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8일 일요일

300

비수기의 절대강자(?) “300”을 보고 왔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 필요 없고 그저 마초를 위한 마초 영화더군요.

민주주의, 자유 같은 식상한 이야기를 꺼내긴 하지만 이건 그저 양념에 불과합니다. 페르시아 사자가 와서 복종을 요구하자 우리의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고는 바로 사자를 우물에 멋지게 처넣지요. 그리고 바로 싸우러 나갑니다. 별 이야기 없습니다. 싸움을 거는데 우리의 대(大)마초 스파르타인들이 그냥 있을 수는 없지요.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겠는지 중간 중간 스파르타 내의 부패한 정치인과 왕비의 이야기를 넣긴 하는데 이건 정말 불필요한 사족이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헐벗은 근육맨들이 말 그대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살과 뼈를 분해해 준다는 것입니다. 어찌나 일방적인 싸움인지 페르시아군이 더 불쌍하더군요. 끝없이 밀려드는 엑스트라들은 거의 대부분 스파르타 마초들에게 단 한칼에 사지가 절단됩니다. 그나마 정예부대라는 “임모탈”들도 거의 일방적으로 도륙당하기는 마찬가지지요. 페르시아군은 코뿔소, 코끼리 등 인간 이외의 것들도 끌고 옵니다만 이 짐승들 역시 대마초들의 망토 자락 하나 건드려 보기도 전에 도륙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사족이었던 여왕과 스파르타 의회 이야기만 뺀다면 제법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약간 의외였던 것은 반지의 제왕에서 온화하고 사려깊은 성격으로 나왔던 David Wenham도 스파르타 대마초 일당의 일원으로 나온다는 점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파르타 마초들 중 가장 미남이 아니었나 싶군요.

댓글 8개:

  1. 역사전쟁물의 탈을 쓴 마초물이었군요. (애초에 원작만화 부터가 그랬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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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 처음부터 sonnet님 방식의 '무슬림 수호의 전사 알카이다'로 이해하고 봐서 그럭저럭 빠르게 감상하고 넘겼습니다. (실례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명량해전을 '한국민족주의적'으로 이해하는 방식도 상당히 유사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볼때 화려한(만화같은)비쥬얼이나 힘찬 음성은 꽤 마음에 드네요. 헐리웃 영화중에는 대놓고 '생각하지마!'를 외치는 것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저 '미국식 아니메의 전형'을 하나 감상한다고 생각했을때 볼만한 애니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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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인님 // 전쟁물이라는게 마초적인 경향이 다분하지요.

    그리고 이 영화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역사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피에사쥬님 // 저는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영화를 가장 싫어하는지라 300을 그럭 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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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다음주는 되어야 볼 시간이 나겠군요.
    OTL 그때까진 걸려 있겠죠?

    트레일러에는 페르시아가 여엉 희한하게 그려져 있더군요. 뭐 고증따윈 닥치고 무조건 뼈와 살을 분리하기 바쁜 영화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건 신경을 꺼야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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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스카이호크님 // 꽤 인기 있더군요. 2주 정도는 더 갈 듯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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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른게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미묘한(?) 이 시점에서 영화가 개봉된 이유가 매우 궁금함... 그건그렇고 이란인들이 이 영화 보면 꽤 열받을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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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부시황제께서 내년쯤 300-II에 출연하셔서 이스파한과 나탄즈, 테헤란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소문이 파다하죠.. 그날을 위해 지금 열심히 헬스크럽에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나. 근데.. 과연 가죽빤스와 망토가 부시황제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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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바보이반님 // 황상폐하께서도 특훈만 받으시면 근육맨이 될지 모릅니다.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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