 사그러들었고 그의 (사고:역자) 지평은 줄어들었다. 그대신 오바마는 미국이 세계 각지의 분쟁에서 확실하게 거리를 두는 것을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시리아가 그런 경우였다. 오바마는 시리아에서 자행되는 최악의 만행에 대해 단호해 보이는 제스쳐를 취하는 정도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행동은 나쁜 일이다. 한때 오바마가 제창했던 희망과 그가 안주하기로 선택한 편안한 장소와의 거리는 아이젠하워의 말뿐인 반공주의와 그의 실용적인 타협안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다. 백악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브라이언 카툴리스Brian Katulis는 최근 오바마가 더이상 미국 국민들에게 국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마도 오바마는 국제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 싶다.

나는 오바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오바마가 하는 일이 훌륭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의 실패는 그의 불안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오바마가 초기 부터 러시아에 대해 보다 대결적인 정책을 취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오바마가 그렇게 했다면 그는 군비통제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에서 그랬던 것 처럼 동맹국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푸틴이 꿈꾸는 것 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결하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이 초래되었다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통합되는 것 같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에 직면하여  러시아에서 민족주의적인 여론이 거세지도록 선동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오바마가 2년 전에 시리아의 반군을 훈련시키고, 군자금을 지원하며,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승인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오바마가 시리아 문제에 개입하지 못한 것이 그의 임기 내내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오바마가 푸틴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리아인들을 압제로 부터 구출하기 위해 개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오바마는 몇가지 제제조치와 올 6월에 소치에서 개최될 예정인 G-8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결합하여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이 계속해서 푸틴 개인에 대한 숭배에 붙들려 있는 이상 오바마가 취하게 될 조치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고립된다면 푸틴의 입지만 강화될 것이다. 동구와 서구가 대립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듯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맹국이나 적절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대결은 한쪽에 일방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냉전 당시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하더라도 서구는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는 자유민주주의의 편에 있다는 신념을 확고히 하여 대결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저는 이런 시각을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유리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국가가 우크라이나 하나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벌어진 전쟁에서 무너진 작은 국가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올 여름쯤에 나올 국제관계나 군사전략 관련 저널들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테니 그때쯤 잘 정리된 재미있어 보이는 글들을 더 번역해 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Journal of Strategic Studies나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에서 특집을 내줬으면 좋겠네요.

2012년 1월 10일 화요일

Why Panetta's Pentagon Cuts Are Easier Than You Think

지난 1월 4일, 포린 어페어즈 인터넷 판에 재미있는 글이 한편 실렸습니다. 「어째서 파네타의 국방부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가?(Why Panetta's Pentagon Cuts Are Easier Than You Think)」라는 글인데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이 군사력 약화를 초래하기 보다는 비효율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작년 9월에 블로그에 소개했던 「다가오는 미국의 긴축(America's Coming Retrenchment )」과 같이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어보고 바로 블로그에 올려볼까 했는데 주말에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경상도에 다녀온데다 MJ님이 출연하시는 원더풀라디오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좀 늦어졌습니다. 좀 날림번역인데 봐주십시오^^;;;;;


어째서 파네타의 국방부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가?
로렌스 콥(Lawrence J. Korb)

이번주에 레온 파네타Leon Panetta국 방부장관이 국방예산을 수천억 달러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부문과 군부의 지도자들은 이와같은 예산 감축이 재앙과도 같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예언같은 경고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적절한 재원이 없다면 미국이 세계 각처에 가지고 있는 이익을 보호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재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의 입장을 가장 강력히 지원하는 사람들 조차도 국방부의 문제는 관리에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군장교협회Military Officers Association의 회장인 노버트 라이언Norbert Ryan은 최근 워싱턴타임즈에 기고한 논평에서 이 문제를 잘 정리했다.: “거의 매주 많은 비용이 투입된 계획들이 총체적인 관리 부실과 예산 초과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는데 이 중에서 현재 우리 군대가 싸우고 있는 전쟁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라이언은 이렇게 적었다. “관리부실이 매우 심각해서 국방부의 회계장부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일 지경이며 국방부의 고위층은 2017년 이전에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해군 장교로 장기간 복무한 전쟁영웅 출신의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공화당, 애리조나)은 이보다 더하다. 2011년 12월 15일 상원 의석에서 매케인 의원은 사실상 현재 개발 중인 거의 모든 무기체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매케인 의원은 F-35 계획이 수습 불능의 상태이며, 해병대의 신형상륙장갑차Expeditionary Fighting Vehicle가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탄식했고, 육군의 미래 전투 체계는 “요란하고, 부끄러운 실패작” 이상이라고 비판했으며, F-22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잡아먹은 채로 격납고에서 좀만 슬어가는 여왕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항상 이렇게 엉망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행정부가 강력한 부장관을 두어 운영을 총괄해서 담당하게 했을 때는 관리 문제가 미미했다.(국방부장관은 국방부의 운영을 신경쓰기에는 너무나 바쁘다.) 예를 들자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너럴 모터스에서 찰스 윌슨Charles Wilson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휴렛 패커드에서 데이빗 패커드David Packard를, 지미 카터 대통령은 코카콜라에서 찰스 던칸Charles Duncan을,  그리고 조지H.W. 부시 대통령은 제너럴 모터스의 도날드 앳우드Donald Atwood를 데려다 썼다.

