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3일 일요일

"Parliament to the Rescue" by Bruce Ackerman

지난번 글 “이집트의 ‘헌정’이라는 유령(Egypt's Constitutional Ghosts)”에 이어 이집트의 국민투표에 대한 글 한편을 번역해 봤습니다. 이번 글은 지난 3월 1일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에 올라온 브루스 애커만(Bruce Ackerman)의  Parliament to the Rescue입니다. 군부가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글인데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유럽식의 의회중심제라는게 흥미롭습니다.

제목은 적당히 의역했습니다.



이집트 군부가 혁명을 제멋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군부가 선발한 법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무바라크 실각 이후의 시대에 적합한 정도로 기존의 헌법을 수정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겨우 10일 남짓한 시간과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가 배제된 채 이렇게 위에서 부터 아래로의 개혁이 이루어 진 것이다. 개혁안은 대통령 선거에 개별적인 후보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직의 임기를 4년 중임으로 제한했다. 하 지만 위원회는 기존 체제에서 가장 심각했던 문제들은 건드리지도 않았으며 근본적인 문제를 피하고 있다. - 이집트가 과거 권위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헌법이 유럽식의 의회 민주주의를 모방해야 하느냐?

대통령제는 무슬림 형제단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수도 있다. 무슬림 형제단은 단 하나의 잘 조직된 반대 정파여서 후보자는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실시된다면 20에서 25퍼센트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집트의 세속 반대세력이 여러 정파로 분열된다면 이들이 결성하는 새 정당은 첫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에게 크게 뒤쳐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오직 이집트의 군부만이 이슬람주의자들의 정권 장악을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군부가 자제하고 선거가  치뤄지도록 허용 한다면 무슬림 형제단의 운명은 세속 정파 후보자들의 선거 경쟁력에 좌우될 것이다.

무슬림 형제단의 지도부는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개혁이 실행되면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의 29개 주 중 15개 주에서 3만명의 유권자로 부터 서명을 받아 후보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설사 무슬림 형제단이 약속을 지킨다 하더라도 형제단은 그들의 목표에 더 부합하는 “독립된” 후보에 힘을 밀어줘 킹메이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후보가 무슬림 형제단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은 헌정질서에 위배되는 것 일 뿐 아니라 수많은 이집트 인들을 국가건설과 관련된 모든 문제로 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

의회 중심 체제는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더 건설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일 이슬람주의자들이 투표의 4분의 1을 획득하더라도 의석의 4분의 3은 훨씬 더 세속적인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세속주의자들은 무슬림 형제단의 지원이 없어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만일 몇몇 이슬람주의자들이 입각하더라도 그들은 세속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낮추게 될 것이다. 내각의 자리를 둘러싸고 대결하는 것이 정치적인 긴장을 조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제가 일으키는 심각한 위기와는 비할바가 아니다.

만약 세속주의자들이 대통령제 하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면 이들은 무슬림 형제단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단일 후보로 결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세속주의자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민주주의를 실험할 시간을 잃을 것이다. 무바라크 정권하에서 체계적으로 탄압받았기 때문에 이집트의 세속주의자들은 경쟁력 있는 정당을 결성할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세속주의자들이 무슬림 형제단의 대통령 후보를 꺾기 위해 단일 후보로 결집하게 된다면 여기서 논하는 이집트의 미래에 장애가 초래될 것이다.

세속주의자들의 문제는 이집트의 “지도자 없는 혁명” 때문에 복잡해져 있다.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조지 워싱턴이나 레흐 바웬사 같은 영웅들은 혁명적 공화국을 이끌 확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집트에는 이렇게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인물이 아무도 없다. 대통령제 하에서 세속주의자들은 조기에 단일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의회 체제는 이집트 인이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이며 여러 지도자들 간에 경쟁이 이루어 지는 것은 자유에 대한 건강한 반응이라는 근본적인 신뢰를 줄 것이다.

의회정치는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행기에 이집트에 절실히 필한 안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의 (혁명 이후) 첫 번째 대통령은 선의를 가진 혁명의 영웅은 아닐 것이며  지체하지 않고 일련의 강경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대중의 지지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으며 이집트는 4년의 재임 기간의 대부분을 고립된 채로 지내는 지도자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의회정치 체제는 지도자 숭배가 아니라 지도자들간의 연합을 이끌어 내어 서로 다른 연합 정당들이 이집트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만약 첫번째 연립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잃는다면 이들은 4년이나 5년씩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신뢰가 없어 표를 잃을 것이며 다른 연립 정부가 그 자리를 차지하거나 의회 자체가 해산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기 선거에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인기 없는 대통령이 적대적인 유권자들을 상대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헌정정치라는 계획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현명하고 민주적인 지도자와 시민의 참여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계획은 좋은 정치가 등장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군부는 그들의 “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잘못된 소통 방식일 뿐이다. 한 차례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이집트의 다음 독재자를 뽑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현재 체제의 위험성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것이다. 만약 이집트의 현재 지도부가 활기찬 민주주의의 건설을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다당제 의회정치 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저는 여러 정파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내각제가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집트의 대통령제가 장기독재를 가능하게 했던 제도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현재 이집트 군부가 잔머리를 굴려서 땜질만 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결과가 어찌 될지 지켜봐야 겠지요.

댓글 2개:

  1. 네비아찌10:33 오전

    1960년 한국에서의 내각제 실패 사례를 애커만 씨가 미처 알지 못했나 보네요. 지금 이집트 상황에서 그나마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택하려면 역시 대통령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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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길 잃은 어린양5:36 오후

    애커만은 대통령제가 군부의 정권 장악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더 경계하는 입장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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