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협동농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협동농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7년 6월 29일 금요일

붉은군대는 추수전투에도 강하다!

오늘의 이야기는 대인배의 본산지 노서아 천지에 "소잡는 소리와 돼지 멱따는 소리가 진동하던 때"의 이야기랍니다.

1930년, 대기근으로 인해 일선부대에 대한 배급량이 30% 감축되자 혁명군사평의회(RVS, Революционными Военный Совет)는 각 부대들에게 식량을 보충할 보조농장(подсобное Хозяиство, 직역하면 보조생산시설이지만 대부분 농장이므로 보조농장으로 옮겼음)을 만들도록 했다. 이때부터 붉은군대에 있어 “자급자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렇지만 부대농장은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제정러시아 시기에도 육군은 예산 부족 때문에 부대 농장을 운영해야 했다. 산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각 공장들은 공장 농장을 만들어 공장노동자들이 농사를 지었다.
붉은군대는 사병들의 급식과 장교들의 부식을 충당하는데 있어서 부대농장을 군협동조합 (이하 ZVK, Закрытый Военный Кооперативный)과 경쟁하는 체제로 만들려고 했다. 장교들은 식료품을 자신의 급여를 가지고 부대농장에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것 이었다. 연대 보급장교는 사병 식당용 식재료를 부대 농장이나 ZVK에서 구매하게 됐는데 이렇게 해서 부대농장은 ZVK와 직접 경쟁하는 관계가 돼 버렸다. 그러나 부대농장의 운영 책임자는 종종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부대농장에서 경작한 농산물을 해당 부대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시장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부대들은 혁명군사평의회의 지시가 내려오기도 전에 부대농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부대농장 설치 명령이 내려오자 농장이 없는 부대들도 재빨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932년에 한 연대는 이미 200마리의 돼지와 60마리의 소, 토끼 100마리와 벌통 40개를 가지고 있었다. 혁명군사평의회는 1개 사단 당 소 400마리, 돼지 3,200마리, 토끼 20,000마리, 그리고 1,000헥타르의 농지(귀리, 밀, 또는 과일)를 운영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의 부대 농장은 병사들이 농사를 지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 연대는 민간인을 고용해 농사를 짓고 농장에서 재배한 작물이나 우유를 팔아 얻은 수입으로 임금을 지급했다. 한 포병대대에서는 부대가 하계 훈련을 위해 주둔지를 떠나면 장교의 부인들이 농사를 지었다. 또 다른 연대에서는 아예 장교의 부인들이 봄 파종기에 밭을 갈았다. 어떤 경우에는 제대한 병사들이 자신들이 원래 근무하던 연대의 농장에 고용돼 농사를 지었다.
많은 경우 연대 농장은 매우 효율성이 높았으며 ZVK의 수입을 줄이는데 일조했다. 제 87소총병연대의 농장은 1kg의 감자를 5코페이카에 팔았는데 해당 지역의 ZVK의 감자가격은 1kg에 10코페이카였다. 일부 농장들의 성과는 엄청났다. 예를 들어 한 연대는 농장을 처음 만들 때 3,500루블을 투자했는데 그 해 연말에는 20만루블에 해당하는 농작물을 생산했다. 니콜라이 보로노프의 회고에 따르면 그가 복무한 포병연대는 1932년에 버려진 국영농장 하나를 인수했는데 운영이 매우 잘 돼서 연대 소속 장교와 병사들에게 우유를 시장 가격보다 더 싼 1리터당 30코페이카에 팔 수 있었다고 한다. 1930년대에 소련은 너무 가난해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대농장 외에도 ZVK가 존재했던 것은 다행이었다. 모든 부대농장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제때에 추수를 하지 못 하거나 아니면 농사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 해서 농사를 망치기는 일이 많았다.
1932~33년의 대기근 기간에 식량은 군사훈련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훈련 대신 농사를 짓는데 쓰였는지는 불확실하다. 제87소총병연대의 부연대장은 연대농장의 책임자였는데 이 사람의 경우는 매우 재미있는 사례이다. 이 장교는 부대농장 운영에 열성적이어서 연대 농장에 있는 소 38마리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부대농장과 ZVK 체제는 특히 대기근 동안에 붉은군대는 그 자체를 먹여살리는데 집중해야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군 보급체계나 ZVK 체제 모두 부대가 요구하는 최저한도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대농장은 엄청난 공헌을 했다. 부대농장은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에 많은 부대들은 붉은군대가 확장기에 들어가 훈련이 가장 중요해 진 1930년대 후반에서 40년대까지도 훈련보다는 농사에 시간을 더 배분했다. 결국 부대농장은 소련군에 있어 일반적인 부대 활동으로서 제도적으로 자리잡게 됐고 최근까지도 유지되었다.

Roger R. Reese, Stalin’s Reluctant Soldiers : A social history of the Red Army, 1925~1941, University Press of Kansas, 1996, pp.49~51

붉은군대는 추수전투에도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