이들 행정부에서 국방 예산은 크게 감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는 부장관의 관리상의 결정에 힘입어 개선되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공군은 소련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값비싼 폭격기를 사용하는 대신 훨씬 저렴한 지상 발사 미사일을 사용하게 되었다. 닉슨 행정부에서 국방부는 일부 기능을 예비군으로 이관하면서 현역 병력의 규모를 감축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국방부는 전투기를 조달할 때 고성능기와 저성능기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여 값싼 F-16과 F/A-18로 값비싼 소수의 F-14와 F-15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크게 감축할 수 있었다. 카터 행정부에서 국방부는 공군의 B-1 폭격기를 취소하여 그보다 저렴한 B-2 스텔스 폭격기를 도입하도록 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는 (F-22에 대한 해군의 대응인) A-12가 개발사에서 예산 한도를 지키지 못하게 되자 이를 취소시켜버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국방부 부장관들은 대부분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이나 명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의 부장관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의 부장관 빌 린Bill Lynn, 그리고 파네타의 부장관 애쉬튼 카터Ashton Carter는 큰 조직을 운영해 본 일이 없으며 심지어 군복무 경험조차 없다. 요지는 국방부가 핵심적인 국방 예산을 실질적으로 1998년 회계연도에서 2011년 회계연도까지 13년 연속으로 증액하는 유례없는 일을 했다는데 있다. 레이건 시대의 방대한 군사력 건설조차 1981년에서 1985년까지 불과 4년간 계속되었을 뿐이며 이 다음에는 13년간 실질적인 감축이 이루어졌다. 현 재 파네타 장관이 다음 10년 동안 연간 1천억 달러의 핵심 국방 예산을 감축한다고 발표하더라도 2013년도의 예산은 4,7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이것은 2007회계연도의 예산과 같은 규모이다. 이 액수는 미국이 냉전 기간 중 사용한 연간 평균 예산을 상회하는 것이며 미국 다음의 하위 17개국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한 것 보다도 더 많은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국방부의 고위층은 지출 기준치를 감추었다. 지난 10년간 국방부의 수뇌부는 추가 전쟁 비용으로 부터 진행중인 전투와는 전혀 관계없는 F-22 랩터와 미사일 방어 체계와 같은 핵심 품목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해왔다. 국방부는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무기 체계의 비용 상승을 감춰왔으며 국방예산에서 투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은 것 처름 보이도록 해왔다. 강력한 부장관이 있었다면 F-22와 같은 고성능 무기체계를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F-35와 교환하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의 수뇌부는 방위산업체들이 비용을 초과한 것에 대해 댓가를 치르도록 하는데 거듭해서 실패해왔다. 국방부는 그렇게 할 수단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1980년대에 의회는 행정부가 국가 안보의 기준에서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무기 개발계획이 예상 비용을 15~50% 초과하게 될 경우 무효화 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97년 이래 거의 절반 이상의 무기 체계 개발계획이 이 법안을 위반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양산에 돌입하도록 허가받았다.

그 다음에는, 2000년만 하더라도  개발 중이거나 생산에 들어간 계획에 소요된 비용이 4,300억 달러로 증가했다. F-35의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 원래는 2,866대에 2,33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지금은 겨우 2,400대에 최소한 3,8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대당 가격은 이 기종이 대체할 예정인 F-16의 다섯배에 이르고 있다. 강력한 부장관이 있었다면 계획을 취소해 버리거나 회사가 초과비용을 책임지도록 했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미국의 무기 체계가 노후화 되어 가고 있으며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국방부가 이렇게 전례 없는 비용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의 러셀 럼바우는 각 군의 조달 비용이 21세기의 첫 1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01 회계연도에 630억 달러에서 2010회계연도에는 1,360억 달러로 늘어났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낡은 장비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 500억 달러를 신형 무기체계 획득에 사용했으며 여기에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유연한 전장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유인차량과 무인차량으로 편성된 여단으로 편성되는 3,400억 달러짜리 미래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s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체계에 200억 달러를 지출하고 난 뒤 정부는 이것을 취소해 버렸다

