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1일 월요일

J. Nagl 중령의 이라크군 육성에 대한 견해

이라크전의 이라크화에 대한 sonnet님의 글을 읽으니 J. Nagl 중령이 2005년에 Learning to Eat Soup with a Knife 개정판에 썼던 이라크군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글이 생각나는군요. 사실 누구나 알 법한(?) 뻔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지만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군인의 견해는 어떤지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딱히 해로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J. Nagl 중령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이라크에서 근무했습니다. 무려 2년이나 지났군요.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비정규전을 목적으로 훈련받은 부대를 동시에 정규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도록 훈련시키는 문제를 과소 평가하고 있었다. 또 현지인으로 부대를 편성, 훈련, 무장시켜 비정규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도 과소 평가했다. 비정규전 상황에서 적은 현지 군과 경찰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공격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고 임무에 헌신적인 현지 전력을 육성하는 것은 말 그대로“나이프로 스프를 먹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현지인 부대는 비정규전에서 외부 세력이 결코 가질 수 없는 타고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지 전력은 대중의 지원을 통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런 지지는 해당 국가의 군대가 아니면 얻기 어려운 것이다. 또 정찰 임무에 따로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족내의 충성, 가족간의 유대관계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는데 이런 요소들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의 정치, 경제적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외부 세력은 알지 못하는 현지의 관습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장점들은 현지인 부대를 비정규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만들어 주고 있다. 아마도, 약간 과장해서 설명하면 외부의 세력은 결코 비정규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 외부 세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현지인 부대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도 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외부의 세력이 현지의 세력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있다. 서방의 군대는 통신 수단과 훈련 프로그램, 포병 화력 및 근접항공지원, 의무 지원, 그리고 신속대응전력이다. 이 중에서 신속대응전력은 현지 전력에게 신뢰감을 불어주고 사기를 높여주고 전투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고문단이 함께 있을 경우 효과가 더 크다.

게릴라들이 현지인 부대를 공격하는 점을 보면 현지 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34기갑연대 1대대 TF는 칼리디야(Khalidiyah)에 주둔하는 동안 이라크 경찰과 이라크 군 2개 대대를 열심히 지원했다. 이라크인들은 미군의 지도와 물자, 재정 지원 수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라크 군을 모병, 편성, 훈련, 무장 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라크군과 합동작전을 펼치고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해 나가면서 서로간에 일정한 신뢰가 형성 됐으며 일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긴 했지만 대대의 주둔 기한이 지나 후속 부대인 506연대 1대대 TF와 교대할 때 까지도 지역 치안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육성하지 못 했다. 현지인 부대를 편성, 훈련, 무장 시키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영국은 미국이 베트남에 참전하기 이전 말라야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베트남의 미군도 최소한 1군단 지구에서는 해병대가 Combined Action Platoon Program을 실시해 성과를 거뒀다. 이라크의 미군이 이라크를 대내외적인 위협에서 방어하기 위해서 이라크 군을 육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현 시점에서 말라야의 영국군과 베트남의 미 해병대의 사례는 유용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이라크군을 육성하는 것은 현재 이라크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인의 승리 말이다.


대략 1년 전 쯤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특출난 성과가 없는걸 보면 역시 "괴뢰군(?)"을 육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업인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Combined Action Platoon은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는 것이 알려 주실 분 계신지요?

댓글 6개:

  1. Combined Action Platoon이라면 연합활동소대 정도로 번역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뉘앙스로 보면 아마도 미-이라크군 병사가 혼성된 전투소대를 말하는 것 같은데, 한국군 군사용어라면 이 경우 - 두 나라 이상의 국가가 함께 행동하는 경우 - 를 연합으로 분류되니까요. 한국군 군사용어사전에서 Combined Operation은 찾았지만 Combined Action은 찾지 못해 약간 유보적이지만요. 이 경우를 가리키는 역어가 있을 법도 한데 우리 군사용어 사전에선 못 찾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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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제는 이라크 군경을 키우면 키울수록 태러도 같이 증가한다는 작금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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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외세가 현지인을 모집해 현지세력을 새로 만드는 경우는 현지세력의 자생력이나 동기부여의 문제를 극복하기가 지극히 힘든 것 같습니다.

    반면 난세의 간웅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세력을 외세가 지원한 경우에는 성공사례가 심심치않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자의 문제는 과연 그런 닳고닳은 현지세력 지도자가 후원국이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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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그러고 보니 럼스펠드가 경질 발표 이틀 전에 제출했다고 하는 각서가 NYT에 유출되었는데, 거기 나열된 정책대안 중에 'Reverse Embed'라고 해서 카투사처럼 미군부대에 이라크군 파견병들을 집어넣어 현지소통을 강화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Initiate a reverse embeds program, like the Korean Katusas, by putting one or more Iraqi soldiers with every U.S. and possibly Coalition squad, to improve our units' language capabilities and cultural awareness and to give the Iraqis experience and training with professional U.S. troops.

    럼돌이가 카투사를 지목하다니, 역시 미국의 성공사례는 오직 한국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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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윤민혁님 // 연합활동소대라. 실제 운용사례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적합한 용어 같습니다. 한국군 군사용어 사전에 해당 단어가 없다니 약간은 놀랍습니다.

    행인님 // 무시무시한 일이죠.

    sonnet님 // 역시 이라크에도 리박사같은 인물이 필요합니다!

    럼즈펠드공께서 카투사를 언급하셨다니 하토의 신민으로서 황송하기 그지 없군요.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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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ombined Action이라는 단어가 우리 군 사전에 없긴 하지만, 미군의 군사용어 사전에도 해당 단어가 있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_-;; 무엇보다도 한국군의 군사용어사전은 미국의 것을 그냥 번역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경향이 커서요.
    (하지만 우리 사전에는 미국쪽의 사전에서 잘 쓰이지 않는 용어도 영어로 번역해서 꽤 넣어두거나, 아예 만들어낸 - 주로 독일어를 참고해서 - 역어도 꽤 있답니다. 작전술 분야에서는 우리 쪽이 미국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시기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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