국방부의 관리 부실은 작전 및 유지 분야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이것은 2012년 회계연도에 2,00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다. 방산업체의 경영진들은 비록 새로운 세대의 전투기들이 전선에 배치된 기존의 것들에 비해 비싸기는 하지만 작전 비용은 감소할 것이라고 거듭해서 주장해 왔다. 그렇지 않다. F-35의 작전비용은 최소한 F-16 C/D형 보다 15퍼센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획되어 있다. 그리고 해병대의 V-22 오스프리의 작전 및 유지비용은 지난 3년간 460억 달러, 62%나 증가했다. 매케인 의원에 따르면 F-22는 대체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구형기종(F-15와 F-16)과 비교했을 때 운용하기에 너무나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국방부는 갈수록 비효율적이 되어가고 있다. 2010년에 게이츠 국방장관은 국방 예산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각 군에 낭비적인 요소를 파악하도록 했다. 몇 주만에 2,000억 달러 규모의 과잉 지출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면 장군과 제독의 숫자는 군대가 오늘날 보다 두배나 더 컸던 1971년 당시 보다 훨씬 많으며 사령부들, 예를 들어 통합전력사령부Joint Forces Command와 같은 곳들은 다른 사령부와 업무가 중복되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 장관은 획득한 비용으로 초과된 부분을 메우는 대신 국방부가 획득한 비용의 대부분을 신규 무기 계획에 쏟아넣도록 방치했다.

국방부가 현재와 같이 운영된다면 어려운 결정들을 계속해서 회피하려 할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또한 의회도 각 지역구에 지속적으로 경제적 활력을 넣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방부는 군부-산업체-의회 복합체를 다루는데 충분한 경험을 가진 강력하고 단호한 성격의 부장관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마쳐갈 무렵 국방예산은 오늘날의 액수로 환산했을 때 3,800억 달러에 달했다. 닉슨 대통령은 같은 시기에 3,980억달러였다. 그리고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같은 시기에 4,350억 달러였다. 조지 W. 부시 에 와서는 4,780억 달러가 되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말에는 기준예산이 최소한 4,750억 달러 이상으로 아마도 5,250억 달러에 근접해 있을 것이다. 만약 오바마의 군부 및 민간 관료들이 소련과 같은 실질적인 위협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만큼의 비용으로도 국가를 지켜낼 수 없다면 오바마는 다른 사람들을 알아봐야 할 것이며 특히 새로운 국방부 부장관이 필요할 것이다. 패커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68년 위스콘신의 공화당 하원의원 멜빈 레어드Melvin Laird가 국방부장관에 임명되었을  때 그는 유능한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레어드가 자신의 참모들에게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이들은 패커드를 추천했다. 레어드는 즉시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가서 패커드가 국방부 부장관 직을 맡아달라고 설득했다. 파네타나 그의 뒤를 잇게 될 사람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을 책임지는 조직과 제도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본문에서 레이건 행정부 시기의 방만한 예산 운영과 그 뒤를 이은 조지 부시 시기의 조정을 언급한 점이 필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07년에 간단하게 소개했던 것 처럼 레이건 행정부 시기는 오늘날 국방예산이 무절제하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무기만 잔뜩 들여놓는다고 국방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국방 정책은 명확한 목표가 먼저 설정되어야 하며 신무기 도입은 그에 따르는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필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 처럼 ‘소련과 같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무기를 잔뜩 들여놓고 이 때문에 당장 필요한 분야에 사용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이 글은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예산 감축을 바라보는 시각 중 긍정적인 편에 속합니다. 비효율을 제거하게 된다면 적은 예산으로 미국의 국방력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테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끌리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2011년 3월 18일 금요일

허세 혹은 정신승리

허세 또는 정신승리의 어떤 유형...

최근에 미국대통령 부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사멸하여 간다고 떠들고 있는데 그것은 터무니 없는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류의 리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절대로 사멸하지 않으며 또 사멸할 수도 없습니다. 사멸하여 가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입니다. 현실적으로 자본주의는 쇠퇴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맑스와 레닌이 말한바와 같이 자본주의가 멸망하고 사회주의가 승리하는 것은 어길수 없는 사회발전의 법칙입니다.

김일성,「이라크 공산당 대표단과 한 담화(1989년 9월 18일)」김일성전집 88 -1989.1-1989.12(조선로동당출판사, 2010), 425-426쪽

김일성이 1980년대에 한 담화를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한 노인네의 악다구니라고 할 까나... 김일성전집을 꾸준히 읽다 보면 김일성은 자신이 패배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더 정신승리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꽤 재미있지요.

이번에 인용한 김일성전집 88권은 바로 작년에 나온 책인데 무려 『김일성전집』인데도 불구하고 종이의 질이 저질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나온 『김일성저작집』보다도 종이의 질이 개판이란게 참 안습이죠.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어떤 정치인의 기록정신


언제나 그렇듯 밀린 RSS피드를 확인하다 보면 며칠 지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즈 1월 19일자에서는 2003년 이라크에서 노획한 이라크 정부 자료 몇 건을 공개했는데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관련기사 : Hussein Wanted Soviets to Head Off U.S. in 1991

이 기사와 함께 영어로 번역된 노획자료도 함께 실렸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고르바초프에게 중재를 요청했다가 강대국 정치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는 후세인의 모습을 보니 안구에 습기가 차는 동시에 만약 우리가 저 꼴이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 집니다;;;;

뉴욕타임즈가 공개한 번역문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구절도 눈에 띄는데 특히 사담 후세인의 투철한 기록 정신이 재미있군요. 걸프전쟁 당시 후세인과 이라크 공보장관 하마디(Hamid Yusuf Hammadi) 간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고 합니다.(이 문서의 10쪽을 보십시오)

후세인 : 전쟁 중인 만큼, 중요한 문서들은 두 개의 사본을 만들어서 각기 다른 두 군데의 장소에 보관해야 하네. 만약 여기가 폭격을 받거나 불에 타버리면 어쩌겠는가.

하마디 : 각하. 저는 서류보관함과 금고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후세인 : 하지만 아직 한 군데에 있지 않은가. 두 개의 사본을 각기 다른 두 군데의 장소에 보관하도록 하게.

하마디 : 알겠습니다. 각하.

후세인 : 이런 자료들은 반드시 최소 두 개의 사본이 있어야 하네. 하나는 대통령궁으로 보내고 다른 하나는 자네가 보관하도록 하게.

하마디 : 알겠습니다. 각하.

히틀러도 그랬지만 이런 자료들을 남겨주는 독재자들은 호사가들에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만약 후세인이 스탈린 처럼 기록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인간이었다면;;;;

『갈등하는 동맹』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대한 서술

2010년 봄에 역사비평사에서 낸 『갈등하는 동맹 - 한미관계 60년』을 읽는 중 입니다. 책이 나왔을 때 한번 읽어보라는 이야길 듣고 사놓긴 했는데 달력이 완전히 넘어가고 나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원래 『역사비평』에 연재된 글들을 정리해서 단행본으로 엮은 것인데 이승만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의 한미관계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진보적인 학계가 한미관계에 대해 가진 시각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는 저작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가까운 현재를 보는 시각인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를 맡은 필자는 박건영과 정욱식이고 노무현 정부 시기를 맡은 필자는 박선원인데 특히 박선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이었습니다. 애시당초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인물들을 필자로 선정한 셈이지요.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한미관계의 갈등은 물론 북핵위기의 원인을 모두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 집단에 돌리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경직성과 전략적 오판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습니다만 작년 말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서 드러난 것 처럼 모든 책임을 부시행정부와 네오콘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태도 같습니다.

특히 이런 점은 제2차 북핵위기에 대한 정욱식과 박선원의 서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정욱식과 박선원은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이 북한의 우라늄 계획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압박을 가해 북핵위기를 고조시켰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2010년 말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서 드러난 것 처럼 북한의 우라늄 계획은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된 것 입니다. 특히 박선원의 글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변호하기 위해 쓰여졌기 때문에 더 불편합니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변명과 책임전가처럼 불편한 것은 없지요.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서술을 제외하면 개설서로 무난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What I Found in North Korea

며칠 전 언급했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을 번역해 봤습니다. 이미 언론에도 많이 언급이 되어 뒷북인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 일단 저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헤커 박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실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별도로 붉은 색 표시를 했습니다.

지난 11월 12일, 내가 마지막으로 영변 핵 시설을 방문했을 때 북한 과학자들은 나와 나의 동료, 루이스(John W. Lewis)와 칼린(Robert Carlin)에게 작은규모의, 최근에 완성된 산업수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건설중인 실험용 경수로를 보여줬다.

나는 두 곳의 케스케이드(cascade) 실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것과 최신의 통제실이 갖춰진 것에 놀랐다. 그리고 먼길을 거쳐 평양으로 귀환한 뒤 이 발견의 정치적 의미가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것과 한반도의 조용한 긴장상태가 지금보다 중요한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달 하순 남북한이 서해에서 충돌한 사건을 고려한다면 특히 더 그러하다.

비록 나와 다른 비확산 전문가들은 오래전 부터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한 근거에 의거해 확신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규모와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십수개의 1세대 원심분리기가 아니라 완전한 가동상태에 들어간 것이 틀림없는 최신형 원심분리기들이 셀수 없이 줄지어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북한측은 우리에게 원심분리기 시설은 2009년 4월 부터 건설을 시작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특수한 원자재와 부속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원활하게 가동되는 원심분리실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주장은 신뢰할 수가 없다. 북한이 이러한 물자들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었는가는 국제적인 핵 비확산 체제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이 자체적으로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이나 강철합금, 고리자석, 베어링, 진공밸브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이러한 설비들이 오래 전 부터 다른 장소에서 건설되어 가동에 들어갔으며 새로운 시설로 옮겨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는 것이다. 원심분리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품목들은 파키스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복잡하고 광범위한 조달 체계를 통해서 조달된 것으로 생각된다. 파키스탄의 전직 대통령 무샤라프(Pervez Musharraf)는 그의 회고에서  파키스탄 과학자 칸(A. Q. Khan)이 2000년 즈음에 원심분리기 24대 분에 해당하는 농축 시작용 부품(enrichment starter kit)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칸이 2004년 체포되기 전에도 북한 과학자들이 칸의 연구소와 밀접하게 협력했으며 칸의 연구소는 원심분리설비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실시했다. 또 2001년 말에는 CIA가 의회 보고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위해서 러시아와 독일로 부터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물자들을 획득하려 한다는 정보를 밝혔다. 그리고 최소한 몇몇 부품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기술에 대해 밀접한 교류를 시작한 이래로 두 국가의 협력을 통제할 수 없었다. 북한의 원심분리 시설은 이란이 국제 사찰단에 공개한 것 보다 훨씬 정교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란이 차세대 원심분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북한은 우라늄 처리와 원자로 기술에 있어 이란 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것을 이란에 제공하는 것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들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우라늄 원심분리 계획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설에 대한 사소한 흔적과 징후들은 평가를 골치 아프게 한다. 북한이 현재 어느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징표는 북한이 다른 나라, 이 경우에는 파키스탄으로 부터 물자를 조달하려는 활동과 기술협력을 살펴보는 것이다. 2002년, CIA는 이러한 징후들을 가지고 북한이 2000년대 중반 부터는 연간 두 개의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바 있다. 2002년 10월,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 증거를 가지고 북한과 대립했고 이로써 비핵화를 조건으로 궁극적인 관계 정상화로 나가려 했던 1994년의 합의 체제는 끝을 보게 되었다. 합의가 파탄나자 북한은 이를 구실로 핵비확산조약을 탈퇴하고 폐연료봉으로 폭탄을 생산하기 위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첫 번째 핵폭탄을 만들었다.

이 때를 되돌아 보면 2002년 10월의 대립에서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 원인은 정보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합의 체제를 무너뜨린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정치적 결단에 있다. 영변에서 북한측은 우리에게 나중에는 보다 큰 원자로를 만들 것이며 원자로 기술과 연료 문제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리를 안내한 북한 외무성 관리는 북한이 과거 경수로를 만들고 자체적인 농축시설을 만들겠다고 위협했지만 “헤커 박사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우리를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북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미국의 행동이 그들을 이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경수로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1985년 소련과 두 개의 경수로를 제공받는 협정을 체결한 이래로 진지하게 경수로를 추진했다. 합의체제는 핵무기 제조에 유리하지만 원자력 발전에는 불리한 흑연감속로를 대체하려는 것 이었다. 반면 경수로는 폭탄 제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전력 생산에는 매우 좋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고 예상대로 UN의 규탄이 나오자 북한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주체적인 원료와 기술에 기반해 100퍼센트 작동하는 경수로를 개발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제 북한은 호언했던대로 25~3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의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나는 북한이 진짜로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경수로가 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도 쓰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경수로에서 만들어낸 플루토늄은 기존의 흑연감속로에서 생산한 플루토늄 처럼 폭탄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사실 북한이 플루토늄 폭탄에 필요한 연료를 더 필요로 한다면 경수로를 만드는 대신 기존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면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원자로의 건설은 몇 가지의 정책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수로는 농축 우라늄을 필요로 하는데 만약 원자로 연료로 사용할 농축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북한은 이것을 쉽게 고농축우라늄 폭탄의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계획에 대해 우려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 시설들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정책 입안가들에게 진지하게 고려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경우 시설 공개는 핵 계획이 외교 정세에서 북한에 유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미국의 대선 일정에 맞춰 사전에 조율된 계획의 일부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국제 사회가 2009년 4월의 로켓 발사를 비난한 뒤 공식적으로 6자 회담에서 탈퇴하고 국내 정치용으로, 그리고 국제 사회에 북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핵 기폭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게 위해 2차 핵실험을 실행했다.

동시에 북한은 소형 경수로를 설계하고 영변의 연료봉생산시설의 일부를 전환하고 원심분리기를 설치하여 농축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우리의 방문 일정을 그들이 계획을 완료한 시점에 맞추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오랫동안 품어왔던 전력 생산용 경수로에 대한 야심에 한발짝 다가서면서 우라늄 농축 계획의 필요성을 정당화 하려 했다.

진실은 북한이 처음 부터 핵무기와 전력 생산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플루토늄과 우라늄 계획을 함께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 핵무기와 전력 생산 때문에 플루토늄 계획을 선호했었으나 동시에 1994년 합의 체제의 일환으로 미국이 전력 생산을 위한 경수로를 제공한다면 플루토늄 폭탄 계획은 맞바꿀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북한은 칸 박사와 접촉하고 합의 체제가 매우 느리게 이행되면서 1990년대 후반 폭탄 생산을 위해 우라늄 계획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무렵에는 많은 정보 보고서가 보여주었 듯 북한은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을 본격적으로 조달하고 있었다. 2002년 10월의 외교적 대립은 북한이 2003년 플루토늄 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고 그 뒤의 핵실험을 통해 폭탄 개발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려 했다.

북한이 이번에 우리게에 보여준 현대화된 원심분리시설은 북한이 결코 폭탄 생산을 위한 우라늄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충분한 원자재와 부품을 획득하였고 이것들을 가공하고 조립해서 작동되는 원심분리기를 만들었고 그 다음에는 은폐된 시설에 설치해 가동에 들어간 뒤 다시 영변으로 그것들을 재빨리 옮겨서 설치했다. 우리가 목격한 원심 분리 시설은 핵폭탄이 아니라 원자로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핵무기 생산시설을) 과거 한 차례 사찰을 받았던 장소에 설치해 놓고 외국인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시설도 현재 북한의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것이 동북아시아의 안보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다. 우리가 추정하기로는 북한은 이미 네개에서 여덟개의 초보적인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한다고 해도 북한의 위협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고농축 우라늄으로 폭탄을 만드는 것은 더 쉽지만 보다 복잡하고 소형의 폭탄을 만드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현재의 폭탄 보유량을 유지하거나 폭탄을 조금 더 생산할 생각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재가동하는 쪽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본격적으로 늘릴 생각이라면 현재의 농축시설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별도의 비밀 시설을 건설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당장 원심분리기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원심분리기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재료와 부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의 광범위한 불법 조달 경로를 봉쇄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늘리는 것 보다 더 골치아픈 것은 북한이 핵물질이나 핵물질 생산 시설, 특히 원심분리기 기술과 같은 것을 수출할 가능성이다. 게다가 북한은 경수로와 농축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비핵화의 개념을 재정립했고 외교적 방식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북한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을뿐만 아니라 경수로 계획과 원심분리시설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플루토늄 계획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거의 성공할 수 있었지만 우라늄 계획은 그와 같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라늄 계획은 플로토늄 만큼이나 골치 아프지만 플루토늄 계획 보다 훨씬 그럴싸하게 평화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무성의 관료는 북한이 2005년 6자 회담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계속해서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시발점으로 미국이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 성명을 재확인 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기간의 외교적 과정의 최고점이었던 이 문서는 양국 정부가 상대국에 대해 적대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과거의 적대 관계에서 자유로운 새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확인하는 것 이었다.

이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핵 문제에 국한시키지 말고 전반적으로 재검토 해야 할 시점에 왔다. 근본적이고 항속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미국 정부는 내가 “세가지 No”에 대한 답으로 하나의 Yes 라고 부른 것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세 가지 No는) 더 이상의 핵폭탄 생산을 하지 않을 것, 핵폭탄의 개량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핵 물질의 수출을 하지 않을 것이다.(no more bombs, no better bombs, and no exports) (한 가지 Yes는) 미국이 북한의 근본적인 안보적 불안을 공동 성명의 취지 내에서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다. 우리가 외무성의 안내인에게 북한이 세가지 No와 하나의 Yes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명확하게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도 이에 대답할 것 입니다.”

북한이 원심분리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그 어느 때 보다도 어려우면서 시급하게 하고 있다.

엉성한 날림 번역 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인 요지를 전달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듯 싶습니다;;;;

일단 저는 북한이 핵 무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헤커 박사의 제안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특히 제 마음에 가장 걸리는 헤커 박사의 제안 입니다. 더 이상의 핵폭탄 생산을 하지 않을 것, 핵폭탄의 개량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핵 물질의 수출을 하지 않을 것(no more bombs, no better bombs, and no exports)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긴 합니다만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지 의문입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핵확산 방지를 위해 북한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핵 무기를 묵인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이 깜깜합니다.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부시 행정부의 민군관계에 대한 한 공화당 지지자의 비판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오바마에 투표했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오늘 할 이야기는 부시 행정부의 삽질에 환멸을 느낀 한 골수 공화당원에 대한 것입니다.

미국은 군대에 대한 문민통제가 잘 확립된 국가입니다. 하지만 문민통제는 민간인으로 이뤄지는 최고 정책 결정집단과 이를 수행할 군인들 간에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 + 럼즈펠드 국방장관 이라는 최강의 조합으로 미국식 문민통제가 막장으로 치닫는 모습을 이미 구경했으니 균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입니다.
민군관계와 관련해서 제가 즐겨 읽는 저자 중 한 명인 허스프링(Dale R. Herspring)은 이렇게 민간관료와 군인간의 균형 유지에 많은 관심을 쏟는 인물입니다. 이 양반의 저작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서 몇 번 간략히 소개했었지요.

허스프링은 공산권의 군사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한 번 정도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 입니다. 허스프링은 해군 대령 출신이며 또 해외 주재 무관으로 20년간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의 민군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발전모델(developmental model)이라는 이론을 만든 인물입니다. 이 양반의 논문이나 저서들은 대부분 소련과 동유럽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민군관계를 대상으로 한 것도 많습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저작인 The Pentagon and the Presidency라던가 비교적 최근의 저작인 Rumsfeld’s War 등이 이에 속하지요.

허스프링은 자신의 저작인 Rumsfeld’ War에서 밝히고 있듯 골수 공화당원입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삽질은 이 골수 공화당원 마저 환멸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허스프링은 Rumsfeld’ War의 서두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수년간 내가 쓴 모든 책과 논문 중에서 이 책의 내용보다 더 심란한 주제를 다룬 것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에 두 번이나 투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국무부의 해외 주재 무관으로서 20년간 활동했으며 32년간 미해군에 복무하면서 말단 사병에서 대령까지 진급했다. 나는 부시행정부가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WMD)로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담 후세인과 9/11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이것을 믿었기 때문에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기도 했다. 나는 퇴역 해군 장교로서 나의 최고 사령관을 지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생각하지 않았다.

Dale R. Herspring, Runsfeld’s Wars : The Arrogance of Power,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8), p.ix

하지만 이 골수 공화당원은 부시 행정부의 삽질, 특히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럼즈펠드의 삽질에 환멸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2003년 3월의 이라크 침공을 결행하는 과정과 미군의 군사적 전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 나는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발언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도 사담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어쨌건 후세인은 이라크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으며 또 이란에도 사용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담과 빈 라덴의 연관성에 대한 가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매우 실망했으며 분노했다. 이 가설은 국방부의 민간 관료들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해 낸 것이 명백해졌으며 만약 국방부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와 그의 측근들이 자료를 왜곡하고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않았다면 현재 미군은 이라크에 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늑대가 문 앞에 닥쳤다고 요란하게 경고했다. 그리고 우리에 갇혀 있는 늑대가 위협이 된다고 사람들을 믿게 만들려 했다.
그리고 나는 럼즈펠드가 직업 군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럼즈펠드는 최소한 30년 이상을 군에 헌신한 고위 장성들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으며 군사 혁신과 군사전술, 그리고 작전 절차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장군들에게 강요했다. 물론 (군에 대한) 민간 통제는 원칙이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관과 군대 사이에 상호 존중이 있어야 한다.

Ibid, pp. ix-x

허스프링은 이미 이 책을 쓰기 몇 년 전에도 부시 행정부가 군대에 대해 저지르는 삽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가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 방식은 존슨 행정부와 한가지 결정적인 점에서 다르다. 존슨과 맥나마라는 군대를 비판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려고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의 군 개혁 시도를 지지하면서 이러한 싸움에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 있으려 한다.
공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판단할 때 럼즈펠드는 군인들의 사고 방식이 경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부시 행정부 초기부터 군대와는 협조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럼즈펠드는 신세키(Eric Ken Shinseki)와 같은 장교들이 군을 혁신하려 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럼즈펠드는 자신의 급격한 개혁 계획을 직접 수행하려 했으며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럼즈펠드는 대부분의 군부 인사들에 대한 경멸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극 소수의 장교만이 럼즈펠드의 의사 결정 집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럼즈펠드는 자신과 자신의 민간인으로 이뤄진 측근들이 수년간 군대에 복무한 군인들 보다 미국에 대한 위협 요소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럼즈펠드는 자신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군인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결과 부시 행정부에서 럼즈펠드는 군대를 멸시했다. 물론 럼즈펠드는 국방부가 외부에 어떻게 비춰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합참의장과 합참부의장을 자신의 방식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장교로 골랐다. 저자가 보기에 마이어스(Richard B. Myers)페이스(Peter Pace)는 (럼즈펠드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결정이나 공식적인 발표를 할 때에는 최고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개인적인 권한의 측면에서 볼 때 마이어스 대장은 2차대전 이래 가장 약한 미합참의장이다.

Dale R. Herspring, The Pentagon and the Presidency : Civil-Military Relations from FDR to George W. Buch,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5), pp.404~405

허스프링은 부시 행정부에서의 민군관계, 특히 럼즈펠드 장관과 군대의 관계에 대해서 극도로 비판적이며 2008년에는 위에서 인용한 Rumsfeld’s War라는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아예 책 한권을 할애해서 럼즈펠드를 비판하고 있는데 저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민군관계에서 볼 때 얼마나 럼즈펠드에게 실망을 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이렇게 수년간 계속된 럼즈펠드와 부시의 삽질은 허스프링 같은 골수 공화당 지지자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잘 아시는 것이죠.

요즘 한국에서도 대통령과 한 '장관'의 삽질이 범 국민적인 짜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부시가 럼즈펠드에게 군사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고 방관한 것 처럼 이명박도 강만수에게 큰 권한을 안겨주고 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삽질을 보면 이명박과 강만수의 관계는 부시와 럼즈펠드의 관계와 유사해 보입니다. 럼즈펠드는 미군을 이라크에 처박아 엉망으로 만들고 극심한 비판에 직면하고 나서야 물러났습니다. 물론 미군은 아직도 럼즈펠드의 삽질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명박의 신뢰를 받는 강만수가 삽질을 하면서 극심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될 수 있다면 럼즈펠드 처럼 사태를 구제불능으로 만들기 전에 강만수는 물러났으면 싶습니다만 이명박의 완고한 태도를 봐서는 당분간 어려울 듯 싶군요.

2008년 11월 3일 월요일

최종보스 부시

Russians With Pumpkins Protest Many U.S. Plots

러시아인들 중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매케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루지야 분쟁을 도발했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더러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올해 알게 된 음모론 떡밥 중 가장 썰렁한 떡밥이기도 하군요.

하지만 기사에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When that will happen, we will totally control all humanity,” said the actor playing Mr. Bush, swigging a beer, as a picture of the globe in chains glowed behind him.

직접 봤다면 얼마나 재미있었겠습니까.

역시 황상폐하는 최종보스!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언어유희의 매력!

14일에 가디언에 실린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Robert Fox의 글 입니다. 제목에 주목하십시오..


George Bush's executive disorder



executive disorder!



executive disorder!!



executive disorder!!!



executive disorder!!!!


으하하. 정말 좋습니다. 이런 센스는!

이런 말장난이 계속되는 한 대영제국은 몰락하지 않습니다.

2008년 7월 8일 화요일

음베키에겐 애시당초 기대를 말았어야지

Zimbabwe sanctions could lead to civil war, Mbeki warns leaders - The Guardian

짐바브웨가 여전히 막장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빵 음베키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무가베에 대한 강력한 압박은 짐바브웨를 내전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물론 음베키의 주장은 타당성이 제법 있다고 생각되지만 평소 그의 행태로 볼 때 그냥 가재가 게편을 드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군요. 음베키와 무가베의 정책 몇 가지를 놓고 보면 둘 다 아프리카에 백인이 엉덩이를 깔고 있는 것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를 내리는게 굉장히 곤란한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제 3국인에 특별히 관련 지식이 깊은것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죠. 역시 식민통치를 경험한 조선사람의 입장에서는 백인을 경멸하는 현지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인 중산층 없이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느냐면 그건 결코 아니거든요. 뭐, 시간이 흐르면 해답이 나오겠지요. 그때까지 신문이나 보고 있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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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가디언 기사의 아랫 부분에 황상폐하의 말씀이 실렸습니다. 역시 세계를 자유로서 교화하겠다는 황상폐하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경하할 일 입니다.

"I wish for a world free from tyranny : the tyranny of hunger, disease; and free from tyrannical governments. I wish for a world in which the universal desire for liberty is realised. I wish for the advance of new technologies that will improve the human condition and protect our environments."

2007년 10월 20일 토요일

세계적 대인배 허경영 총재

모당의 대통령 후보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뒷구멍으로 추진하다가 나라망신을 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아. 정말 통탄치 않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고작 이정도의 소인배라니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직 한반도에 세계적 대인배가 한 분 계십니다.

말 안해도 다 아실 그분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2001년 1월 18일부터 28일까지 내가 미국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되어 워싱턴에 가서 부시대통령(사진 참조)과 부통령, 그리고 상하원의원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미국 공화당과 한국 공화당과 자매결연도 맺었었다.


그런데 그때 미국의 고위 공직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략)

“미국이 진정 존경하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거대한 미국과 맞서서 싸우며 자기 민족을 살리겠다고 몸부림친 민족주의자 반미주의자인 박정희 대통령과 월맹의 호지명, 그리고 허경영 총재 당신 같은 민족주의자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입니다.

(중략)

그는 미국이 변해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여야와 자민련까지도 고어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고 지지를 했었는데 나는 표범상인 부시가 염소상인 고어를 이기고 대통령이 될 것을 미리 내다보고 부시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여야의 국회의원 20여명이 워싱턴의 호텔에 머물렀지만 그들은 결국 부시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허경영,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10판), 도서출판 새나라, 2000, 2002년, 313~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